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생,춤 바람 나다

백현순의 창작 춤 프리즘 이십오 년

장코폴로 2009. 2. 3. 10:05

                백현순의 창작 춤 프리즘 이십오 년    


   백현순 안무의『천계』,『태양새 유토피아를 날다』

  -달구벌 화기를 다스리고 무궁발전을 축원하는 제(祭)


 봄꽃에 취해 잊어야 했던 오월을 아우르고 달구 벌의 뜨거운 기운을 잠재우는 의식은 본거지 대구를 떠나 생각할 수 없는 백현순(한체대 무용학과 교수)과 대구무용단, 창원시립무용단,한체대 무용집단에 의해 이루어졌다.

 2008년 5월 24일,오후 6시 ,대구 오페라 하우스 높은 천장은 뜨거운 울림을 전하고, 두툼한 벽은 몇 년을 거쳐 온 땀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다. 2007년 10월 2일 노원문화예술회관, 2008년 5월 10일 성남아트센터에 이은  대구 공연은 변형을 거듭하며 백현순 춤의 완숙미를 보여주었다.

 백현순의 두 작품, 민족의 자존과 자긍심을 드높일『천계』와『태양새 유토피아를 날다』는 ‘삶, 그 이상의 고도’에서 느끼는 인간 정신의 숭고함과, 태양새가 부활하여 둥지로 찾는 과정을 흥미롭게 전개시킨다.

 백현순은 창작무용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함으로써 한국무용제전과 서울에서 연기력과 화제를 불러 모았고,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입증시킴으로서  중앙무대에서 깔끔한 무타(舞打)를 성공시켰고 무한한 미래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천계』는 춤의 시원을 찾아가는 의식의 흐름을 그리고 있다. 다소 철학적인 명제를 우리 삶에 밀착시키면서 춤이 우리 삶의 근간을 이룬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춤의 속살을 느끼며, 의식의 이미지화를 시도하며 우리와 소통을 시도하는 작업은 교훈적이다.

  상고사에서 출발한 『태양새 유토피아를 날다』는 민족의 무궁한 발전과 서정적 낭만을 동시에 담고 있다. 분지를 고원이 되고, 고원은 유토피아가 된다. 도입부의 ‘하늘민족’은 환상적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 민족 형성 과정은 느린 서정으로 몰입을 유도한다.

 서사적 내러티브에 꽃비처럼 내리는 낭만의 핵심, 이윽고 부리가 길지만 벼슬이 있고, 착지할 때 만 세발이 된다는 태양새는 능숙하게 춤을 춘다.

 고조선 탄생 전부터 북방에 태양 속에 산다는 전설상의 태양새가 있었다. 태양새(三足烏)는 고분벽화(장천1호분, 각저총 등)에서 발견되며 한국인의 우주관, 생명관을 반영한다. 영상과 조명은 ‘태양새’의 비상과 아픔, 미래를 쉼 없이 보묘(補描)해 낸다.

 태양 속에 살고 있으니 검게 보일 수 도 있고 엄청난 위력과 카리스마의 상징이었던 이 새의 존재를 무지 속에 방기한 것은 조상에 대한 무례이다. 태양새의 잘못된 문양은 이기향의 의상에서 수정되고, 품격을 위해 의도적으로 대부분의 의상은 화려한 원색을 우회한다.

 고구려, 백제, 신라를 상징하는 3인무가 끝나면, 도움이 필요할 때 우리를 늘 도와주었던 민족의 대표적 상징물 태양새는 전쟁, 국론분열과 사리사욕에 빠진 탐관오리를 보면 사라진다. 전쟁과 아픔을 스쳐가고 백성들의 울음이 하늘에 닿는다.

 태양새는 민족의 분열로 사라진다. 안정을 희구하는 ‘삼을 위한 춤’과 상처의 치유를 하는 ‘물을 위한 춤’이 백현순에 의해 처연하게 추어지면서 태양새는 서서히 미동을 하고 희망을 보여준다. 미래의 태양새가 나타나면서 백성들은 흥겨운 춤판을 연다.

 불과 분란을 다스리는 태양새는 화기를 잠재우고 평화를 가져온다. 작은 태양새들의 축복을 받은 대지에는 평화가 깃들고 우리민족은 화합을 약속한다. 어둠을 걷히고 온 누리에는 영광의 빛이 비친다.

 하늘의 지배자, 태양새는 신앙처럼 민족 상심을 치유하며 지속적 희망을 얘기한다. 하늘민족이 동방의 아침을 경건으로 열고, 평강의 춤이 추어진다. 불기운을 잠재운 태양새의 비상은 고원에 평화를 가져온다.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될 ‘태양새’가 우리고원(=한반도)을 다시 날 때 우리 민족은 대 축복을 받는다.

 세사(細沙,미세모래)가 비처럼 내리는 가운데 시민들이 평화를 간지럽히며 완급을 구사하면 서서히 암전되면서 이 낭만적 서사는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