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역사 탐방로에서 반드시 만나야 될 박물관 가이드 북
한의숙의 『얘들아 박물관 가자, 역사공간 펴냄』
삼청동에서 내려다보면 사철 늘 신비감을 주었던 경복궁에 대한 추억은 구룡포 아이 상득과 더불어 시작된다. 힘들었던 재수 시절에 만난 그 친구와 나는 고궁 박물관을 다니면서 작지만 나름대로의 미래의 원대한 꿈을 설계하였다.
박물관 내부는 밋밋한 파스텔 톤을 띠고 있었고 그곳에 가면 느낌만은 마치 조상들의 심장 한가운데 있는 듯한 짜릿함과 뜨거움을 느꼈다. 박물관에서의 친구와의 짧은 만남들은 과실 원액의 실체를 맛본 듯한 흥분으로 가득했다. 변변한 가이드북도 없었고 칼라 개념이 증발된 팜프렛들도 고마운 정보원이 되었다.
한국의 박물관들도 궁핍했던 기억을 털어내고 화려하게 축조되고 있다. 여기에 걸맞는 박물관 가이드 북이 필연적 등장을 했다. 박물관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낮은 데로 눈높이를 낮춘 한의숙 선생의『얘들아 박물관 가자』가 그 전형이다.
에베레스트의 미답봉이었던 무크 파르밧을 밟는 기분으로 그녀의 책을 들추어보았다. 비닐 팩 속에 든 박물관 이야기는 다양한 방법으로 느낌을 추스르는 호미나 괭이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내 추억속의 박물관이 아니라 언제나 접할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어 가는 방법, 보물창고를 만드는 기법들이 듬뿍 실려 있었다.
그 나라의 자존과 전통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은 단연 박물관이다. 영국의 대영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일본의 도쿄 국립박물관, 대만의 고궁 박물관, 한국의 국립 박물관,스미스소니언 역사박물관 등은 무수한 도자기,회화,서예,공예,서책,장신구,건축물을 소장하고 있다.
명소를 더욱 값지게 하는 것은 자세한 설명을 담은 책들이다.『얘들아 박물관 가자』는 고품격 소장품을 간직한 우리의 박물관 스무 곳 에 대한 명쾌한 글과 도해, 사진 설명으로 작은 도자기 한 조각에도 조상들의 피와 땀, 역사의 숨결이 스며있음을 차분히 역설한다.
이 책의 구성은 그림동화, 기록문, 역할놀이, 박물관 도록,포스터,신문기사,학습지,안내책자,만화, 소논문, 편지, 일기, 스티커, 그림 순서도, 그림카드, 소책자, 그림일기, 사진첩, 인터뷰와 같은 다양한 형식으로 글쓰기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한국화폐은행 박물관, 아름다운 차 박물관, 별난 물건 박물관,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 의학 박물관, 짚풀 생활사 박물관, 삼성어린이 박물관, 생명과학체험박물관, 허준박물관, 옹기민속박물관, 중남미박물관, 철도 박물관, 유럽자기박물관,부천자연생태박물관,활박물관,덕포진교육박물관,한국등잔박물관,디아모레뮤지움 스무 곳은 테마별 소재가 특이해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열강에 원격조종된 향락문화에 찌들어 식탐과 일회성놀이에 취해있는 많은 나라들이 박물관 문화의 숭고함을 배움으로서 선진국의 체통을 차려가고 있음을 여러 곳에서 보아 왔다. 어릴 때부터 조상들의 소중한 유물들을 접합으로써 그들의 생활과 역사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슬기로움과 창작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을 체계적이며 체험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다.
명장들의 솜씨가 깃든 박물관에서 다양한 테마의 소재들이 벌이는 박물관 체험에 필수품으로 『박물관 견학이 공부 잘하는 아이를 만든다』,『너 이런 박물관 가봤니?』의 3부작『얘들아 박물관 가자』는 소중한 박물관 가이드 북이다.
박물관의 유물이 빛나 보이는 것은 이것을 기록하고 가꾸는 우리들이 있기 때문이다. 새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 이 책과 함께 박물관으로 가는 사람들은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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