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생,춤 바람 나다

윤수미 안무, 출연의 ‘움’

장코폴로 2009. 5. 15. 12:21

공연/영화
한국 창작무용의 빛나는 정수
윤수미 안무, 출연의 ‘움’
장석용주간
 
4월 25일(토) 오후 7시 30분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 한국 창작 무용의 적자 윤수미는 고고한 품격에 걸 맞는 황홀한 작품 ‘움’을 선보였다. 2부로 나뉘어 공연된 이 작품은 ‘무거운 옷’과 ‘움’으로 세련된 균형감을 살리고 있다.
 


 
1 부: ‘무거운 옷’
2009 ‘무거운 옷’은 떨치지 못하는 생의 슬픔과 무거움을 연잎 하나에 맺힌 눈물에 비유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08년 10월 SIDANCE 제13회 우리 춤 빛깔 찾기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이번에 부분적으로 새롭게 수정, 보완하여 무대에 올린 것이다.

안무자가 작년 시아비를 여의면서 겪은 삶에 대한 성찰, 생(生)에 대한 개인적인 당시의 느낌을 작품에 담은 것 이다.

초연 때는 연꽃이 오케스트라 비트에 위치하였으나 이번에는 원형의 노란색 무대바닥의 중안에 이동하여  공간의 중심을 잡아줄 뿐 아니라 작품 전체의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시각적 효과를 더욱 배가시키고 한국적 여백의 미(美)를 살리고 있다.

연꽃은 청초하고 아름답지만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속성을 가진 생명체이다. 우리의 삶 또한 연꽃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우며 자유로움을 갈구하며 살아가지만 언제나 우리들은 어지럽고 혼란스러움 속에 살고 있고, 무거운 짐을 지고 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따뜻한 봄날 아직도 여전히 무거운 옷을 입고 걸어가는 행인의 모습과도 흡사하다.
 
첫 장면의 한 사람과 원안의 네 명의 무용수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들이며, 달빛을 담은  수면 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된다. 원형의 바닥 장치는 불교에서의  윤회를 상징하는 원의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움직임은 한국 춤의 호흡을 바탕으로 들숨과 날숨을 최대한으로 확대, 축소시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고, 우리 춤의 정적인 요소와 동적인 요소가 적절히 조화 되면서 그 사이에서의  긴장감을 잃지 않고 있다.
 
그리고 옷을 꿰메는 듯한 움직임으로 자신의 업을 짊어지고 인연들을 이어가는 장면을 표현한다. 입체감을 살린 원피스형태의 흰색 의상은 무거움을 역설적인 표현으로 흰색으로 표현, 등이 파인대신 목 부분을 두껍게 하여 답답한 느낌과 소품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
 
이는 마지막 장면에 얼굴을 감싸는 모습으로 나타는데 그로테스크한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고 잇다. 이 장면은 죽음을 맞을 때의 모습을 상징하거나 혹은 무거운 옷을 벗어내고자 하는 모습으로 보여 질 수 있다.
 
2부: ‘움’
‘움트다’의 의미에서 비롯된 작품 ‘움’은 얼음 속에서 고통을 딛고 강인함으로 세상을 향해 돋아나는 움을 보며 전하는 삶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이다.

전작 ‘이끼’와 연계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안무자의 그 동안의 작품 성향으로 볼 때 자연 친화적 주제를 선호해온 것처럼  작은 생명체에서 삶의 비밀을 찾고자 하는 안무자의 작업 스타일이 드러나는 작품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대는 바닥 전체에 이끼를 깔고  비닐소재 바닥을 덮었다. 무대 중앙에 사각에만 실제 이끼로 덮혀 있는데 자연을 닮은 칼라풀한 의상과 어우러지면서 때론 생명이 피어나는 어미의 배속처럼 때론 자연의 생명이 숨쉬는 대자연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길을 상징하는 조명으로 공간을 다양하게 분할하여 , 시공간의 구분과 변화를 느끼도록 하며 깊이감이 없는 극장공간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작은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그것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자 하는 안무자의 삶에 대한 시각을 담고 있다.
 
작품의 움직임은 자연의 모습을 담고 있고 그것을 무용수 각자의 즉흥적인 요소들을 접목시켜 각자의 움직임이 유기적으로 얽히면서 하나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공연 시, 소품(이끼)에 대한 각자의 반응이 즉흥적으로 만들어지면서 (이끼를 발로 차고 풀먼지를 일으키기도 하고 )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마지막 풀잎 가지를 입에 무는 장면은 자연의 모습을 담은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바램을 표현한 것이다. (장석용 문화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