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생,춤 바람 나다

임학선, 춤의 神殿에서 몸으로 舞詩를 쓰다

장코폴로 2012. 8. 9. 07:02

1~12월 달마다 ‘테마가 있는 한국춤 시리즈’ 공연

발로 뛰며 민속춤‧무속 춤 체득해 맛깔스런 춤 만들어


공자 일대기 춤으로 승화시킨 『공자』해외서 각광
 
그린경제가 기획한 시리즈 「춤밭을 일군 사람들」은 지금까지 스승과 선배들의 전통을 이어오면서 현재까지 왕성한 작업을 해오고 있는 춤 안무가와 춤 작가들을 찾아 그들의 예술정신과 창작세계를 조명합니다. 춤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춤 예술가들을 선정, 작가와 작품들, 그들의 춤 철학을 즐겁게 살펴보는 새로운 춤 터가 되길 바라며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바랍니다. <편집자 주>


 

▲ 임학선 성균관대 교수

춤밭을 일군 사람(1회)-48년 춤인생 안무가 임학선 



방배동 두리춤터의 사계는 늘 멈추지 않는 시계처럼, 춤 연습이 이루어지고 새 작품을 구성하고 협업이 이루어진다. 혹독한 조련과 틈새 없는 일정을 짜고 새 작품을 스스로 만들어 내어야하는 ‘스파르타쿠스’의 현장이다. 밤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일터다. 조명이 켜지고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갈채를 낚는 법을 터득하고 연마하고 춤 터에 나선다.


▲ 2006년 파리 유네스코에서 공연한 '공자'

유희적 낭만과 여유로운 웃음대신 위대한 춤꾼과 안무가, 이론가가 되기 위한 수행과 정진의 도량으로서 그 기능을 몇 배 해내는 곳, 그 중심에 서서 선배들의 그늘을 걷어내고 무향서사(舞香敍事)를 써내며 진두지휘하여 세계적 스타를 배출하는 불굴의 스승이 있다. 외롭고 회피하기 어려운 난관들을 의롭게 처신하면서 방패 역을 해주어야하는 자리다.

임학선(林鶴璇) 성균관대 무용학과 교수(국제석전학회 회장)는 가녀린 몸매에도 불구하고 카리스마 용병술로 전 세계에 그녀의 이름과 작품들을 등재시킨 주인공이다. 전통에서 출발하여 모던한 우리 창작 춤을 만들어 내며, 춤계를 개화시킨 중견중의 한 명이다. 여러 역할을 소화하면서 자신과 후학들의 입지를 만들면서 ‘춤’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준 안무가이기도 하다.


▲ 새다림

그녀가 불러일으킨 춤의 뉴 웨이브는 다양한 경쟁심을 불러 일으켜, 춤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두리춤터’의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그녀가 춤계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춤에 걸린 그녀가 돋보이는 이유 중의 하나다. 다작의 작품들과 만나고, 전통의 흐름을 존중하며 미래를 예측하는 아득한 그리움으로 남는 별은 언제 보아도 밝게 빛난다.

그녀가 춤과 인연을 맺은 지 햇수로 사십팔 년이 된다. 적지 않은 세월 속에서, 그녀는 겸양지덕으로 춤의 자존을 지켜왔다. ‘두리춤터’의 현판이 지켜온 그 내밀한 비밀의 문이 이제 열리고 있다. 그녀가 뿌린 씨앗은 발아를 거쳐, 숙성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명멸하는 스타들의 경연장에서 ‘춤의 사원’의 고수가 되어 춤을 응시하는 눈길이 매섭다.


▲ 인다리(1985)

그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테마가 있는 한국춤 시리즈’ 12테마는 금년 정월부터 시작하여 연말까지 한국춤의 이론과 춤사위를 모두 보여주는 방대한 분량을 진행해가고 있다. 민간인, 그것도 개인의 힘으로 치러내는 이 이벤트에 춤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전통무의 기본 춤들, 큰 스승의 흐름, 창작무의 묘미, 남성 춤과 여성 춤 등은 학습에 제격이다.

‘두리춤터’, 융․복합 공연장으로서 다시 태어나는 이 공간의 활용도를 생각하면 공연계에 커다란 선물이며,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안무가 임학선이 꿈꾸고 바라던 깔끔한 춤 세상, 이곳에서 소우주가 내려앉아 꿈꾸는 예술가들이 탄생될 것이다. 이곳은 국제적 장치들과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특유의 춤향과 번득이는 춤꾼들로 춤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것이다.


▲ 우리둘(1986)

시대적 소명과 사명감으로 만들어진 공연 공간 ‘두리춤터’는 병화가 들지 않는 명당이 될 것이다. 눈치 보지 않고 세상을 추어내게 하고, 장독대위에 내리는 빗방울이 장맛을 더 깊게 하는 이치로 세상의 모든 근심을 덜어낼 무사(舞師)는 성균관이 인정하는 임학선이다. 아늑하고 포근한 고향집 같은 정서가 묻어나는 이 춤터의 영원한 주인이다.

