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생,춤 바람 나다

'2012 드라이브 쓰루'

장코폴로 2012. 7. 13. 13:09

강낙현 총연출, 정보경 안무의 『2012 드라이브 쓰루』



뭍으로 나온 언더그라운드 명작, 해를 품다

 

 

2012년 6월 28일(목), 29일(토) 저녁 8시, 이르코예술극장대극장에서 한팩(Hanpac,한국공연예술센터)은 새개념 공연예술 작품으로 포이어프로덕션이 제작한『2012 드라이브 쓰루』를 공동 주최했다.

 

후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성균관대학교 유가예술문화콘텐츠 연구소, 두리춤터가 맡았다. 이 융․ 복합공연 프로젝트는 타 공연과는 차별화 되는 작품이었다.

 

『2012 드라이브 쓰루』는 다년간 실험적 고통의 숙성시간을 가져왔다. 농밀한 춤공장(Tanzfabrik), 두리춤터에서 발아된 이 작품은 ‘전복적 가치’, ‘가변의 통소號’, ‘열린 구도의 길을 찾아 나섬’, ‘능란한 연출의 빛나는 공연감각을 보임’ 등의 찬사를 받아왔다. 스페인 빌바오, 베베카 아리아가 극장 초청 공연으로 유럽에서 이미 유명해진 작품이다.

 

 

다차원 복합 매체의 크로스오버를 통한 새로운 장르의 시도로 버전을 달리할수록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받는『2012 드라이브 쓰루』는 바쁜 현대인들의 일상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영상 속, 다양한 군상들의 모습은 우리 개개인의 개성과 꿈을 보여준다. 인간은 불확실성과 이질감 속에서 균제감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방황하고 각자의 꿈을 키워나간다.

 

광음(光音)의 압제로 무한 변형의 대입 요소들을 창제해온 보헤미안적 지성인, 강낙현은 도시, 현대와 인간을 향한 지성인의 차가운 응시로 창의력 도출을 위한 즐기는 춤을 개발하고, 토론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협업의 브레인스토밍 공연의 묘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체념 같은 외로움에 대한 성찰로 도시에 따스함을 불어넣고자 한다.

 

『2012 드라이브 쓰루』의 무향서사(舞香敍事)는 오브제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된다. ‘드라이브 쓰루’는 지성인들의 자유항이다. ‘노닐며, 거닐며, 걸며’, 가시(可視)와 불가시(不可視), 예술가와 예술가, 예술가와 관객과의 불통과 에토스(ethos), 본성과 상황에 관한 담론들이 춤 상황극으로 내공을 쌓은 정보경, 뮤지션 이다 등에 의해 유연하게 전개된다.

 

 

이 작품의 서정적 난장은 사색에서 출발하고, 유충의 변태, 구도자의 길, 도시 방랑자, 축제, 삶과 죽음과 같은 소재들을 형이상학적 범주에서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는 겸손의 미덕을 갖추고 있다. 사물의 움직임과 인간의 정신까지도 고양시키는 춤의 시공간 세계로의 확장은 ‘마음의 눈’을 가진 아침 이슬과 저녁놀 같은 영혼에 대한 정갈한 간구가 있음이다.

 

인생은 스타킹처럼 가벼울 수도 있고, 피아노의 영혼처럼 묵직하게 항존할 수도 있다. 춤이 무르익는 서사의 숲, ‘감각’의 예술의 길 저 편, 현대의 도시는 강물처럼 희망으로 흘러간다. 공연이 진행되면서 지성들의 의구심은 증폭되고, 이 작품의 화두(話頭), ‘관점’에 집중하게 만든다. 외로운 영혼, 출구를 놓쳐버린 천사들의 시가 읊조리다가 불리워진다.

 

가볍게 자리잡는 타이틀 앞으로 플로로그가 스친다. ‘Drive Thru'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옵시스(opsis, 영상)와 멜로스(melos, 선율)와 단스(danse, 춤)가 독립 공간을 차지하면서도 슬기로운 시메트리를 형성한다.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과 유사하다. 빨간 양말이 춤을 추고 의자는 내밀한 속살을 드러내고, 숨바꼭질을 하고, 소통하고, 다양한 박자를 마중한다. 영상과 실물의 비교도 흥미롭다.

 

 

에피소드는 대상과 상황에 따라 대체, 교환될 수 있다는 현대성의 함의를 담고 있다. 정보경의 무사(舞辭)는 ‘여럿이 하나이고, 하나가 여럿일 수 있다’는 철학적 상위개념을 담당한다. 순간을 몸 언어로 표현해내는 춤꾼들의 움직임들은 무한의 상상선을 제공한다. 때론 삼보일배, 때론 그림자놀이가 불쑥 등장하기도 하였다.『드라이브 쓰루』는 늘 은밀하였다.

 

사물의 움직임(Der Lauf des Dinges)은 상상 망원경 속의 화상(華像)으로 확장된다. 움직임 속의 자아(自我), 거울 이미지와 잔상, 기억들은 합일되고, 다양한 탈 것들로 표현되는 현실, 그 이미지 속의 나, 내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들이 몸으로 표현된다. 이 작품은 일상의 소중함을 곁에 둔 운명 같은 지성인들의 고민들을 찬찬히 보여준다.

 

전위와 실험 영상의 장점에 탄츠테아터를 접목한 융․복합 시네마속의 안무가의 바다는 어항 속 물고기의 비유이다. 바다위로 솟아오르고 싶은 욕망이 인다. 어항 속 물고기처럼 그 물이 큰 바다라고 공간을 인식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예술가의 정신을 일깨운다. 허공에서 무엇을 찾는 모습에서 소통의 가능성은 불꽃 영상과 마무리의 열린 형식으로 남는다.

 

 

연출가 강낙현은 인위적인 원근법에 지배되지 않고, 삶속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피사체들을 지각의 모험을 통해 포착해내는 탁월한 능력을 소지하고 있다. 소품의 배치, 생활주변의 모습, 일상들을 번득이는 감각적 본능으로 이미지화한다. 그의 수사학에서 보여 지는 반복효과는 스웨덴 이민자 이다의 시적 감성으로 채워진 음악과 더불어 중독성을 띄고 있다.

 

특히, 라이브 음악을 담당한 이다 그랜도스 리(Ida Grändås-Rhee)의 작곡 및 피아노 연주, 드럼 연주의 아리 살미넨(Jari Salminen), 기타 연주의 사나이 조(Sanai Joe)로 편성된 음악은 『2012 드라이브 쓰루』가 앞으로 영역과 소재의 확장으로 국제적 공연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음이 입증되었다. 아직도 덜 털어낸 보물창고의 신비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2012 드라이브 쓰루』는 연상(聯想)의 리듬을 타고, 다층의 탑형식을 허물고 간결한 수사학으로 주제에 밀착시키는 연출력과 안무의 상상력이 뛰어난 도전적 실험성을 띈 작품이다. 대중적 춤을 클래식화한 의미심장한 춤의 동인(動因), 목소리를 담는 협동작업의 전형(典型), 창작공장의 모범(模範)으로서 그 가치를 드높일 수 있는 작품이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