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장밋빛 영화, 야생초 영화
2005년 우리영화는 동막골로 초대되었다. 예상외로 단호하고 순수한 박광현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은 801만의 관객을 동원, 작품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추며 통일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강원도 사투리를 유행시켰다.
05년 관객들이 선호한 우리영화는 사랑과 정을 느끼게 하는 휴머니티 듬뿍한 영화들이었다. 1억 5천만에 달하는 우리 총관객 가운데, 올해도 한국영화는 여전히 50%를 넘는 시장 점유율을 보였다. 05년 흥행 탑5는 모두 한국영화였다.
518만 관객을 모으며 조승우가 능청스런 연기를 했던 정윤철 감독의『말아톤』, 조폭 코미디로 인기를 끈 정용기 감독의『가문의 위기』등이 흥행에 성공, 영화기획의 중요성을 실감나게 만들었다.
『친절한 금자씨』는 박찬욱의 영화의 이슈화에 성공한 작품이다. 박진표의 감독의『너는 내 운명』은 멜로의 진수를 보여주며 연기자 황정민을 확실한 스타로 부상시켰다.
추창민 감독의 『마파도』,『댄서의 순정』,『연애의 목적』등이 약간의 흥행실적을 올렸고 다수 작품이 흥행에 좋은 성적을 남긴 것은 아니었다.『간 큰 가족』,『남극일기』,『달콤한 인생』,『야수』,『주먹이 운다』,『청연』,『태풍』,『혈의 누』,『형사』등의 작품도 투지된 제작비에 비해 기대한 흥행실적은 거두지 못했다.
특히 『무영검』,『남극일기』,『형사』,『천군』등의 작품은 100억 가까운 제작비를 들여100만 명 수준의 관객 실적으로 마무리 되어서 가슴이 더 아프다.
자신을 죽여 영화의 힘을 불어넣으며, 자신만의 개성을 역할에 잘 대입한다는 평을 받은 박해일과 강혜정이 친근감이 가는 연기자로 주목을 받았다.
외화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유령신부』,『아일랜드』,『해리포터와 불의 잔』등이 흥행실적이 좋았다.『외출』,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은 일본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전국영화산업 노동조합’이 출범되어 임금문제와 주변에 대한 주장을 담기 시작했으며, 다국적 합작영화가 제작되었고, 우리영화는 해외 매출이 20%정도가 되는 성장세를 타고 있다. 05년 한국영화의 총 수출총액은 6700만 달러(약 680억원). 『외출』(750만 불), 『청춘만화』(450만 불),『야수』(400만 불),『연리지』(350만 불),『무극』(300만 불),『친절한 금자씨』(300만 불), 『달콤한 인생』(300만 불) 등이다.
우리영화 편당 제작비는 순제작비 30억2000만원과 프린트 및 마케팅비 15억7000만 원 등 45억9000만원에 이르렀다. 전국 170만 명 관객을 동원해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이 제작비는 연당 1억 정도 상승하고 있는 셈이다.
『녹색의자』,『사랑해, 말순씨』,『여자, 정혜』 등 저예산 영화와 『다섯은 너무 많아』, 『안녕, 사요나라』,『용서받지 못한 자』등의 인디영화가 공존한 05년 여성들의 피의 복수극은 연기자에서 감독으로 등극한 방은진의『오로라 공주』가 눈에 뜨인다.
1월19일 ‘X파일’ 사건이 발발했고 2월22일 이은주가 25세로 자살했다. ‘그때 그 사람들’과 ‘용서받지 못한 자’는 법정 시비에 휘말렸다.
을유년은 가고 병술년이 온다. 우리영화들은 유럽영화들이 그러했듯 합작과 다국적 영화 제작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쉬운 점은 심오한 철학이 담겨있는 영화들이 흥행과 예술에서 성공한 작품들이 없다는 점이다. 표피적이고 자극적인 영화들이 시류에 편성한다는 점이다. 많은 영화제들이 고유한 특색을 살리지 못하고, 흥행수치만으로 영화를 평가하는 현실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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