모던 시대: 시계의 탄생 모던 시대에는 자연과 신 대신 시계탑이 인간의 삶에 시간적인 구조를 부여했다. 시계가 새로운 신이 된 것이다. 시계는 시간의 객관화를 가져왔고 시간은 비로소 측정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상업과 수공업은 발달했고 이런 발달은 시간의 측정을 요구하며 시간관리의 필요성을 증대시켰다. 상인들을 시간을 팔고 있었다. 이 시대를 살았던 벤자민 프랭클린은 ‘시간은 돈이다’는 말로 당대인들의 시간관념을 표현했다. 이제 시간은 돈으로 계산되었고 시간을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절약하거나 훔칠 수도 있게 되었다. 당시의 지배적인 시간패턴은 탈리듬화, 가속화, 박자화, 시간의 통제라고 할 수 있었다. 시간의 엄수가 학교와 공장의 중요한 평가기준이 되었고 지각에 대한 책임은 각자에게 지워졌다. 사람들은 교회나 시청에 걸린 큰 시계를 보고 아침을 시작했고 공장의 시계소리를 듣고 퇴근했다. 시간이 관리대상이 되었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제 미래는 만들어지는 것이 되었다. 하지만 칸트는 모던 시대의 시간관념을 이렇게 회의적으로 표현했다. “인류는 끊임없는 진보 속에서 더 나아졌는가?” 시간을 측정하고 관리하고 그것에 맞추어 공장을 돌리고 건물을 세우지만 과연 그 속에서 사람들의 삶의 질은 높아졌고 예전보다 행복한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모던 시대: 시간의 유연화, 탈규제화, 세계화 포스트모던 시대는 모던시대가 끝나기도 전에 찾아왔다. 때문에 현대의 우리들은 모던 시대의 잔류들과 포스트모던 시대의 새로운 흐름들 사이에 끼어 갈팡질팡하고 있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시간은 유연화, 탈규제화, 세계화로 요약될 수 있다. 우리는 예전처럼 약속시간을 꼭 지키라는 충고를 덜 듣게 되었다. 대신 언제든 연락할 수 있도록 휴대폰이나 인터넷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요구를 강요 받고 있다. 예전에는 출근하면 해야 할 일들을 회사에서 알려주었지만 이제는 업무시간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심지어 출근과 퇴근 시간까지도 스스로 결정해야 하고 당연히 그 책임은 각자의 몫이 되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게 되었다. 컴퓨터는 시간을 절감시키는 기계지만 동시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만드는 기계이기도 하다. 시간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시간에 몰두하도록 강요 받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시간으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하지만 그것이 결코 성공할 수도 없고 성공하지도 못함을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