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는 장샘

괴테지음 임용호 옮김,『괴테의 예술동화』

장코폴로 2009. 2. 6. 10:58

    괴테와 떠나는 동화기행

                   괴테지음 임용호 옮김,『괴테의 예술동화』


 만화의 시원이자 환타지의 보고인 괴테 문학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질 종문화사의 『괴테의 예술동화』는 독문학박사 임용호씨가 맛깔스럽게 번역한 문학이란 요리의 애피타이져 이다.

 고품격 동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우리 실정에서 그리스․ 로마의 상상의 다리를 넘어 게르만 족의 전설까지를 어우를 수 있는 책과의 만남은 행운이다.

 뭇 여성들의 흠모를 받은 채 홍조를 띈 미남 괴테가 프랑크프루트의 서재에서 빚어낸 동화들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의 우울을 순식간에 털어내고 미야자끼 하야오의 만화 영화에 빠져들 듯 이 작품은 낭만적 환타지의 세계로 곧장 빠져들게 한다.

 괴테가 평생 쓴 세편의 동화를 가볍게 접할 수 있는 연회에는 『새로운 파리스』,『새로운 멜루지네』,『동화』가 초대되었다. 대작 속에 삽입되었던 동화들을 꿀사과에서 꿀을 빼내듯이 뽑아낸 이 동화들은 달콤한 맛이 바구니와 항아리에 가득 스며들 듯 하다.  

 괴테의 동화를 갖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우리는 프랑스 마술사 죠르쥬 멜리어스가 만든 『월세계 여행』의 흥분과 쥴 베른의『해저 이만리』를 탐사하는 짜릿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괴테의 이야기 보리수 터널을 건너가다 보면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를 만날 수 있고,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물의 요정 멜루지네의 눈물을 볼 수 있다.

 동화가 무르익으면 녹색뱀과 백합의 대화를 들으면서 우리는 하늘에 빛나는 별을 헤아릴 수 있다. 나룻배에서 보이는 도깨비불, 잠든 에메랄드 빛 잎사귀 위로 이슬이 떨어진다.

  ‘2006 월드컵’ 때 프랑푸르트의 강변을 거닐면서 이 동화를 읽고, 괴테와의 대화를 시도 한다면 우리는 또 한편의 동화를 쓰는 셈이 된다.   

 예술동화에서 문호 괴테의 엄청난 상징과 메타퍼는 이 책이 일회용이 아니라 분위기를 음미하고 문학의 깊은 향을 들이 마시게끔 하고 괴테의 동화에 마술처럼 빠져들게 한다. 

 동화를 통해 우리는 역사와 더불어 명멸하는 대왕과 귀족들의 칭송받을 부분과 욕심없는 동심의 세계, 동물과 식물에 해박한 괴테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이 짤막한 ‘예술동화’는 고대와 현대를 어우르는 다양한 비쥬얼을 생각할 공간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고, 이슬에서 황금, 황금사과에서 카나리아의 울음에 이르는 음역까지 열린공간의 사운드 환타지도 병행하고 있다.

 숱하게 오버랩되는 장면들이 연출해내는 상상속의 미쟝센은 동화가 살아있음 느끼게 한다. 또한 딥 블루에서 레드, 골드, 화이트 를 두루 섭렵하다가 다시 흑, 적, 황으로 대지와 하늘의 자유를 느끼는 괴테의 필치는 삽살개의 머리털처럼 부드럽게 스쳐가고 있다.

 귀공자가 꿈꿀 수 있는 상상력을 총 동원한  ‘예술동화’는 바람의 전설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꽃의 신화와 ‘유리알 유희’를 앞서는 현란한 언어감각을 맛보게 한다.

 괴테의 ‘수선화’의 모티브를 빌어 백합의 슬픈 사연을 빌어오는가 하면, 쌩떽쥐베리의 『어린왕자』의 모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담론의 제공자들은 언제나 맥을 이어오고 있다.

 담백함과 함축성으로 다가오는『괴테의 예술동화』는 세상을 관조하고 세상을 즐기고자 하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꼭 알맞은 핸디북이다. 그냥 통째로 외우고픈 작은 책이다. 그러나 표지의 화려함 만큼이나 내용도 튼실한 동화이다. 

 작지만 큰 뜻이 담긴 『괴테의 예술동화』는 동화의 기품을 느끼면서 흔쾌히 친해지고 싶은 작품이다. 좋은 작품에 찬사를 보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