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기와 영화읽기

마리포사

장코폴로 2009. 1. 30. 09:25

                  

시처럼 사라져간 선생님에 대한 추억
호세 루이스 퀘르다 감독의 '마리포사'
 
장석용주간

아직도 유럽영화에서는 전쟁과 내전, 테러가 한창이다. 특히 스페인에서는 내전의 아픈 경험을 질리도록 영화화 하고 있다.그리고 그 영화전개방식은 하나의 공식이 되어 버렸다.'마리포사'는 제목의 의미처럼 부드럽게 전개된다. 그만큼 여유롭게 우리는 주어진 공간과 사회와 분위기를 음미할 수 있게된다. 
 
1930년대 스페인, 가르시아. 새벽 먼동이 트고  학교 가기가 두렵던 몬초(마누엘 로자노)는 어머니 손에 이끌려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총명한 몬초는 학교라는 사회가 주는 중압감으로 첫날 오줌을 싸게되고 숲속으로 숨는 해프닝을 벌인다.
 
스페인의 현실이 우여곡절과 핏빛 내전으로 몸살을 앓았듯 몬초의 출발은 이렇게 시작된다. 폴커 쉴렌도르프 감독의 '양철북'에서 오스카가 성장을 멈추듯 몬초는 역사의 퇴보와 숨막힐 듯 한 분위기를 암시하는 호흡기를 갇고 다닌다. 어린 아이의 눈에 비친 가정, 교회, 학교, 자연, 살육은 몬초를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만든다.   
 
영화는 몬초와 몬초의 가정, 나비처럼 자유롭게 자유와 평화를 갈구하던 공화파인 진보주의자 돈 그레고리오(페르난도 페르난 고메즈) 선생과의 만남을 평화스럽게 그리고 있다.
 
가장 아픈 장면은 라스트 씬에서 파시스트들에게 잡힌 그레고리오 선생님에게 욕설과 돌팔매질로 이별을 해야하는 몬초의 모습이다. 역사의 혼돈속에 어느 한편에 서야하는 몬초를 그윽한 눈으로 지켜보는 그레고리오 선생은 또 다른 나비, 마리포사가 몬초임을 암시한다.
 대부분의 유럽영화들이 그렇듯 '마리포사'는 전통적인 영화전개 방식으로 헐리우드 영화와는 다른 편집과 이미지, 사운드로 영화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ꡒ지옥은 어디에 있는가? 인간의 마음에 있는 것이다.ꡓ라고 말해주시던 가장 자상하고 다정한 선생님, 자연과 나비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을 어머니의 재촉으로 배신한 몬초는 평생 후회할 짓을 했지만 선생님은 이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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