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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내 말에 상처 받았어?
내일부터 추석입니다. 부부가 함께 지내는 시간도 늘어나지요. 힘들고 지치는 명절은 말 한두 마디로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부부간의 탁월한 대화법을 배워봅니다.
이제 명절이다. 그 만큼 부부가 서로 같이 있을 시간이 늘어난다. 신혼이던 결혼 10년 차이던 부부가 명절을 끝내고 나서는 둘의 관계에 대해 딱 세가지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멋진 시간을 보냈거나, 겨우 버텨냈거나, 관계가 악화되거나. 만약 세 번째를 택했고 자녀가 있다면 그 아이들은 이번 추석을 아빠 엄마 눈치만 봤던 명절로 기억 속에 새길 것이다. “서로 아는 것 같지만 잘 모르는” 심리학자 토니 험프리스가『부부의 사생활』에서 부부에 관해 설명한 말이다. 늘 함께 해 왔고 익숙하지만 그 만큼 서로의 꿈이나 마음 속 깊은 상처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인간은 영혼이 있는 존재다. 특히 배우자끼리는 겉모습이 아니라 그 이면에 들어 있는 모습까지도 이해 받고 사랑 받길 원한다. 둘이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그래서 어렵다. |
말 한마디로 토라지고, 말 한마디로 다시 웃는다. |
명절은 아무래도 긴장의 연속이다. 갑자기 바뀐 환경이며 오랜만에 보는 분들은 분명 반갑기도 하지만 어색하고 긴장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럴 때 부부간 서로 마음을 건드리는 말들은 분명 관계 악화의 불씨를 댕기게 된다. 말 한마디로 토라지고, 말 한 마디로 다시 웃는다. 이럴 때 보면 말 하나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은 채무관계보다 부부 사이에 적용될 말이다. 내일부터 함께 부부가 쭈욱 있게 될 시간, 제대로 오가는 말 한마디에 ‘내 생애 최고의 명절’이 되도록 추석을 연휴를 하루 앞둔 오늘. 서로 어떤 말을 해줄까? “말은 기술이 아니다.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제목 한번 강렬하다. 『여보 내 말에 상처받았어?』제목 그대로 말로 인해 상처받는 부부들의 사례가 나온다. 회식하고 늦게 들어온 남편에게 살림과 육아로 지친 아내가 보내는 한마디, 시댁에서 지치게 일을 하고 온 아내에게 남편이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 맞벌이 부부가 서로 지쳐가며 어쩔 수 없이 주고받는 상처의 한 두 마디들. 책 속의 다양한 상처 이야기들은 그 어떤 부부라고 공감을 할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그럼 어느 부부의 일요일 오후 일상을 잠깐 들여다보겠다. 남편 선규는 오랜만에 거실에서 좋아하는 야구 경기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옆에 있던 아내는 갑자기 주방으로 가서 둘러보더니 집에 밥이 없다며 저녁은 칼국수나 먹으러 가자고 했다. 선규는 무심결에 그러자고 했다. 야구가 끝난 후 아내에게 말을 거는 선규. 남편: (무심코) 어휴, 배고파. 여보 오늘 저녁 메뉴는 뭐야? 아내: 밥 없다니까. 칼국수 먹기로 했잖아. 남편: 아 그랬나? 아내: 뭐야, 아까 내 말 안들은 거야? 결국 아내는 화를 내고 말았다. 아내의 말에 분명 그러자고 했지만 선규는 야구에 열중한 나머지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이는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여자들과는 달리 한 가지에만 몰두하는 남자의 특성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자들은 집중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슬프고 화가 난다. 의도하지 않아도 상처 받을 수 있는 것이 가족이다. 물론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상처를 받을 수 있지만 그것도 쌓이면 서로 간에 작은 벽을 쌓게 된다. 이왕 부부로 함께 살아가기로 한 이상 남들 부럽도록 아찔하게 사이 좋게 살면 제일 좋은 건 아닐까? 그 방법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전에 어느 부부의 이야기를 또 하나 꺼내보겠다. |
유망한 회사원인 정호. 인정받는다는 직원의 전형적인 모습인 늦은 퇴근과 지방 출장으로 집을 비우는 날이 잦은 아이 셋의 아버지다. 정호의 아내는 집에서 살림하고 세 아이 뒤치다꺼리로 하루하루 종종거리며 회사에 있는 정호만큼이나 고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아내를 도와주지 못하는 게 늘 아쉬웠던 정호는 아내가 아이들을 씻기는 동안 설거지라도 도와주자는 마음에 수북이 쌓인 그릇들을 씻어나가기 시작했다. 부엌일에 서툴지만 최선을 다하던 정호. 깨끗이 닦는다고 공을 들이다 아내가 아끼는 커다란 샐러드용 접시를 깨고 말았다. 아이들이 다칠 새라 얼른 깨진 조각들은 줍고 걸레질을 하려는데 아이들 목욕을 마친 아내가 부엌으로 들어왔다. 아내: 당신 뭐해요? 남편: (난처해하며) 어쩌지? 설거지를 하다가 접시를 깼어. 미끄러워서 그만......
