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생,춤 바람 나다

강민호 안무의 '통'

장코폴로 2009. 4. 14. 12:18

공연/영화
무통, 느림의 미학
강민호 안무, 출연의 ‘통,通’
문화뉴스팀
 

 
M극장 기획공연 ‘춤과 의식’展, 그 틈에 강민호가 있었다. 그의 안무작 <통通> 한자로 통할 통으로 소통을 원하는 단어로 그 의미를 바라본다. 현 시대 우리는 빠른 소통을 원한다. 어떤 소통이든 빠르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되어버린다.

핸드폰이라는 생명력 없는 메말라 있는 그것에 우린 목을 매듯 살아간다. 소통은 빨라졌지만 마음과 마음의 소통이 아닌 비어있는 시간을 때우기 위한 건조한 소통을 하고 있다.
 
강민호의 ‘통,通’은 빠르게 자나가 버리는 현시대의 소통을 말하고 있다. 소통을 말하는 첫 장면, 소통에 목말라 있는 안무가 강민호는 어릴 적 한번쯤 만들어 보았을 종이컵 전화기를 귀에 대고 세상과의 소통을 원하고 있다.
 
소통에 갈증 하듯, 강민호의 춤은 세상의 비꼼으로 움직임을 연결해 간다. 신문으로 만든 옷을 입고 춤을 추는 강민호는 세상과의 소통을 말하는 안무가의 마음이었다. 멀리서 쏘아진 조명은 마음의 답답함을 하늘에 쏘아 올리듯 눈부시다.
 
잔뜩 찌푸린 얼굴표정은 지금 내 모습을 보는 듯 내 얼굴에도 잔뜩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두툼한 신문 의상은 묵직한 이 세상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솔로가 끝날 즈음 강민호는 그 두툼한 신문지 옷을 벗어 던진다.
 
속옷 하나를 걸친 그의 모습은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여자 무용수가 등장하여 허공에 대고 계속 말을 한다. "내말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어요?" "다시 말해 드릴까요?" 또 한명의 여자무용수 "모?" "네. 네. 마음대로 하세요."  계속해서 묻는다. 그리고, 계속해서 대답한다. 서로 듣지 않고 서로를 간섭하지도 않으려 하는 그들의 표현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두개의 커다란 문, 그 문은 뻥 뚫려 있지만 쉽게 그 문을 통과 할 수 없다. 마치 콱 막힌 쇳덩어리 문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 모습 같다.  두개의 커다란 문은 넘을 수 없는 선이다.
 
그 선에는 걸림돌은 없지만, 쉽게 넘을 수 없는 마음에 벽이 쳐 있었다. 쉽지 않은 마음의 선을 넘으며 무용수들은 괴로워한다. 빠름을 외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은 어디로 간 건지...  그 선은 묵직한 돌탑을 쌓아 놓아 무너지질 않는다.
 
그 마음의 선을 넘을 때 짖는 무용수들의 표정은 조금 부담스럽다. 과격한 표정으로 춤을 보기보다 표정에 집중하게 되어 내용상의 흐름을 막는다. 그것 또한 관객과의 소통을 차단한다.
 
무대 위의 스퀘어 조명, 그 조명 아래 춤을 추는 무용수들의 춤, 새로운 세상을 갈망 듯 춤에서는 조바심이 느껴진다. 무대 안에는 세 명의 무용수가 있지만 그들은 절대 하나가 되질 않는다. 그것은 각자의 길을 가고자 하는 자기중심적 사람들의 마음을 춤으로 추는 것이고, 혼자만의 길을 가고 있음을 분명히 나타내 주듯, 그들의 표정은 고통스럽다.
 
스퀘어조명이 하나의 환한 조명으로 변하며 그들은 하나가 되었다. 벗어던진 두툼한 신문지 옷을 들고 한곳으로 모여들어 작은 투명 상자에 넣는다. 신문은 하루에 한번씩 세상과의 소통을 만들고 있다.
 
온몸에 감고 있던 각자의 소통거리를 벗어 한 상자에 넣어 함께 소통을 하자는 의미이고, 그 안에서 꺼낸 종이컵 전화기는 비로소 우리들 마음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연결고리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시대의 소통은 빠름만을 외치고 있지만 강민호의 소통은 조금은 느리지만, 서로의 마음까지 ‘통’ 할 수 있는 그런 소통을 원하고 있다. 박희진(안무가, 밀물무용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