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만남

장코폴로 2010. 1. 8. 02:22
만남
 
동전 두 개가 나란히 놓인 것을 만남이라 하지 않듯이, 버스나 기차간에 나란히 앉은 것을 만남이라 하지 않듯이, 인간의 만남은 단순히 같은 장소에 함께 있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해도 저마다 제 소리만 내거나, 아무리 뜨겁게 사랑을 고백한다 해도 상대의 마음속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함께 있음도 만남이 아니다.
 
만남은 인격적 사건이다. 인격적 만남은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는 일에서 시작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상대의 소지품이나 아주 사소한 일에서조차 상대의 실존을 느끼면, 그것을 통해 사랑의 감정을 주고받는다. 그가 하는 일뿐만 아니라 그가 처한 상황, 추억까지도 소중하게 여기며 사랑하게 된다. 사랑하면 할수록 그와 나의 관심사가 일치되어 간다. 이처럼 서로에게 관심을 쏟고 존중하는 가운데 서로 닮아가며 인격적 만남이 이루게 된다.
 
현대인의 사랑이 쉽게 깨지는 것은 만남이 인격적 만남에서 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방 자체(본래의 모습)가 아니라 상대의 조건만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자기 관심사나 욕심에 따라 남을 판단하는 만남은 인격적이지 못하여 오래가지 않는다. 상대의 본질을 떠나서는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질 수 없다.
 

<이제민, 신부/독일뷔르츠부르크대학교신학박사/광주가톨릭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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