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생,춤 바람 나다

신 솔 안무의 '시간을 걷는 기억'

장코폴로 2009. 3. 1. 10:57

여린 기억 속의 내 청춘
신 솔 안무의 '시간을 걷는 기억'
 
장석용주간

 
2월 15일 M극장에서 공연되었던 베스트 레퍼토리 중 신 솔 안무의 '시간을  걷는 기억'을 들추어낸다. 늘 전자 봉에 감지되는 자극과 파장을 느끼게 하는 반응이 청자 고은 빛에 반사된다. 의식의 근저를 흔드는 그녀의 춤은 춤만이 해낼 수 있는 장르의 존재성을 부각시킨다. 그 느낌과 동시대성은 어느 매체도 따를 수 없다. 

신 솔 무용의 출발은 깊은 사색에서 채취한 동양적 사유와 다양한 화엄의 세계이다. 경험론적 현실과 신비가 만나는 경계의 춤을 그녀는 추고 있다. 초 신비적 리얼리즘 속의 그녀의 춤사위는 파격적 실험, 기성세대에 대한 힐난, 혁명적 역발상, 적색과 백색에 대한 숭배적 카리스마 등으로 매너리즘에 대한 통렬한 해학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부토의 백색 제의를 흠모하듯 신 솔은 '거꾸로'로 관객들을 브레히트 작품에서 받는 거북함으로 만들더니,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 본선에 '후방, BACKWARD'으로 출전하고 아오야마 극장에 초청되는 광영을 입었다. 진정한 춤꾼으로 거듭 태어날 것을 깨달은 그녀는 주위의 시선을 차단하고 자신의 내적 성숙을 위한 내공쌓기에 골몰하고 있다. 

사실 신 솔은 새즈믄의 고통으로 각오를 다잡기까지 신열에 가까운 심한 슬럼프로 방랑의 수행자로 정진한 후 마음을 다잡은 열정의 춤꾼이다. 그녀는 고통과 참회에 관한 기억을 춤에 담아내었다. ‘시간‘ 에 관한 춤은 순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소중함과 소원하게 잊고 있었던 가족에 대한 ’친밀감‘의 발견이 그녀의 춤에 담겨있다.

누구나의 모든 인생노트에는 ‘복원’과 ‘수정’에 대한 소망과 담론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순간적 스침에 덧칠과 같은 추상의 매력은 없다. 신 솔은 덧없는 소모적 인생에 대한 후회에서 시작하여, 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춤이 멈추면 무대 뒤 영상으로 방금 추었던 춤을 되감기 시켜 음악과 함께 춤을 추도록 연출한다.

이 흐름을 보면서 관객들은 각자의 지나온 시간, 역사를 떠올리며 자신을 회상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되감기 영상은 신 솔이 원래 추고 싶었던 춤의 모습이며, 무대 위에서 무 음악에 맞춰 춘 춤은 원하지 않았던 어리석은 미완의 자신이 저질렀던 과거의 모습이다. 무대 위에 추어지는 춤과 영상속의 춤은 후회의 과거와 소망의 현실을 각각 나타낸다. 
 
신 솔 안무의 '시간을 걷는 기억'이 값진 것은 극복의 춤이기 때문이다.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해 춤을 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지금의 ‘이 순간이 바로 잠시 전의 미래이고, 잠시 후의 과거가 된다.’ 라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며,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지금에 충실하며 ' 후회  없는 시간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memory(기억) 와  remember(추억으로 만들어가기)는 정지와 진행으로 미묘함을 표출시키지만 그녀는 기억이 아닌  위한 노력으로 ‘시간’을 만들어 간다. 한 인간이 성장해가는 당연한 통과의례이지만 신 솔의 '시간을 걷는 기억'은 치장과 노력과 시간이 가오리연을 하늘높이 나를 수 있게 하는 이치를 닮아 있다.

신 솔, 미완의 대기(大器)인 그녀가 끝없는 진행형으로 춤을 추어 나갈 때, 우리 춤은 그 동력에 미약한 힘을 얻을 것이며, 자극을 받을 것이며, 작은 평화와 희망을 동시에 얻을 것이다. ‘이제는 돌아와 내 누이 앞에선’ 포근함과 안도의 찬가를 그녀는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녀의 '시간을 걷는 기억', 느린 흐름으로 성찰하게 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