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샘 옆 미술관

조현동의 ‘자연-순환-이야기’ 展

장코폴로 2009. 2. 23. 14:49

자연속의 인간, 역사 속의 삶
조현동의 ‘자연-순환-이야기’ 展
 
장석용주간

 
보리향이 금세 전해질것 같은 대 서정의 한국화가 조현동(1962년 남원출생)의 ‘자연-순환-이야기’ 展이 봄바람을 타고 우수인 2009년 2월 18일(수)부터 3월 19일(목)까지의 한 달간 여정으로 갤러리 에이 더블유(Gallery AW, 구 하림각)에서 열리고 있다.
 
널찍한 갤러리 공간속의 조현동의 작품들은 몽유도원 속의 자유와 소통을 이야기 하고 있다. 마, 면, 한지와의 혼합과 아크릴 작업들의 변주가 빚은 작품마다 경과된 시간만큼 세월이 누적된다. 자연이란 캔버스 위에 코리언들의 삶이 배치되고 작은 이야기가 진행된다.
 
화려한 바탕색에 서정을 머금은 꽃과 나비, 새와 조개와 같은 소재들은 차분하게 세상의 자양분이 무엇인가를 깨우친다. 대지를 풍요롭게 만드는 식물들에 대한 고마움이 자리 잡고, 질서를 만들어 내는 대 자연의 위대함이 부각된다.
 
화간(畵間) 틈을 한국화 함으로서 작가의식을 도출하는 작가의 신앙 같은 견고한 그림이야기와 이야기 전달 방식의 다양성으로 작품들은 신비감을 더해간다. 그 신비감과 대중적 친밀감은 ‘더 게임’ 같은 영화와 ‘올드미스 다이어리’와 같은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다양한 규격의 작품들은 나비유희로 사실감과 환타지성을 동시에 나타내며,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운 춤사위를 연출해낸다. 작가의 동양적 자연주의관과 자연에 대한 경외감, 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는 생명과 탄생, 그 속에서 우리들의 퇴적된 역사(조개)를 들추어낸다.
 
역사의 연결고리이자 중재자 나비는 매개체이며, 그림들의 수식적 자개의 구형서사는 세월의 조합과 균제적 정렬과 규칙을 보여준다. 작가가 그림을 통해 역사를 현대적으로 형성해 나아가는 과정은 작가의 놀라운 역사 투사성 혹은 사물에 대한 달관적 관조의 성과물이다. 

조현동의 색채미학은 한국의 전통 색깔을 밑바탕으로 두고 보색관계를 고려함이 우선이고, 그 것의 핵심적 모티브는 한복과 같은 친밀하면서도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한국적 인상의 재질들이다.
 
조현동은 그림에서 틈새보기와 같은 호기심을 늘 가동시킨다. 조현동의 적색 바탕은 생에 대한 간절한 열정이며, 녹색은 평화를 기원한다. 그의 연두색은 한량없는 슬픔이며, 주황색은 갈등과 격동의 현실이다.
 
이야기들을 금세 쏟아 낼 것 같은 수세미와 리시안 같은 식물, 주변의 이야기꾼들이 될 수 있는 박새나 조개, 나비, 물고기 같은 작은 동물들을 그림에 배치시킴으로서 조현동은 작지만 긴 설화를 매일 창조한다. 그림 이야기꾼 조현동의 작품은 곧장 민화로 연결된다.
 
그의 달맞이꽃은 밤을 형상화하고 아침과 밤의 만남이란 매직 아우어를 만들어 낸다. 조현동은 청화백자의 순백으로 자신의 고결함을 나타내고 자연에 순응하는 자연친화적 사유의 공간을 창출한다. 원색의 바탕 위에 등장하는 오브제들은 순환의 이치를 읽게 해준다.
 
생성, 소멸의 개념은 조현동의 화면구성에 있어서 분할로 해독되며, 화려한 색채와 소박한 색채는 각각 생성과 소멸을 상징한다. 순환의 고리에서 새와 나비는 내러티브의 선봉이다. 그의 그림에는 많은 전설과 신화가 꿈틀되고 많은 동화들이 생생하게 숨 쉬고 있다.
 
조현동, 그의 맑은 눈은 고라니를 닮아 있다. 작가는 느리고 긴 호흡으로 따스하게 세상을 바라본다. 세상의 순리와 순환의 이야기를 시적 서사와 순환으로 풀어내는 그는 소라껍질로 상징되는 우리들의 흔적을 찾아내는 이 시대의 진정한 한국화가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