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생,춤 바람 나다

김종기 안무의 '숨Ⅱ, BreathⅡ, 2009'

장코폴로 2009. 2. 23. 16:44

무정(舞丁) 김종기의 극복의 춤
김종기 안무의 '숨Ⅱ, BreathⅡ, 2009'
 
장석용주간

 
2009년 2월 14일(토), 15(일) 춤전용 M극장에서 베스트 레파토리 전이 열렸다. 작년 8월 하순에 선을 보였던 작품들 중에 엄선된 작품이 버전을 달리해 무대에 올린 것이다. 그 중에서 김종기 안무의 '숨Ⅱ, BreathⅡ'는 살의에 빛나는 현실에 대한 통렬한 고백이다.
 
‘숨’은 영혼, 정신, 호흡, 생명력의 상징이다. 김종기, 배준용은 그들의 현실과 꿈, 이상향을 밝히는 실험 작들을 무대에 올렸다. 추지 않으면 좌절할 것 같은 막다른 골목에서 갈대밭을 헤치고 나아가듯 무사들은 빛을 자르고 무대에 땀을 뿌렸다.
 
안무가 김종기의 현실은 금붕어처럼 먹이를 먹지만 언제나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다. 어두운 그림자 속에 갇혀 공포를 먹이처럼 먹어 되고, 저인망처럼 촘촘히 옥죄는 현실의 무게를 이겨내기엔 버겁다. 그들은 춤추고 숨 쉬고 먹고 지낼 간절히 공간과 빛을 바라고 있다.
 
자신의 삶이 투영된 김종기와 배준용의 열연은 만다라(=원, 우주, 상생)의 이치를 깨닫고 싶은 몸부림이다. 그러나 김종기는 되돌이표 인생에서 ‘떠나가는 배’의 주인공이 되고자 함을 선언한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 춤꾼들에게 지금은  타이밍이 더욱 나쁘다.
 
김종기는 거칠고 다양한 움직임으로 단선(單線)의 이미지를 만들어냄에 있어 탁월한 우월성을 발휘한다. '숨'의 춤 연기는 다분히 사이코드라마의 외연을 훑어간다. 천장에 매달린 ‘금붕어’와 바닥의 ‘욕조’라는 상징적 코드로 설정된 무대 틈새로 고민과 갈등의 잔혹한 폭력의 미학이 깃들어 있다.
 
사내의 흐느낌에서 출발한 '숨'은 하이키 라이트, 찢어지는 금붕어 비닐봉지, 잔인하게 이루어지는 살인, 그 폭력의 허무를 일깨우는 음악으로 탄탄한 구성으로 작의에 부합되는 빛 결을 지니고 있다. 탈출구는 없는 것일까? 그 길에 대한 이야기를 김종기는 처연하게 수식한다.
 
묵직한 무게가 사내의 몸 위로 옮겨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 숨이 막혀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겁에 질려 온 몸이 뻣뻣해졌고 그렇지 않아도 어두웠지만 눈을 꽉 감았다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았는데, 자신을 엄습하는 주변의 공격이 진행된 것이다.
 
안무가는 작품 의도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즐기면서 살아야 된다.”에 맞추어져 있다. 자신의 명분과 목표아래 죽고, 죽이고, 또 살아남는 악순환은 종식되어져야 한다고 항변한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초상들을 거울을 들이대듯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격정적 춤 연기로 2009년의 춤 봄(dance spring)을 연  안무가 겸 춤 연기자 김종기에게 격려를 보내고, 다양한 수상경력을 지워버리고 동안거 같은 인내의 계절을 겪어내야만 더 큰 목적을 이룰 수 있음을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