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생,춤 바람 나다

태혜신 안무의 '훠이 훠이'

장코폴로 2009. 3. 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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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혜신 안무의 『훠이,훠이』
                     고품격 한국 창작 춤의 새로운 발견
 
 2008년 6월 21일(토), 22일(일) 오후 7시 30분, M극장에서 태혜신의 창작 춤 『훠이, 훠이』가 이재호 조명 팀의 집중 도움을 받아 고고한 빛을 발하며 夏至祭(하지제)로 타오르고 있었다. 태혜신의 무정(舞靜) 블루스는 회색빛 우울을 달고 있었다.
 
 태혜신은 일찍이 만다라의 영혼을 자양분으로 섭취, 나눔과 울림, 응징과 자비의 양날을 화평의 도구로 사용하여 왔다. 그 방법은 인내와 겸손위에 첨가된 미소와 내공이었다. 냉정한 응시 위에 갑작스런 카리스마로 떨어지는 도구를 그녀는 지니고 있다.
 
 『훠이, 훠이』는 황석영의 소설 ‘바리데기’ 중에서 “하얀 새 날아가듯 풀려나고 풀려나라 훨훨 훠이훠이 훨훨 훠이훠이”에서 제목을 따온 것이다. 소설가 최인훈의 ‘옛날 엣적에 훠어이 훠이’(1979) 의 낭만성을 넘어 슬픔의 침전과 정제를 춤 대본으로 쓰고 있다.  
 
 2008 태혜신의 춤『훠이, 훠이』는 1부 ‘천개’와 2부 ‘바리꽃’ 으로 나뉘어 지고  작품구성은 프로로그, 1.낙태 2.질투(웃음소리가 기분 나뻐...! 3.권력(벗어! 입어!) 4.위선(아버지, 힘드시죠?) 5.게임(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6.해원,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바라춤의 시화무(詩化舞)는 태혜신의 사회 세태 고발, 페미니즘, 니힐리즘과 중생제도에 이르기 까지 거대 담론을 도출하였다. 그녀가 불심으로 풀어 본 방책은 냉정한 자기 도덕성 수호 이다. 이 시대의 선한 사람 태혜신의 덕목을 엿보게 하는 공연이었다.
 
 수미쌍관을 주관하는 태혜신은 춤, 사운드, 영상을 적절히 안배, 보정(補訂)을 거친 조명과 앙상블을 고려, 집중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자세들을 디테일하게 배치시킨다. 이 작품은  춤에 문학과 영상, 연극과 미술 등 모든 인접 예술을 춤에 접목하였다.  
 
 춤작가 태혜신은 하원갑자의 어지러움 속에 점증하는 낙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룸으로써 춤의 사회화를 시도하고 도덕 불감증 세태를 부드럽게 비판한다. 그러면서도 모든 표현방식은 보수를 지향, 심도를 높인 코리언 클래식의 정통을 보여준다. 
 
 균열의 주범은 질투에서 출발한다. 중용은 중앙이 아니다. 건전한 자기의식, 건강한 자기주장, 바른 나로 상대를 서로 인정하는 것이다. 상대의 아픔을 보듬어 주는 것이다. 강 얼음의 균열이 아닌 팝콘 같은 사랑이 피어나길 기원하면서 춤은 ‘하나로’의 조화를 이룬다.        

 권력의 힘 앞에 인간들은 힘없이 무너진다. 권력의 덧없음을 성찰할 수 있는 자 바로 절대권력자, 부처님의 가르침을 외면한 사람들의 오용된 권력이다. 위선의 굴레는 생각보다 광범위하고, 솔직해질 수 없는 한국사회는 어떤 진지를 구축하고 있는가? 
 
 현재의 모든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매개는 보살행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사회 고발적 투쟁성도 아니며 클로즈업된 낭만적 희극성이다.   
 
 낙태와 생명을 두고 벌이는 게임에 우리 모두가 관련이 있다. 인간의 욕망을 이겨내지 못하고 참혹한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건너는 피바다는 지옥에 닿아 있다. 구원을 받지 못하는 그들은 모두 죽음을 맞는다. 이때 바리공주는 인간들을 해원시켜주고 구제해낸다.
 
 『훠이, 훠이』는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가진 춤 교과서가 되었다. 태혜신의 여덟 번째 개인공연은 춤 예술에 보다 진솔하게 접근하여 테크닉과 내공을 동시에 보여준다. 올곧게 자신의 영역을 지켜가며 성숙의 춤을 견지하는 자세는 바람직한 춤꾼의 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