아내가 뭐라고 말했을까? 다음 답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보라. 1) 아니, 왜 안 하던 일을 하고 그래요? 2) 조심 좀 하지 그랬어요. 집안일이라고 쉬운 게 아니라고요. 3) 안 다쳤어요? 접시야 또 사면 되죠. 뭐. 4) 도와주려다 그런 건데 괜찮아요. 분명 아내가 무척 아끼는 그릇이었다.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다면 1), 2) 번의 대답을 얼마든지 강렬하게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편은 정말 아내를 위해 최선을 다하다가 접시를 깬 것이다. 그걸 감안한다면 3)번 또는 4) 번이 될 터. 그것을 들은 남편은 둘 다 아내의 고운 마음에 고마워하겠지만 아내가 무척 아끼는 좋은 그릇을 깼다는 미안한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이야기에는 비밀이 숨어 있다. 반전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부부의 대화 내용은 맞지만 아내의 대답은 위의 답안 속에 없다. 남편을 생각하는 마음과 접시를 깼다는 미안함을 동시에 풀어주고 싶었던 아내는 조금 더 과감했다. “그 접시 또 깨졌어? 그 접시가 원래 잘 깨지나 보네. 나도 지난번에 설거지하다 하나 깼거든.” 아내는 그렇게 남편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잘못을 감싸주었다. 이 대답 속에는 재미있는 것이 숨어있는데, 지난번 설거지에서 아내가 정말 접시를 깼는지의 여부는 확인 불가라는 것이다. 정말 접시를 깨고서 이야기 해주었다면 쿨하고 멋진 아내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지만 만약 접시를 깨지 않고도 얼마든지 멋진 ‘하얀 거짓말’을 했다면 남편의 마음 깊은 곳까지 헤아린 탁월함을 인정해야 한다. 이 말을 들은 남편은 아마도 다음 번에도 또 기쁜 마음으로 설거지를 해 줄 것이다. 직장생활이 고단하고 힘들더라도 말이다. | ||
한국인 부부의 말하기를 들여다보다. | ||
책 속에는 수 많은 부부들의 사연들이 실려 있다. 웬만한 화법 교과서 못지 않게 멋진 대화를 이끌어나간 부부들의 사례들을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거기다 더해 한국인 부부의 특성을 설명한다. 한국인 부부는 자신의 속마음을 전달하기보다는 극도로 자제하는 말하기를 선호한다며, 마음을 전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말을 넘어선 그 이상의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런 무의식에 따라 말을 절제하게 되고 말을 안 해도 내 마음을 알아주고 행동해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서양의 화법 책이 우리에게 큰 공감을 못 끌어내는 이유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말’이라는 도구에 대한 인식과 기대가 다른 탓이다. 그래서 짐짓 모른 척 하고 얼버무리고 침묵하는 도구를 ‘말’과 함께 쓰면서 '사랑‘을 표현해낸다. 물론 여기에는 말보다 더 나은 기술이 필요하다. 타이밍에 잘 맞추고 상대방을 면밀히 살피면서 쓸 때는 아주 유용하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서 쓴다면 ‘말’로 하느니만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은 제대로 된 ‘이심전심’을 쓸 수 있도록 유용한 조언을 곁들인다. |
결혼생활, 행복은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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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말에 상처받았니 상생화용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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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의 사생활 토니 험프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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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부부 이혼하는 부부 존 M. 고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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