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생,춤 바람 나다

임학선 예술감독의 무대를 빛낸 춤 네 편

장코폴로 2009. 2. 6. 10:36

   ‘댄스 위’의 2008년 창작무대

  임학선 예술감독의 무대를 빛낸 춤 네 편     
 

       임학선(성균관대 교수)의 제자들이 주축이 된 ‘댄스 위’는 창작무대( Creative Stage ) 의 새로운 전형을 선보였다. 작년에 이어 6월 13(금) 8시, 14일(토)  6시 춤 전용 M극장에서 의욕적 작품들은 원시적 처녀성을 드러내고, 초자연적 신비감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유혜진 안무의 『버릴 心, Mind To Empty』, 김미영 안무의 『기어서 온몸으로, With Whole Body Crawling』, 김수정 안무의  『내안의 돛, Mast In My Mind』, 정향숙 안무의 『웡이자랑, My Proud Wongi 』은 임학선의 역량이 후학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발전하고, 뿌리를 내리며, 미래의 소중한 무용자원이 되는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댄스 위’는 그동안 동양철학과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춤의 무궁무진한 소재 개발에 주력하였고, 그 대표적 경우가 『공자, 孔子』이다. 임학선은 견고한 정형에다 오락적 요소를 가미, 춤의 예술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과감성을 보여주고 있다.
 ‘댄스 위’의 기량들은 우리 춤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임학선 브랜드로 출시된 신인 안무가들은 전통이란 기본적 틀 위에 독창적 현대성을 확보, 춤 문화의 수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안무가로 선보인 네 명은 춤 예술가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테크니션들 이다.
 
 신인 안무가들의 신작들 장점은 무엇보다 전통과 예술의 순응적 지향에 있다. 도발과 도전이란 쉬운 길을 우회하여 숭상될 대상을 정하고 춤의 품격을 높이며, 동행의 자세는 자연과 하나 되는 현자(賢者)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첫 번째 작품 유혜진 안무의 『버릴 心』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집착을 꼬집는다. ‘버릴지어다’로 축약할 수 있는 작품의 주제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삶의 진정성에 무게를 둘 것을 주문하고 있다. 창작에 대한 열정이 돋보인 이 작품은 특히 세기(細技)가 뛰어나다. 
 
 여린 가야금 현 위로 사랑니를 앓듯 강인함을 토해놓는 유혜진의 춤은 꽃이 된 그녀의 존재를 읽게 해준다. 그녀가 간절히 바라는 소통과 인간됨이 니힐리즘과 냉소로 변하지 않도록 좋은 사회사 가 쓰여 져야 한다. 수맥 찾기와 같은 신비감으로 바라본 ‘그녀와 그들의 풍경’은 여전히 싱그럽다.
 
 해탈과 무소유의 철학적 명제를 생각해내는 유혜진, 그녀 작품 속의 예술성, 그 속에 욕심이 지혜의 똬리를 틀고 있다. 그녀는 춤 욕심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울심(鬱心),욕심(慾心),허심(虛心)을 분석, 코리언 신사실주의 춤의 건전한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김미영 안무의『기어서 온몸으로』는 티베트의 ‘오체투지’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머리와 두 손, 두 무릎을 땅에 던짐으로서 신과 하나가 되고, 신의 뜻에 순종 하겠다는 맹세는 감동적이다. 그녀는 대자연의 기를 다 모아 기도하듯 열심을 다한다. 느긋함 속에 피어나는 명상의 감동을 표현한다.  
 
 신을 영접하는 감동에서 말없이 흘렸을 눈물, 그 눈물은 빙하가 되고, 기도는 열성이 가미된다.   탐욕으로 어지러운 가난한 땅을 위한 기도는 물질적 풍요로움에 젖어있는 보통사람들을 일깨운다. 무예를 하듯 기어서 온몸으로 연기한 전민정, 이보름, 박완주, 권나현, 김미영의 열공이 놀랍다. 
 
 인류와 환경을 기원하는 김미영 팀의 성스런 오체투지는 ‘길 위의 사람들’을 더욱 고결하게 보이게 하고, 이 의식에 초대된 우리는 고마움과 각오를 다지지 않을 수 없다. 염주 알이 된 무용수들의 역무 (力舞) 가 흥미롭다. 다양한 자세가 주는 자연미가 이 춤의 매력을 더해준다.
 
 김수정 안무의 『내안의 돛』은 김수정版 ‘마음의 행로’이다. 항해의 향방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의 방향‘이 아니라 ‘돛의 방향’이다. 인생살이도 마찬가지이다.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소탐대실, 인생이란 ‘길’을 살아가면서 부닥치는 원초적 질문, Was bin Ich?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바람과 돛의 관계를 두고 시작된다.  
 
 수정의 보랏빛 자아 탐구, 그녀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회한, 스쳐간 바람의 전설에 대한 미련, 춘
(春)·우(雨)·등(燈)을 두고 벌인 『내안의 돛』은 낭만적 문답이 될 수밖에 없고, 누구나 스쳐갈 여성적 감정선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큰 울림으로 맞이한 그녀의 춤이 그녀가 고민하는 것을 털어낼 해답 중의 하나이다. 양지현, 최희아, 홍지인은 김수정과 조화를 잘 이루었다.
 
 정향숙 안무의 『웡이자랑』은  안무작 『취화, 2004』,『당겨진 화살, 2007』이래 본격적으로 만든 향토물이다. 제주도 자장가인 ‘웡이자랑을 모태로 어머니, 아이들, 웡이가 등장하는 춤판엔 가족, 민족의 애환, 향토색 짙은 휴머니즘이 번뜩인다.
 
 현재 우리 삶속에 ‘웡이’의 의미를 추적하는 정향숙은 미완의 인간들이 겪어내는 갖가지 심리학적 문제를 치유해내는 방식으로 어머니의 자장가로 설정하고 안식처를 마련한다. 웡이는 삼별초의 대몽항쟁 시 제주를 침략한 몽고 장군이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웡이’를 제주도 아낙들은 아이를 재울 때 사용했다. 서정적 판타지가 가득한 이 작품은 아련한 그리움과 애환이 춤에 잘 녹아 있다. 정보경, 마리아, 이엄지, 조형준, 김주빈이 열연한 이 작품은 후속작 시리즈를 계속해도 좋을 것 같다.  
 
 아직  ‘자장가’ 웡이자랑 웡이자랑 자랑자랑 웡이자랑/ 우리아긴 자는 소리 놈의 아긴 우는소리 로고나/ 웡이자랑 웡이자랑 웡이자랑 웡이 웡이 웡이자랑/의 노래가 들리는 듯 하다.
 
 전반적으로 네 편의 작품은 품격을 갖춘 작품으로 다른 형태로의 변형도 가능할 것 같다. 억척스럽게 창작무용을 고스 해온 임학선 예술감독의 기다림이 결실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