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단의 협연(協演), 어울림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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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부시립무용단 '춤.향 바람에 흩날릴제' |
지난 6월 21일 오후 7시 30분, 의정부의 초입에 위치한 의정부예술의 전당 대극장에서 의정부 시립무용단(단장 이미숙)의 제21회 정기공연 『춤.향 바람에 흩날릴제』가 공연되었다.
서울에 인접한 변방의 춤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생각과 달리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야생화 같은 약간 거칠지만 튼튼한 춤 뿌리를 내리고 있었음에 안도감이 들었다.
구성의 묘와 배합의 테크닉이 춤의 강약을 조절하며 이 공연의 예술적 가치 고양과 미학적 가치를 소지할 뿐 아니라 관객들과 정서를 공유하여 소통하며 이번 행위의 정당성을 확보한다. 의지가 불러일으킨 공연의 구축물은 관객의 환호와 뜨거운 호응이었다. 척박한 토양에서 유월을 피어낸 오랑캐꽃 같은 강인함과 열정의 결과였다.
특히 익산 시립무용단(예술감독 이길주)과의 협연은 시립무용단 존재와 그 가치를 일깨워주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창단 10주년을 맞은 의정부시립무용단의 성과가 드러나는 자리였다. 특히 호남 춤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익산시립무용단과의 교류는 지역 무용단이 선의 경쟁무대가 되어 상호보완과 발전을 꾀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마법의 밤의 요체는 다분히 작위적이다. 안무가의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공연, 이 도시에서의 춤의 사회적 행위를 통해, 그 취미를 점층적 발전, 정신적 상부구조에 접목시키려는 것 등이 그 정의를 대변해준다. 시각적 요소, 색감, 에너지의 분출이 리듬과 움직임과 결부되어 순간의 아름다움에서 영속으로 이어지는 꿈의 조형을 창조한다.
익산시립무용단은 전통을 바탕으로 한 창작춤『왕의 남자』를, 의정부시립무용단은 사랑Ⅰ(춘향과 몽룡의 사랑), 사랑Ⅱ(꼭두쇠의 사랑), 의정부 비보이와 함께 하는『동방의 빛, 한국의 소리』를 선보였다. 『사랑Ⅰ』, 『사랑Ⅱ』,『왕의 남자』,『동방의 빛, 한국의 소리』에서 보여주는 연륜과 솔로와 듀엣, 군무에서의 세기(細技)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두 춤 단체의 발전 가상선(imaginary line)에서 시적 표현(poeia)에서의 다양성, 춤 착상(invention), 구성(disposition)에서 보이는 인간의 본성과 상황은 주제에의 밀착, 흥미인자(因子)를 발견하게끔 만든다. 춤이 만들어 내는 이미지의 적절성을 결정짓는 정조(情調)의 통일성도 가미된다. 정형을 추구하는 억척스러움은 오히려 솜씨(tour de force)이다.
의정부에 불어온 바람은 퇴적층의 핵심을 뒤집는 연행(演行)으로 자극의 꼭짓점으로 지방자치 단체 간의 은밀한 속살, 그 고민과 항변을 우호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답연(答演)이 이루어지는 공간, 익산에서의 7월17일 합동 공연은 도시와 도시를 잇는 새로운 문화 실크로드의 개척이다. 관객 모두가 행복해지는 의롭고 선한 작업이다.
밤나무 숲 아래, 춤으로 초록을 피워낸 이미숙, 이길주, 넓은 가슴으로 대지를 개척하고 싶은 야망으로 무향전법(舞香典範)으로 『춤 ․ 향 바람에 흩날릴제』를 위한 의식을 거행했다. 흙은 밟은 버선발 같은 간절함으로, 땀으로 황금종려를 만들어 선조를 향한 제(祭)와 ‘우리’로 이름할 수 있는 모든 이들에게 평강과 안녕을 빌고 있음은 놀라운 일이다.
늘 있는 공연이지만 ‘열악’에서 여유롭게 물결치는 ‘춤’이라는 연인을 두고 벌이는 게임은 흥미진진하다. 난장 같은 무대에서 다양한 좌판을 벌이는 이미숙의 창작세계는 칠흑(漆黑)의 산봉우리를 헤치고 이슬을 향해 전진하는 느린 걸음의 산양(山羊)에 비견된다. ‘느림의 미학’에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은 작품 곳곳에 투사된다.
십년의 나이테를 가지기 때문에 의정부시립무용단은 보다 빠르게(piu mosso) 다양하게 차별화되는 독창적인 발상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 전통적 하모니를 바탕으로 형이상학적 리듬감과 움직임으로 만다라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지속하면서 ‘교묘하게 표현되어진 공연’ 이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공연, 소중한 공연이었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