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트 3.0, 비즈니스의 격을 높여라
글 : 노정용 (북칼럼니스트)
“브랜드 스토리가 기업의 마케팅 전략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는
매력적인 이야기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점차 많은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기능적 요소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한 문화적 코드와 창의적 에너지를 함께 소비하려는 욕구를
드러내고 있다.” - 7장 중에서
비자트 3.0
이장우 | 글로세움
“기업의 경영자들이 새로운 지식과 정보 습득의 부족으로 미래를 보는 혜안
을 얻는 데 실패하고 있다. 여러 기업들이 디자인 경영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실패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비자트를 시작하려고 한다면 적어도 디자
인은 물론이고 디자인의 뿌리가 되는 예술에 관해서도 다양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정보를 쌓아야 한다. 죽어 있는 지식과 정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지식
과 정보를 계속 공급해 주어야 한다.” - 8장 중에서
디자인 경영 넘어선 예술 경영의 시대!
경영이론의 대가 톰 피터스가 새로운 비즈니스의 탄생을 역설한 이후 한동안 ‘디자인 경영’이 새로운 패러
다임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디자인 경영은 21세기 감성시대를 이끌어갈 강력한 무기로 인식되었으며, 기술
경영과 지식 경영에 이어 우리 기업들의 최대 화두가 되었다. 실제로 기업 현장에서 디자인은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아직도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디자인은 이제 전 세계 모든 기업들이 하고 있
는 기본적인 일에 속하기 때문에 디자인 경영을 한다고 해서 예전처럼 선도기업이 될 수 없는 한계에 봉착
했다.
‘아이디어 닥터’ 이장우 박사가 디자인 경영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경영에 예술을 결합한
‘비자트(bizart)’를 제시해 주목된다. 한 가지만 잘하면 되는 모노 시대에는 기술 경영이나 지식 경영만으로
충분했지만, 여러 가지를 동시에 소화해야만 하는 멀티 시대에는 디자인 경영을 넘어선 예술 경영이 절대적
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예술 경영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는 융복합 시대를 이끌 새로운 패러다임으
로서도 주목된다.
비자트는 새로운 창조에너지
비자트(bizart)란 비즈니스(business:biz)와 예술(art)이 결합된 용어로 비즈니스에 예술을 입힌 창조 경영
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기업이 조직과 개인의 창조력을 기르기에 적합한 예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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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 2010-11-16 | no.762
하는 것을 말한다. 비즈니스에 예술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은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진정한 비자트의 시대는 최근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이 예술분야에 후원하는 메세나가 비자트 1.0의 시대였다면, 기업들이 직접 부설 갤러리나 미술관 등을 짓고 투자에 나선 단계가 비자트 2.0의 시대였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전개될 비자트 3.0의 시대는 비즈니스와 아트가 하나로 승화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기업 활동에 예술을 입히게 되면 기업 활동의 목적인 이윤 추구는 물론, 기업 경영에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된다. 우리가 흔히 최고의 경지에 이를 때 ‘아! 예술이다’고 말하듯이 경영도 예술로 승화하는 것이다.
예술이 밥 먹여 주는 아트노믹스
우리나라 기업들은 상당히 경직되고 권위적인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다. 최고경영자 한 사람의 판단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시대에는 효율적인 경영을 할 수도 있었으나, 융복합이나 통섭이 필요한 지금은 보다 다양하고 유연한 조직 문화에 밀릴 수밖에 없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예술이 필요하다. 예술에는 유연성과 다양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예술’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더라도 예술처럼 보이는 정도만 기업에 도입되어도 분위기 전환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술은 탈권위, 멀티의 시대를 이끌어 갈 코드다. 예술은 융복합 시대를 아우르는 핵심 키워드로 기업과 예술의 만남은 21세기 새로운 창조의 언어가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비즈니스와 예술의 만남은 기존의 예술 개념보다 확장된 의미이며, 비즈니스나 예술도 새로운 창조 경영의 세계로 진입함으로써 예술이 밥 먹여 주는 시대, 즉 아트노믹스(artnomics)의 시대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한국에는 왜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기업이 없을까
최근 도요타 사태에서 보듯이 혁신 경영만으로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동안 일본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해온 우리나라 기업들이 새로운 전환을 하지 않는다면 5년 혹은 10년 뒤에는 도요타 사태를 겪게 될 것이다. 흔히 ‘일본이나 한국에는 왜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기업이 없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대답은 간단하다.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기업은 탈권위적인 분위기에서 탄생하기 때문에 일본과 한국의 조직 문화를 바꾸지 않는 한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기업은 탄생할 수가 없다.
