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갤러리 산책
천재화가 이청운의 <삶과 세월>展-10년만의 일곱 번째 전시회
5월 3일부터 16일까지 예화랑으로 서양화가 이청운은 그리운 가족들을 초청했다. 그의 가족들은 식솔뿐만 아니라 주변 친지, 후견인들을 포함한다. 장승업과 이중섭의 정신사를 계승하고 있는 이번 전시회는 실향민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유니크한 칼라로 그의 현실과는 차별화 되는 아름다운 삶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유화는 구상 속의 추상과 환타지, 향수로 우리를 순수의 모습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의 이미지를 갖는다. 전업작가로서 그의 작품들은 프랑스 살롱 도톤느에서 동양인 최초의 대상을 수상했을 때의 분위기와 화풍이 감지된다. 그는 삶의 체험을 형상화해내면서 인간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난삽한 세상에는 일정한 선을 긋는다.
암갈의 시대를 관통한 뒤 향수를 자아내는 진청의 봄으로 장식한 그의 신작들은 피카소의 핑크기에 견주어진다. 이번 작업의 의의는 지독한 가난과 살점을 떼어내는 굶주림 속에서도 작가정신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만이 정리해낼 수 있는 작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그는 사실적 태도에서 낭만적 화풍으로 새로운 일깨움을 선사한다.
인생을 관조하는 듯한 서정적 리얼리티는 사실 그의 치열한 일상을 탈출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그는 병마와 투쟁하며 회화의 낭만성과 상반되는 어눌한 말투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 어눌함이 정체되고 억눌린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성으로 비춰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의 회화는 강렬한 원색 구사로 극 사실의 오브제를 포착해내고 있고, 빈한의 모티브로 이용되던 달동네의 이곳 저곳, 널려있는 서민들의 모습들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그려낸다.
그에겐 자유분방한 동네 개들이 있어 이웃을 느끼며, 바다와 갈매기가 있어 생존을 그리워했다. 특히 『삶과 세월』은 완벽한 몽타쥬 기법으로 회한과 고독을 넘은 희망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에서 오스카의 오기가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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