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염리와 탐리

장코폴로 2012. 2. 20. 13:04

염리(廉吏)와 탐리(貪吏)

  『목민심서』 율기(律己)편의 첫 번째 덕목이 칙궁(飭躬)이어서, 자기 자신을 검속하고 기율(紀律)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몸가짐을 바르게 하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용모 ·의관·행동거지를 올곧고 똑바르게 유지할 수 있어야만 지도자로서의 기본조건을 갖추게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칙궁’이 제대로 되어지면 그 다음이 ‘청심(淸心)’이라는 덕목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바른 몸가짐에 ‘맑고 깨끗한 마음(淸心)’만 제대로 지니면 지도자의 중요한 조건이 충족된다고 보았던 것이 다산의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산은 맑고 깨끗한 마음의 발현이 지도자의 큰 덕목의 하나인 ‘청렴’이라고 여기고 청렴한 관리인 ‘염리(廉吏)’가 되기를 권장하고 그와 반대개념인 ‘탐리(貪吏)’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간절한 내용들을 참으로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다산은 매우 역설적인 비유를 통해, 참으로 훌륭한 청백리가 되려면 큰 장사를 해야 하고 진짜로 큰 욕심쟁이가 되라고 말합니다. “재물이란 인간이 크게 욕심내는 일이다. 그러나 재물보다 더 큰 욕심이 있다면 재물을 버리고 취하지 않기도 한다. 재물에 욕심이 있다 해도 마땅히 ‘염리’가 되어야 하니 왜 그런가? 아무리 집안이 화려하고 훌륭한 재주를 지닌 지도자라도 몇 백 꾸러미의 돈에 유혹되어 관직을 박탈당하거나 처벌을 받고나면 더 이상의 좋은 관직에는 등용될 수 없다. 지혜가 높고 사려 깊은 사람은 그 욕심이 참으로 크므로 ‘염리’가 되고 지혜가 짧고 사려가 얕은 사람은 그 욕심이 작으므로 ‘탐리’가 되는 것이니 진실로 생각이 여기에 미칠 수 있다면 청렴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율기·청심)

  이러한 이유로 다산은 대원칙을 피력했습니다. “탐욕이 큰 사람은 반드시 청렴하려 한다. 청렴하지 못한 것은 그 사람의 지혜가 짧기 때문이다(大貪必廉 人之所以不廉者 其智短也 : 같은 곳)”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이라면 대탐(大貪)을 지녀야지 조그만 이익에 얽매여 소소한 뇌물을 받거나 작은 이익에 현혹되어 참된 자신의 욕구가 중간에 좌절하고 마는 그런 불행을 맞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정권말기에 접어들자, 유력했던 정치지도자나 권력의 실세들이 조그만 이익에 연연하다 줄줄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대탐필염(大貪必廉 )’이구나라는 다산의 외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5선 6선의 국회의원들이 불명예로 강제 은퇴하고 대군(大君)의 호칭을 받던 지도자들이 망가지는 현실에서, 역시 율기가 부족한 지도자, 염리되기를 거부한 지도자는 불행한 결과를 맞게 된다는 다산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청렴은 천하의 큰 장사다! 큰 탐욕쟁이는 반드시 청렴하다!”라는 청렴한 마음은 율기를 제대로 행했을 때만 가능하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바둑에서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명언이 있습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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