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환 著『노예처럼 작업하고 신처럼 창조하다』
위대한 예술가(조각가, 화가), 장인(匠人) 문신(文信)(1923-1995)의 일대기를 서술한 책 한 권이 신선한 충격과 스테디 셀러의 가능성을 주고 있다. 마산 MBC PD 주임환은 현장감 넘치는 문신 동행 취재 기록을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1985년, 1992년, 1995년 문신 TV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바 있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극적 구성으로 진한 감동이 묻어난다.
거장의 명작감상, 거장의 전설시대, 거장의 화가시대, 프랑스 조각시대, 추산동 열정시대, 거장의 작품세계, 사랑과 우정, 훈장과 매스컴, 문신의 인간과 예술, 문신의 육필원고들로 장을 꾸린 이 책은 1집과 2집으로 칼라와 볼륨을 조정하여 흥미를 더하고 있다.
문신의 생활신조를 책제목으로 뽑은 이 책은 문 신 작품에 대한 신화 엿보기와 로댕, 헨리 무어 같은 조각가로 숭상되는 문신을 사실적으로 서술, 운명과 정면승부 하는 무사 문신의 인간적 면모를 아주 친밀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동반자인 여류화가 최성숙(숙명여대 교수)여사와의 만남은 운명적이며 신비스럽게 그려진다.
이 책은 거장의 작품을 간접적으로 감상할 계기를 제공하고, 작가의 철학, 오브제가 된 소재들에 대한 이해, 문신 미술관 탄생 배경, 문신 사후 문신의 유지(遺志)가 사후에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문신 브랜드의 국제적으로 확대 재생산 가능성을 가늠케 한다.
국내 보다는 외국에서 더 잘 알려져 있고, 국내․외서 작업한 문신의 드로잉과 조각 작품들은 다양한 예술작품의 소재로 재탄생되고 있다. 보석, 넥타이, 의류 등 많은 아이템에 문신의 예술작품은 소중하게 사용되고 있다. 문신이 귀국해 작업장으로 쓰이던 추산동은 ‘추산동 이야기’의 주무대가 되고 이곳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명소가 되었다.
예술 애호국 이라면 문신의 조각품을 소장하거니 전시하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다. 음악과 같은 타 장르에서조차 문신 작품에 존중의 예를 갖춘다. 유엔대표부 앞에 문신의 조각이 일년 내내 전시되고, 유서 깊은 유럽 명소에 그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바덴바덴 오케스트라가 문신을 위해 작곡을 하고 여러 차례 연주회를 가졌다. 장르를 떠나 외국에서부터 문신은 마산이 낳은 세계 거장임이 입증되었다.
저자는 문신을 직접 면담하면서 문신의 어린 시절부터 생존시 까지를 세묘했다. 문신은 그리움을 안고 바다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윽한 서정을 바탕으로 풍부한 상상력을 창조시켰을 그도 성장하면서 극장 간판을 그리고 한없는 외로움을 감내, 체득해야만 했다. 현해탄을 밀항하고 화가의 꿈을 접을 수 없었던 그는 그림 작업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노예처럼 작업하고 신처럼 창조하다』로 화려하게 부활된 문신의 삶과 예술작품들, <고기잡이>,<야전병원>과 같은 작품들, 많은 풍물 작품들은 파리의 조각가로 변신을 돕는 귀중한 밑거름이 되었다. 그의 숨결과 예술 혼은 서거 10주년이 지나 더욱 빛나고 있다. 2007년, 가을 국회에서는 문신의 국제 브랜드화를 위한 세미나가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흔들리던 결혼생활에서 등장한 여인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처절한 작업은 문신을 외국에서는 ‘태양의 인간’으로 국내에서는 ‘올림픽’의 영웅으로 만들었다. 귀국해서 추산동에서의 삶이 문신으로서는 가장 행복한 삶이 아니었을까?
흑단같이 단단했던 그도 암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예술에 대한 무지로 조국에 섭섭함을 느꼈을 문신, 허나 ‘그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로 노예의 삶을 벗은 그는 행복할 수 있다.’ 라고 저자는 결론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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