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생,춤 바람 나다

류석훈 안무, 이윤경 연출의 『그래피티 2008, Graffiti 2008』

장코폴로 2009. 1. 30. 09:36

류석훈 안무, 이윤경 연출의 『그래피티 2008, Graffiti 2008』

2월 23일(토) 오후 4시,7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더 바디’의 현대 무용가 류석훈은 낙서를 모티브로 한 『그래피티 2008』로 미로 같은 ‘인간의 내면 찾아가기’를 시도한다.
‘무상(舞想) 길 위의 삶’ 혹은 길(La Strada)의 의미로 압축되는 ‘벽’, ‘관계’, ‘낙서하기’는 커플의 삶 위에 걸쳐있는 장애물, 그것을 지켜보며 무력함을 발견할 때 자신들을 표현한다.
자신을 달랠 수 있는 낙서는 반성을 통해 전정(前程)을 맑게 해주는 도구이다. 류석훈의 춤 성향이 드러나는 일면이다. 무사적 열정을 우회하여 냉정함으로 극기한다.
류석훈과 이윤경은 이 작품을 통해 상위개념으로 와 닿는 대상의 다양성, 무상(舞像)과 움직임, 빛과 사운드를 부각시키며, ‘인간 심연의 부드러움과 고독’ 등을 농밀하게 표현한다.
흑고니의 우울과 심고,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풍자의 일환으로 전개되는 사회 고발적 요소들을 침작시킨 류석훈의 전작들의 파고가 묻어나는 무자년 신작들도 냉소의 틀 안에 있다.
밀레니엄을 차고 나온 열정과 기교의 테크니션들의 자기성찰에 의한 자아(自我,Ich) 공양/보시는 현대성을 담보한 ‘끄레아시옹(creation)'의 전형으로 비춰진다.
현대무용계의 선언적 무용단체 <The Body>의 2008년 신작은 김영재, 기진령, 박지은, 박철중, 최선희, 강진주, 한승훈와 같은 춤꾼들의 사연만큼 다채로움과 독특함을 보여준다.
‘생의 나침반’이 될 스승과 좌표, 심오한 원리는 일상 속에 있다. 생의 세컨 텀(second term)에서 두런두런 나누는 류석훈과의 소통 내러티브는 미지의 항해로 우리를 동참시킨다.
추상속의 감각은 광속을 타고 흐르고, 망각 곡선 위의 세월․ 시간․ 순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 마음 속의 낙서’는 대합실의 추상화가 되고,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될 수 있다.
‘삶의 무게’ 그 버거움 속에 현실을 벗어나는 방법의 하나로 류석훈은 춤으로 순수의 자양분을 섭취해왔다. 무상의 류석훈은 어느 날 문득 연(椽)과 존재의 소중함을 인식하였다.
혼돈과 불규칙성을 수용하고 이타, 이해의 구도의 길을 떠나는 춤 가족들의 정진하는 모습이 승화된 류석훈의 분신 『그래피티 2008』은 발광의 반딧불이 마냥 아름답다.
“인간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나의 평범한 생각”, “바쁘게 살아가는 시간 속에 묻어버리고 지나가면서 만들어지는 마음속의 얼룩, 낙서를 시간과 공간의 흐름, 마음과 마음으로의 흐름”으로 본 안무배경은 모든 관객들이 공감대를 폭넓게 형성할 수 있는 대중성을 확보한다.
인간 사이의 불통을 브레히트처럼 소외를 통해 공감대를 끌어내는 류석훈의 면‘벽’은 소통의 언로를 확보하기 위한 장치이다. 무대에는 수많은 벽간들이 마치 벽과 같이 서있다.
벽과 벽 사이를 허물고 세상 밖으로 관심을 보인 사람들은 그들의 ‘관계’속에 동질성을 확인한다. 얼룩진 벽에 ‘낙서하기’는 연꽃이 정화해내는 아름다운 자정의 경지를 보여준다.
커플이 생산한 빈틈없고 디테일한 블러킹, 미장센, 깔끔함은 도회적이다. 차가운 응시 속에 바라본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사람들’은 기피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이다.
류석훈의 비주얼은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성취했다. 이전의 그의 안무 작 들에서 보여 지는 정신가치의 고양, 병든 사회의 몰가치성 부각, 인간소외와 불통은 지속형이다.
현대 리얼리즘 무용으로 관객들과 호흡해온 류석훈, 이윤경 커플의 2008년 신작은 입춘의 봄빛, 우수의 풀 향기로 빚은 수작임을 입증했다. 인생은 가슴을 내민 것보다 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