그녀는 일찍이 한국 춤의 뿌리를 찾아서 민속춤, 무속 춤을 발로 뛰며 체득하고, 맛깔스런 춤으로 만들어 내었다. 타 장르와의 경계를 허물며 춤의 영토를 확장하였으며, 무시(舞詩)를 써 왔다. 이제 그녀의 시는 현실이 되고 있고, 내공의 개화가 결실을 재촉하고 있다. 헛된 꿈을 꾸지 않고, 진중한 설화(舌話)로 잔잔한 감동을 만들어 간 결과다.


▲ 붉은 부적(2001)

1975년 『여운』으로 데뷔, 전통무용과 창작무용의 넓은 스펙트럼을 유영하며, 춤계의 영원한 현역으로 임학선은 왕성한 춤 작업을 해오며, ‘임학선 댄스 위’를 이끌어 오면서 다작의 전통무와 창작 작품들을 광복시키고 직조해낸 계승자이자 혜안을 소지한 안무가다. 초록을 안고, 기왓골 같은 단아함으로 춤의 오류를 잡는 커다란 소임을 몸으로 보여준다.

집이나 춤터에서 그녀는 늘 춤에 취해있다. 특히 우리 춤의 예술화에 집중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더욱 의욕적인 춤 작업을 해오고 있는 그녀의 ‘춤날개’의 둥지는 어디쯤 될까? 궁금증이 인다. 동서양, 여러 세상을 돌아 정가(正歌)의 마음과 이슬의 순간성을 포착해내며 그 예술혼을 춤계에 헌사한 그녀의 아름다움이 구상으로 남는다.


▲ 문묘일부

임학선은 1950년 10월 15일 충남 병천 출신으로 열네 살 중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춤을 천직으로 삼아왔다. 1969년 이화여대 무용과에 입학하면서부터 유인희, 김천흥, 최현, 한영숙, 김매자, 강선영 선생에게서 전문적인 춤을 사사하였고, 전통의 소중함을 신앙처럼 여겨왔다. 『도르래』,『고시래』,『새다림』,『불림소리』,『지혼』,『인다리』 등은 동맥의 춤들이다.

그녀의 창작춤 연구는 창무회(1976년 창단) 대표를 맡으면서 심화되었고 그녀의 춤을 승급시켰다. 수원대교수를 거쳐 1998년 성균관대 무용학과 교수로 부임하였고, 10월 27~28일, 문예회관대극장에서 작가데뷔 20주년 기념공연이 펼쳐졌다. 물이 오른 그녀는 작품의 학문적 접근을 가시화 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 중국 산둥성 곡부 공묘대성전에서 공연한 '공자'(2003)

2012년 현재, 그녀는 해마다, 수시로 공자의 일대기를 여러 버전으로 변화시킨 『공자』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공자의 고향에서, 북경대에서, 대만에서, 그리고 파리까지 환영받는 레퍼토리로 만들어 왔다. 이 역작은 특히 중국 본토에서 탐내는 작품으로 인식되어 왔다. 각국에서 연구하는 임학선의 춤 방법론과 춤 철학은 ‘임학선 댄스 위’의 소중한 자산이다.

임학선은 학문적으로 공자의 예악사상을 들추어내어 연구하고, 진법과 호흡법을 책으로 간행하면서 동시에 춤으로 보여주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춤 연구자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학문과 공연 양 측면에서 호흡법과 태극구조, 문묘일무를 심층 탐구하고 있다. 그녀의 창작춤 연구의 전통은 후학들의 ‘크리에이티브 스테이지’로 이어져 오고 있다.

그녀의 가치 있는 작업 중의 하나로서 성균관 명륜당의 석축무대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약식 석전대제 팔일무와 창작무『공자』는 전국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악무연행(樂舞演行)이다. 화려한 수식어가 그녀를 감싸고 있지만 모든 한국 춤의 과제를 풀어내겠다는 의욕으로 오늘도 그녀는 청춘 안무가로서 현장에 진주해 있는 야전 사령관이다.

/장석용(춤 칼럼니스트‧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 필자 소개






춤 칼럼니스트 장석용은 중앙대, 브레멘 괴테 인스티튜트, 동국대 대학원에서 연극 영화를 전공했다. 1970년 영화사 마벨코리아 견습조수로 예술계에 발을 내디딘 이래, 우리나라 최초로 1978년 현대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번역, 공연시켰고 ‘태양새 고원을 날다’, ‘회룡포 연가’, ‘달의 사나이’ 등의 춤을 창작하여 국내외에서 공연시켰다. 홍천 최승희 춤축제 자문위원, 강남 댄스 페스티벌 심사위원, 광저우 모던 댄스페스티벌의 초청 게스트 등으로 춤과 연을 맺어오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유럽영화제 심사위원이었으며,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으로서 현재 왕성한 춤 비평 작업과 창작 작업을 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