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디지털 SF 환타지
문승욱 감독의 『나비』
제54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젊은비평가상, 여우주연상(김호정)을 수상한 『나비』는 나비의 遊泳만큼 부드럽고 신비하고 아름다운 영화이다.
이 작품은 가까운 미래도시에 망각의 바이러스를 찿아 오는 사람들과 이것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 간에 얽힌 디지털 SF 환타지 이다. 사랑과 기적을 찿아 가는 올 로케이션의 나비 로의 여정에서 산성비가 내리고 신비스런 나비가 떠다니는 미래도시는 등장인물들의 SF적 연기와 탐미적인 촬영으로 그 회색빛 우울을 관통하는 상징으로 설정되어있다.
지워진 기억들로 가득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는 기억을 지우려는 여자 안나(김호정), 아이를 잉태한 바이러스 가이드 유키(강혜정), 가족을 찿는 택시운전사 K(장현성)역을 맡은 영화신인들을 동원 영화 전편에 신비한 분위기와 호기심으로 도배한다.
롱 테익으로 잡힌 유키의 바다에서의 출산으로 하나가 된 안나와 K는 결국 아이에게서 희망의 단서를 찿는다. 요나 콤플렉스는 해소되고 차가운 바닷물은 유키를 정제시킨다.
데뷔작 『이방인』에서도 제기되었던 ꡐ인간소통ꡑ의 문제는 『나비』에서도 주제로 자리잡는다. 현란한 카메라 움직임과 내용을 충실케 하는 농축된 연기는 『나비』의 수준을 국제적으로 끌어 올린다.
ꡐ저주받을 영화ꡑ중의 하나,ꡐ아름다운 시절ꡑ의 맥을 잇는 영화 ,한국영화의 힘을 읽을 수 있는 이런 영화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그에 대한 화려한 찬사는 비단 국제영화제 수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나비』의 희망을 아이에게서 찿듯 한국영화의 희망을 문승욱에게 걸어보는 것도 잘못된 것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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