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생,춤 바람 나다

이숙재 총연출의 총체 춤『남한산성 이야기』

장코폴로 2009. 2. 20. 16:54

이숙재 총연출의 총체 춤『남한산성 이야기』
-제2회 성남 국제무용제 전야제 시무극

제2회 성남 국제무용제의 화려한 막을 올린 것은 5일 남한산성 남문을 배경으로 치욕의 역사를 쓸어내고 진혼의 예를 갖추며 민족자존의 의지를 밝힌 『남한산성 이야기』이야기 이다. 역사적 사실과 재현의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춤극은 흥미진진했다.
연출이 되어버린 굵은 비는 역사적 치욕을 기리는 백성들의 눈물이 되었고 가공이 없는 야외무대는 사실감을 더해 주었다. ‘고성(古城)에서의 치욕’을 현대 공간에 접목시킨 시무극(詩舞劇)은 남한산성 축제가 국제 브랜드가 될 수 있음을 여실히 증명하였다.
삼학사의 애환과 선비의 기개가 하늘을 찔렀던 당시 남한산성의 기표와 기의를 이해시키는 선지적 애국 작업은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흥분되는 일은 에딘버러나 유카딴을 들지 않더라도 ‘남한산성’은 이미 고정관객을 모을 조짐을 충분히 보이고 있다.
성남 춤 축제의 품격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킨『남한산성 이야기』는 이숙재(한양대 교수, 안무가, 총연출), 국수호(디딤무용단 단장, 구상), 이건청(목월 포럼 회장, 시인, 대본), 이해준(한양대 겸임교수,공동안무)과 김승일(중앙대 교수,공동안무),국제 무용제 대상에 빛나는 신종철(지도위원)과 같은 전문가들의 적극적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해 진 것이다.
조선조, 광주 벌 어린 마을 성남을 지키는 남한산성은 백성들이 결사항전한 곳이다. 그 투혼을 간직한 다양한 성(城)가운데 일부를 살필 수 있었던 이번 작품은 성남 이미지 제고와 자연과 춤의 접목을 통해 산성 축제의 화려한 서막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연기자 박정자의 혼신을 다한 내레이션은 우리 민족의 기개를 읽게 해주었다. 춥고 음습한 성터에는 계속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백성을 위해 무릎을 꿇은 인조와 왕의 뜻을 따르는 백성의 충성심을 나타내는 군무는 장관이다.
1장 ‘초혼(招魂)’은 남한산성에서 전사한 호국 영령들에게 초혼제를 지내면서 시작된다. 남성 무용수의 독무에 북소리가 따른다. 음악에 따라 칠십 여명의 무용수가 양쪽에서 향을 들고 무대 쪽으로 전진한다. 이 ‘초혼’의 장엄함과 슬픔이 비가 되어 내리고 있었다.
2장 ‘망월’은 산성의 정신을 상징하는 노파(박정자)의 시가 낭송되며, 시간과 역사를 관통하는 타임 머쉰은 용광로를 닮는다. 3장 ‘환란의 중심’에서는 남한산성의 양면을 보여주면서도 남한산성이 극기의 중심이었음을 알린다. 4장 ‘산성의 봄’은 산성의 4계와 역사를 서사적 틀에 엮고 축제를 축하하는 잔치마당이 된다.
투혼을 발휘한 춤 연기자들은 경사진 비탈길 위에서 백성이 되고, 제관이 되고, 군사가 되고, ‘ 기 소르망의 소’가 되고, 깃발이 되었다. 황토에 물든 백성들의 옷은 그대로 고난의 상징이 되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산 속에 뿌려진 야간 조명은 성벽을 수시로 스쳐갔으며, 빗물에 젖은 천으로 영상은 밝은 영상을 구하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역사를 읽게 해주었고, 애환의 사운드는 밤을 울었다. 희노애락을 연출한 총연출의 노력이 돋보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