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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
뇌의 활동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뇌스캐너의 발달로 최근 뇌과학은 놀라운 결과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인간의 정신 작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뇌과학의 가능성은, 인간이라면 포기할 수 없는 욕망일 것입니다.
뇌과학은 왜 환영받지 못할까 |
‘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 원제인 <Making Up the Mind>와 비교하면 지극히 도발적인 제목이다. 그러나 인문학과 자연과학 모두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에 시달리고 있는 뇌과학의 현실을 드러내기에는 적절하다. 뇌과학이 ‘인간을 유물적 시각에서 분석해보겠다는 지극히 무모한 시도’라고 인식하는 인문학을 설득시켜야 하는 절박감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인문학의 입장에서 뇌과학은 ‘기계적 이성이라는 괴물을 통해 우리의 인간성을 말살하려는’ 황당한 시도임에 틀림이 없다. 화학 실험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찮은 화학반응이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귀한 자유 의지와 무한한 상상력의 원천일 수도 있다는 주장은 인문학의 전통과는 쉽게 어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과학이 가능한 이유 |
인간의 정신세계는 비록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자연과학의 전통적인 탐구 대상인 물리 세계만큼이나 현실적이다. 그러나 표본 상자에 들어있는 나비와는 달리 정신 세계는 사람마다 다른 지극히 ‘사적’ 영역이다. 그래서 누구나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공적인 영역인 물리 세계와 확연하게 구분된다. 결국 만에 하나 어느 특정 개인의 정신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부터 소위 인간의 정신 세계에 대한 일반적인 추론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을 극복해야만 한다. 그러나 인간이 제각기 다르지만 우리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정신의 ‘속성’이 있다는 것이 뇌과학의 대전제다. |
세상은 뇌의 활동으로 만들어진다 |
뇌과학에서는 정신 세계와 물리 세계를 구분하는 과정에서 뇌의 역할을 주목한다. 우리는 오감(五感)을 통해 물리 세계와 접촉한다. 그러나 우리가 감각기관만으로 물리 세계와 접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감을 통해 얻어진 정보는 반드시 뇌를 거쳐야만 우리의 정신 세계로 인식이 된다. 우리와 물리 세계의 접촉은 뇌에 의해서 완성된다. 심지어 우리는 뇌를 통하지 않으면 우리 자신의 신체와도 직접적으로 접촉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물리 세계와 접촉하고 있다는 생각은 뇌가 만들어낸 착각이다. 또한 정신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신활동도 뇌의 활동에서 비롯되거나 좌우된다. 결국 우리는 뇌가 만들어 낸 세상에서 일상을 살아가야 하고, 뇌과학은 그런 과정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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