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엄청난 관객을 모으며 막을 내린 춤 전용 M극장 개관 1주년 기념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이해준 안무의 『의식』으로 끝났다. 우리시대의 전방위 춤 작가 이해준은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의 실험성을 철학적 담론으로 정리하였다.
의식의 규명을 위한 춤은 철학자들의 분류학을 동원하고 통념을 깬 관점들이 가시화되었다. 『의식』은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관념적 행위들이 만들어 내는 편안한 일상에서 벗어나 깨어있는 의식과 자기의지로의 삶을 향하고 이것들을 밝혀내는 공간탐험기이다.
이해준 안무는 자유성에서 출발한다. 세상을 향하는 그의 시선은 언제나 여유롭다. 허허롭다가 코믹성이 발동되며 인간 가치의 평등성을 주장한다. 그는 인내와 연마를 바탕으로 타자에게 끝없는 설득을 한다. 그의 낭만성은 극단의 단 초적 삶의 허구성을 파헤친다.
작은 호흡과 몸의 떨림도 감지되는 프로들의 무덤인 소극장에서 이해준은 흰 고래를 찾아 떠나는 포경 선원처럼 “의식의 흐름을 찾아서 ‘작은 항해’를 한다. 작살은 그에게 주어졌고, 그는 주저하던 선원들을 검투사로 조련시켜 의례적 춤의 파(破)를 향해 질주한다.
뜨거운 열기위에 뿌려지는 냉기는 이보경, 손영민, 김준영, 성아름에 의해 이루어졌다. 신선도와 지성이 느껴지는 삼십대 이해준의 안무는 도도한 자신만의 개성을 발하며 네 명의 춤꾼들을 경쟁시키듯 개별화와 통합의 묘기를 드러내도록 만들었다.
『의식』의 신비는 우리 재료 위에 현대 소스를 가미, 이 시대의 퓨전 음식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그 손맛은 이해준 만이 해낸다. 여린 묘목에서 야생으로 커 가는 가능성을 보이는 ‘대결의 장’이 서는 바른 의식을 위한 세레모니는 성공적이다.
『의식』은 미완의 병기이다. 음계와 볼티지, 색감과 배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게릴라적 상상력이 가미되어 있다. 춤 철학의 기본 코드가 된 이 작품이 헤세의 ‘모래알 유희’의 구성력과 만난다면 이 작품은 자존의 상실과 시대의 갈증을 채워 줄 것이다.
초여름의 열기를 몰고 잔잔한 이야기 거리를 제공한『의식』의 수사학이 빛나는 것은 타우너 이해준과 동질의 희노애락을 경험한 춤꾼들의 의기투합이 있었기 때문이다. 브레히트적 소외효과와 감정이입이 혼재하면서 전개시킨 이해준의 통일시대의 우화는 북녘 사람들도 꽤나 흥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해학·풍자·오락 요소가 듬뿍한 이 작품의 현대성은 무수한 대입 항이 만들어 질 것이고, 가변의 춤 틀은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의 다양한 양식처럼 진화할 것이다. 한번쯤 생각해보았을 가깝지만 먼 ‘의식과의 놀이’ 혹은 ‘의식 분석’ 체험은 모두에게 유익했다.
고난도 테크닉으로 심리분석을 해내는 춤꾼들의 완급을 조절하는 다양한 몸 연기, 제한된 공간 속의 블로킹, 적절한 조명, 공간 극대화 사용 등 자신을 도구화한 열정은 포이동의 밤을 뜨겁게 달군 이 작품의 덕목이다.
혼돈 속의 절대 안정을 보여준 이 작품은 ‘자유스런 의식(意識)의 성스런 의식(儀式)’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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