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미 안무의 『전통춤과 전통춤의 변주』
『타울 사위』로 지역 춤의 수준을 끌어올린 역작
춤 전용 M극장에서 모티브를 얻어, 지역을 변주한 춤이 9월 20일 7시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2008 박진미의 춤-『전통춤과 전통춤의 변주』라는 타이틀을 달고 심도 있게 신명과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공연되었다.
지역, 공간, 자본, 장비의 부족을 극복하고, 공연을 감행하는 결단은 혁명에 버금가는 모험이다. 그런 이유로 평가가 유보되진 않는다. 상호부조가 된 춤에 주로 대구, 창원을 중심으로 활약하는 영남 춤꾼들이 무대를 달구었다.
달구벌 댄스 프로젝트라는 박진미의 이번 변주작업은 소고춤의 변주와 승무의 변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동작의 응용과 변주가 주가 된 공연의 전자는 『곰비임비』,후자는 『타울 사위』로 나눌 수 있다.
‘곰비임비’는 물건이 거듭 쌓이거나 일이 겹치는 모양을 말하고, ‘타울 사위’는 뜻을 이루려고 애쓰는 사위이다. 설상가상, 대기만성, 고진감래 등의 사자성어들이 박진미의 현실과 오버랩 된다.
『전통춤과 전통춤의 변주』의 구성은 ‘신명의 땅’(북과 장고의 합주), ‘바라춤’, ‘소고춤’,『곰비임비』,‘승무’와 『타울 사위』로 이루어져 있다. 전통과 창작의 접점에서 현대적 조화를 꽤한 이번 작품은 그래서 값지다.
덧배기춤이 낳은 ‘곰비임비’, 소고춤이 낳은 『곰비임비』는 춤의 변형미를 맛보게끔 해준다. 모두 호흡을 콘트롤해 내어야만 하는 동작들이 주류를 이룬다. 『타울 사위』는 승무의 동작이 일부 들어가 있어서 붙어진 이름이다.
박진미는 “삶은 풀고 맺음의 연속이다. 말은 의미망을 해체하고 춤사위는 세상의 씨줄과 날줄을 바로 잡는다. 나를 에워 싼 공간은 젖빛과 불꽃의 창백한 벽지이다.”라는 글이 그녀를 휘감는다. 그녀는 사랑이 필요하다.
『타울 사위』도 『곰비임비』처럼 실타래가 얽히고설키는 삶의 현상을 표현한다. 『곰비임비』는 삶의 희노애락의 일반을 묘사한 것이라면 『타울 사위』는 도시라는 정글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안무가 현재의 마음을 표현한다. 사선(死線)을 넘어 전투/무대에 임한 박진미의 작품은 그녀의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해서 그런지 암갈색의 우울이 안개처럼 끼고 오일 페인팅으로 덧칠한 어두움이 밀려온다. 그래서 이번 춤은 우울을 털어내는 춤이다.
춤은 백수광부의 처(妻)처럼 허탈한 웃음과 광기가 번뜩인다. 비범과 자괴감이 섞인 안무가가 마음의 방랑의 연대기를 쓴 것이다. 고백의 단상에 자신을 세우고 인생의 겨울에서 따스한 봄을 기다리는 그런 춤이 만들어졌다. 어려움을 딛고 극기하는 모습들은 디테일로 깔며 『타울 사위』는 네 개의 작은 장을 만든다.
1장- 허공을 맴돌며 자아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영혼이 있다. 등위에 탄 여자 무용수는 결국 주인공(박진미) 자신이다. 자신이 살아온 길을 자전적으로 나타낸다. 자신을 찾아 끝없이 방황하다가 결국 잠이 든다.
2장- 듀엣 씬은 간구하지만 내 것이 될 수 없는 현실, 모든 세상이 자신을 기피하는 것 같은 현실과 주인공과의 투쟁/밀고 당기는 싸움을 남녀의 듀엣으로 표현한다. 그리움과 외로움이 퇴적된다. 그러나 희망으로 일어선다.
3장- 2장에서 이어진 현실, 주변의 아름다움, 다정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군중의 고독을 느낀다. 듀엣 세 커플은 소시민의 여유로움을 추어 되고 그런 것을 느껴보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외로움의 춤을 춘다.
4장-자신을 기피하는 듯한 현실에 몸을 던진다. 남들과 같이 살 수 없는 현실, 항상 어두움 속에 갇혀 춤 연기를 해내지만 일어서야하고, 일어서야만 한다. 나의 존재는 내가 지킨다.
남녀 간의 뺏고 뺏기는 사랑 같은 느낌, 정글의 법칙, 모든 것이 대칭이 되어 그녀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확대해석을 차단하고 의연하게 일어서는 박진미의 『타울 사위』는 예인(藝人)이라면 거의 경험했을 법한 통과의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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