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과 아픔을 딛고 합일되는 두 남녀 이야기
돈루스 감독의 『바운스』
『타워링』과 같은 재난영화는 뒷거래나 기타 동인(動因)이 된 사건 핵심을 파헤친다.
여기에다가 『리베라 메』처럼 범죄가 개입되면 영화적 흥미는 배가된다. 영화가 사건전개 과정의 묘사나 설명이 과감히 생략되어 피상적으로 흐른다면 그 이면에 깔려있을 피치 못할 상황의 실체를 우리는 추리하고자 한다.
다양하고 복잡한 미장센이나 고도의 심리적 분석을 요구하는 영화가 아님을 자처하는 『바운스』는 어려운 상황에 빠진 사람들이 어떻게 현실을 극복할 수 있나를 같이 생각해보자고 권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 해결사는 평론가, 신문기자나 목격자 혹은 추리나 논리적 근거들이 될 수 있다.
『바운스』는 성탄절을 앞둔 들뜬 분위기, 폭설로 시카고에 남게된 LA 광고맨 버디(벤 에플랙), 우연한 계기에 비행기 티켓을 교환해서 먼저 출발한 각본가 애비의 남편(토니 골드윈)이 탄 비행기가 추락하자, 이 티켓을 준 버디는 심각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젊은 미망인 애비(기네스 팰트로)를 찿아 나서 선의의 도움을 주고자하는 버디는 죄책감과 동시에 애비에 대한 사랑이 싹 터 오름을 확인하게 된다. 극단적 설정으로 시나리오를 차고 올라간 『바운스』는 나름대로 헐리우드의 차분한 준작임을 확인시켜준다.
이치에 맞는 스토리 쌓기는 그렉과 버디가 같이 찍힌 비디오 테잎 때문에 절정에 이르고
우연한 만남이 아님을 깨달은 애비는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 그러나 직후 버디의 진실이 밝혀진다. 이사짐을 꾸리던 버디 앞에 애비가 나타난다.
ꡒ저항할 수 없는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사랑 안에서 완전한 합일을 이룸ꡓ을 염두에 둔 듯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가을 단풍처럼 찿아 온 사랑을 물리칠 간 큰 남자는 없는 것이다. 로스 앤절러스의 훈풍보다 애비의 머리카락향이 그리운 버디는 『바운스』를 멜로 드라마의 전형으로 만들어 버린다.
평범한 소재로도 심도 깊은 슬픔을 만들어 낸 연기자들의 노력이 눈에 뛰고, 지리할 정도로 촘촘하게 스토리를 전개시켜 나가는 감독은 영국풍 미국영화를 그리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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