도요타는 기술과 품질에만 집착했다. 이런 도요타를 두고 유럽의 자동차 전문가들은 “렉서스(도요타)는 완벽한 기계일 뿐 영혼(감성)이 없다”고 혹평을 해왔다. 만약 도요타가 평소에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와 우리 시대의 정신적 자산에 기여해온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더라면 지금처럼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요타의 실패는 결국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창조해 내지 못한 결과다. 기술 경영에서 지식 경영으로, 지식 경영에서 디자인 경영으로, 디자인 경영에서 비자트로 창조적 경영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데, 이 같은 경영의 흐름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우리 기업들도 머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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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다
기업이 마케팅에 예술을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예술의 고급스럽고 창조적인 이미지를 활용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이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이탈리아의 의류 브랜드 베네통을 들 수 있다. 전 세계 120개국에 5000여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베네통은 화려한 색감에 열정과 젊은이라는 키워드를 담아 소비자를 유혹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베네통 하면 파격적인 광고를 떠올리지만, 정작 베네통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준 프로젝트는 아트 워크숍 프로젝트다. 1994년 사진작가 올리비에로 토스카니와 함께 설립한 커뮤니케이션 연구센터 ‘파브리카(Fabrica)’는 전 세계의 젊은 아티스트들을 모아 영화, 음악, 디자인, 책, 인터넷 등을 연구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25세 이하의 젊은 아티스트들을 지도하고, 젊은 아티스트들을 다양한 실습과 토론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것이 파브리카의 메커니즘이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들은 전 세계의 문화계와 교류하며 베네통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기업의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헤리티지 마케팅
포르쉐 뮤지엄, 메르세데스 벤츠 뮤지엄, 미쉐린 박물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월드 등은 모두 기업의 예술적 감수성을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뮤지엄들이다. 무엇보다 이들 뮤지엄들은 단순한 뮤지엄이 아니라 기업의 철학을 담아 테마 파크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우리는 이처럼 기업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여 브랜드의 가치와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을 헤리티지 마케팅이라고 부르는데, 유럽의 명품 기업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브랜드 뮤지엄은 기업의 예술적 감수성을 소비자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자트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영역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기업 박물관이라고 해봤자 기업홍보관이나 최고경영자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정도로만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브랜드 뮤지엄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곳 중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은 코리아나 화장품의 스페이스 C가 유일하다. 브랜드 뮤지엄은 국내 기업들이 앞으로 많이 연구해볼 만한 분야인 셈이다.
예술 경영, CEO가 나서라
비자트가 성공하려면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CEO가 앞장서야 한다. CEO가 비자트를 도입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깨달음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CEO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 습득으로 미래를 보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비자트의 성공을 위해 디자인은 물론이고 디자인의 뿌리가 되는 예술에 관해서도 다양한 경험과 지식과 정보를 쌓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식과 정보의 축적 못지않게 재구성 능력을 지니는 게 중요하다. 통찰력과 직관력을 통해 자신의 기업에 맞게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러면 비자트는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비자트를 시작할 때 가장 큰 장애는 바로 기업이 가지고 있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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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관한 편견을 깨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CEO가 먼저 변해야 한다. 바로 공부하는 CEO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떤 것에든 파격적인 것이 나오려면 상당한 양의 수직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더구나 기업경영에 새로운 무언가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CEO가 그 분야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CAO(Chief Art Officer)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예술을 사랑하고 아트디렉터도 채용하고 기업의 문화를 바꾸어 창의적인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기업의 사회공헌이 예술공헌으로 바꾸어 기업의 발전도 꾀하고 국가발전에도 기여하게 해야 한다. 즉 아티스트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한편 아이폰이 세계를 점령한 이유는 단순히 겉모양만 예쁜 게 아니라 그 안에 문화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디자인이란 애플의 아이폰처럼 겉모습만 예쁜 것이 아니라 편안함과 친밀함에 상상력까지 더해지는 제품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애플은 비자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기업이라 할 수 있다. 디자인에서는 1등과 2등이 공존할 수 있지만, 비자트에서는 1등만이 살아남는다. 그게 예술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기업이 되기를 원한다면 비자트를 이해하고 예술이 기업 경영에 살아 숨쉬게 하라. 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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