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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과
2년을 보관해도 썩지 않는 사과가 있습니다. 이 놀라운 사과를 만든 농부 기무라 아키노리씨의 특별한 비밀은 무엇일까요? ‘기적의 사과’ 이야기에서 들어봅니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남양주에서 포도과수원을 하는 류기봉 시인이다. 김춘수 시인의 제자인 그는 15년 째 무농약 농법으로 포도밭에서 지낸다. 게다가 매년 첫 소출 즈음에 ‘포도밭 작은 예술제’라는 문화축제도 개최한다. 올해가 12번 째 행사다. 유명 시인들이 자신의 이름이 걸린 포도나무 앞에서 시를 낭송하며 많은 이들과 함께 나무의 수고를 축하한다. |
썩지 않는 사과 |
도쿄 시로카네다이에 있는 레스토랑은 반 년 후 예약까지 꽉 차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 곳의 간판 메뉴 중 하나가 ‘기무라 씨의 사과 수프’다. 주방장이 2년 전부터 보관 했다는 기무라 씨 과수원의 사과는 썩지 않고 마치 시든 것처럼 오그라들고 있으며 달콤한 향을 뿜고 있다. |
농업에 뛰어 들다 |
기무라 씨는 기계 다루는 일에 관심이 컸지만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직장을 퇴직하고 고향으로 불려갔다. 그는 추억이 가득한 사과밭에서 무농약 재배를 시작했다. 당시 평균적인 사과 농가는 가을 수확기까지 약 반 년 동안 13회 정도의 온갖 농약을 뿌렸다. |
고난이 시작되다 |
모든 사과밭을 무농약으로 바꾼 지 3년이 지나고 4년째 접어들어도 사과꽃은 전혀 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모아 두었던 돈은 물론이고 장인의 퇴직금도 다 써버렸다. 트랙터와 사과 수송용 트럭까지 팔았다. 세금이 밀려 사과나무에 빨간 딱지가 붙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전화는 이미 오래 전에 끊겼고, 건강보험료도 내지 못해 건강보험증도 빼앗겼다. 자녀 교육비도 못 냈고, 옷과 학용품조차 제대로 사 줄 수 없었다. |
끈기 있게 무농약을 실천하다 |
흑설탕, 소금, 마늘, 고춧가루, 식초, 간장, 된장 등 농약 대신 병충해에 가능성이 보일 것 같은 식품은 빠짐없이 뿌려가며 그 효과를 시험했다. 그러나 농약 수준의 효과를 내는 식품은 없었다. 마른 풀과 닭똥을 모아 퇴비를 만들어 밭에 뿌렸다. 잡초는 매달 깎아 주었다. 가족이 총출동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벌레를 잡았다. 그리고 마늘을 갈아 물에 타서 뿌리거나 식용 식초를 희석해서 뿌려보기도 했다. 날마다 사과밭에서는 실험이 계속됐으나, 기무라 씨 밭은 한없이 게으른 농가보다 더 참혹했다. 거의 모든 잎이 병에 걸려 색이 변했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나무는 잎과 가지까지 해충에 뒤덮였다. |
기무라 씨, 죽음을 결심하다 |
앞으로 1년만 노력하자고 결심한 것이 2년이 가고 3년이 지났다. 세월이 갈수록 포기하기가 더 힘들었다. 기무라 씨는 “작년보다 올해가 더 잘 될 거야”라고 스스로 되뇌었다. 그러나 좋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5년이 지나자 그의 머릿속에서는 또 다른 자신이 “이젠 그만 포기해”하는 외침이 들렸다. 사과나무에게 죽지 말라고 애원도 했다. |
자연에서 지혜를 얻다 |
농약을 안치고 저렇게 건강하게 잎이 무성할 리가 없다. 기무라 씨는 정수리에 벼락을 맞은 듯 정신이 바짝 들었다. “바로 이거다, 이런 흙을 만들면 된다.” 그동안 그는 사과나무의 보이는 부분, 즉 지상에만 신경을 썼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는 안중에도 없었다. 퇴비를 주고, 잡초만 깎아 주었다. 건강한 식물은 본래 농약 같은 것이 없어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있다. 병충해는 사과나무가 약해졌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는 자신이 할 일은 사과나무가 산 속의 흙과 같이 자연의 본래 힘을 되찾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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