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샘 옆 미술관

에르도스 한의『물에 비친 바람』

장코폴로 2009. 1. 21. 11:11

 

            2007 에르도스 한의『물에 비친 바람』

                    -추상의 소용돌이(Vortex)

 

 해질 무렵, 친구가 그리운 에르도스 한은 햇살을 받은 완자무늬 창살을 곁에 두고 자작나무 의자에서 클래식 기타를 연주한다. 미몽의 칸딘스키가 그를 보자르의 낭만으로 이끈다. 카오스가 밀어낸 남녘의 바다 내음이 가득하다. 유리십자가 위로 ‘로망스’의 가을이 핀다.


 토란 대 위로 가을비가 떨어지고 크지스토프 키에슬롭스키의 블루․ 화이트․ 레드는 에르도스 한의 블루․화이트․골드로 회전한다. 오카리나의 고음이 저음으로 바뀔 때 그는 가벼운 잠에 떨어지고  ‘바다의 전설’을 꿈꾼다. 하늘정원이 바다를 품고 육지와 만난다.


 접전선의 이야기는 세 갈래의 미장센을 갖는다. 그의 색채, 기하학적 구성, 광휘성은 환타지를 가미, 회화적 집중성을 보여준다. 끝없이 펼쳐진 심오한 조형적 표현은 독창성을 띈 추상의 세계로 이끌며 수직과 수평의 자연현상을 초월하지 못함을 일깨운다.


 ‘물에 비친 하늘’은 인간의 마음을 비추는 심상의 표현이다. 비트와 디지털 세상에 느림의 미학과 하늘 에너지, 그 느낌과 가치관을 gold와 blue를 주조로 하여 잘 표현하고 있다. 인위적 드로잉과 붓 작업을 넘어 환상 작들을 창작하면서 작가는 강한 주관을 드러낸다.

   

 gold는 바람과 광물이 응집되어 나타나는 색이고, blue는 물과 바람을 상징한다. white는 비움과 대속의 메시지를 깔고 있다. 모노톤의 우울을 털어내는 작가의 추상화는 땅과 공기와 바람의 섞임, 즉 우주만물의 소통과 하나 됨을 추구하는 과정이다.


 추상의 탐미적 무한감(無限感)은 작가의 자연에 대한 경외감으로 가득 차 있다. 자유분방한 색채 구사술은 반동적 아방가르드를 낭만의 틀 속에 가두고 세련된 회화성을 요구한다.심오한 관조 속의 따스한 응시는 삼색 파장위에 금색(Goldfarbe)의 의미를 알린다.


 추상의 숲에서 만나는 청년화가(Les jeunes Peintres) 에르도스 한은 몽환의 환타지 속에서도 사색적 이지적 프레임을 구사하고 엄격한 내재율을 적용한다. 유럽 미술의 중심지 파리에서 한국회화의 현대적 미적전통을 생각하며 그는 서양화단에 태도에 동화되지 않았다.


 그는 바다를 보며 자유인이 되고자 했고, 하늘을 보며 청연(靑鳶)이 되기를 기원했다. 글랑 블루의 바다는 작가를 정제하는 무언의 내재적 내러티브를 갖게끔 만들었다. 서정을 근간으로 한 그의 작품들은 비구상의 서양화에서도 무한한 그리움을 증폭 표출시킨다.


 그의 작품들은 낭만적 변주를 떠올리는 사람 냄새를 풍긴다. 그는 작품 제목 다는 것조차 작가의 간섭으로 여기고 오브제를 감상자의 몫으로 돌린다. 늘 무제(無題)에 가까운 『물에 비친 바람』은 작가가 자신을 낮추고 내적 수양을 쌓았음을 입증한다.


 자유로움이 녹아 영속으로 치닫는 바다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농익은 작품들에게서 청․적․백은 황과 춤추며 우주는 심연의 바다를 찬미한다. 방향성을 상실한 현대인들에게 띄우는 하늘마음을 그린  ‘물에 비친 바람’ 은 ‘ 에르도스 한이 일관되게 추구해 온 작업의 명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