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는 장샘

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

장코폴로 2009. 9. 2. 10:56

 2009년 09월

Today Book

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

지은이: 크리스 프리스  출판사: 동녘사이언스

뇌의 활동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뇌스캐너의 발달로 최근 뇌과학은 놀라운 결과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인간의 정신 작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뇌과학의 가능성은, 인간이라면 포기할 수 없는 욕망일 것입니다.

북 브리핑


뇌과학은 왜 환영받지 못할까
 

 ‘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 원제인 <Making Up the Mind>와 비교하면 지극히 도발적인 제목이다. 그러나 인문학과 자연과학 모두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에 시달리고 있는 뇌과학의 현실을 드러내기에는 적절하다. 뇌과학이 ‘인간을 유물적 시각에서 분석해보겠다는 지극히 무모한 시도’라고 인식하는 인문학을 설득시켜야 하는 절박감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인문학의 입장에서 뇌과학은 ‘기계적 이성이라는 괴물을 통해 우리의 인간성을 말살하려는’ 황당한 시도임에 틀림이 없다. 화학 실험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찮은 화학반응이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귀한 자유 의지와 무한한 상상력의 원천일 수도 있다는 주장은 인문학의 전통과는 쉽게 어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과학의 입장에서도 뇌과학이 그리 탐탁해 보이지 않는다. 너무 말랑말랑하고 주관적이다. 해결하려는 문제부터 애매하다. 도대체 인간의 마음이나 정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현대 자연과학은 반복적으로 재현 가능하고, 누구나 관찰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물리 현상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목표다. 지극히 추상적이고 실체가 불확실한 인간의 마음이나 정신을 자연과학의 분석 대상인 보편적 자연현상으로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지극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마음이나 정신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겠다는 주장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일 수도 있다. 인간의 마음과 정신을 이해하기 위해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정량화하고 객관화 시키겠다는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 년 동안 뇌과학은 신경생리학과 함께 놀라운 속도로 발전해왔다. 뇌과학의 그런 발전 덕분에 한 세기 전에 등장해서 역시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이에서 어설픈 위상을 차지하고 있던 심리학은 인지심리학을 거쳐 인지과학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제 뇌과학과 인지과학은 불필요한 대립으로 서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조화로운 공존과 공영(共榮)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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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크리스 프리스

크리스 프리스는 영국의 손꼽히는 신경심리학자로 케임브리지에서 공부했고, 런던 대학에서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런던 대학의 웰컴 재단 신경영상센터에서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덴마크 아르후스 대학에서도 닐스 보어 객원교수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초기에 자폐증과 정신분열증의 신경심리학 연구로 주목을 받았고, 이후 기능영상연구소에서 뇌영상 기술을 이용하여 인간의 인지 능력을 연구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뇌과학, 해답일까 함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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