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네콰논은 한국영화의 일본수입․상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재일 동포 이봉우가 운영하는 영화회사 이다. 이미 그는 '쉬리', '공동경비구역 J. S. A.', '단적비연수', '서편제'를 수입했고, 재일 동포 최양일의 '달은 어디에 뜨는가?'를 제작한바 있다. 그가 제작한 한일공동 합작영화 '케이티'는 그 제목만으로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지만 목표물 제거(Killing the Target)의 대상은 김대중이다. 제작자는 감독을 키우고, 감독은 배우를 키우고, 배우는 관객을 키운다. 그런 점에서 이봉우의 일본 내 활약은 상당히 뜻깊은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감독 사카모토 준지는 '케이티'를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한․일 양국의 깊은 상처를 남기지 않는 범위에서 비교적 인도적으로 작품을 그려내었다. 고전적인 내러티브 전개는 호흡을 길게하고 작품의 심도를 깊이지만 역동적인 카메라 앵글을 기대하거나, 카피의 박진감 넘치는 레이아웃과는 다른 지루함이 도출되기도 한다. 사실 우리에게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나, 유럽영화의 깊은 맛 읽기, 대사나 롱 테이크의 묘미 즐기기를 계속 해 왔다면 '케이티'는 재미있는 코미디로, 드라마로 읽혀질 수 있는 영화이다. 특히 김차운 역의 김갑수, 김대중 역의 최일화, 김준권 역의 김병세, 양은용 역의 이정미를 보더라도 영화는 개성 있고 연극적 분위기를 소화해낼 수 있는 캐스트로 채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연기는 토미타 역의 사토 코우이치를 비롯한 일본 연기자들과 구분 없는 연기 앙상블을 이룬다. 납치 대기, 토막 살인등에서 보듯 '케이티'는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본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케이티'는 오락영화의 개념과는 차원이 다른 영화이다. 제작시기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한․일간의 역사를 음미하도록 김대중의 정청기(政靑期)시절인 70년부터 4년 간을 재현해내며, 영상문학의 깊이와 철학적 함수를 고려할 수 있게끔 인도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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