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글 세계화를 위해

장코폴로 2009. 10. 15. 09:48

[삶과 문화] 한글 세계화를 위해 (한국일보, 2009년 10월 13일)

 

563돌 한글날은 뜻 깊은 하루였다.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제막식에 참석하고 <세종이야기> 전시관도 관람했다. 세종정신을 실용과 문화강국과 연계한 이명박 대통령의 제막식 축사도 좋았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 족이 한글을 공식문자로 사용하는 데 이어, 라토뱅케 족도 한글을 표기어로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은 맑은 가을 하늘만큼이나 상쾌했다. 세계 6,600여 문자 없는 민족이 그들의 말을 한글로 쓰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한글이 전 세계 ‘어린’백성들을 널리 이롭게 할 때, 세종대왕이 뜻하신 대로 홍익(弘益)문자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해마다 맞는 한글날에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신 뜻을 진정으로 되새기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정부나 관련단체는 말로만 한글의 세계화를 떠들게 아니라 이제부터는 실천해야 한다. 한글 세계화를 위한 구체적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세종대왕의 생가 터 복원이다. 경기도 광주의 영릉은 세종의 무덤이다. 무덤에서 탄생을 축하하는 것이

옳은가? 크리스마스는 예수가 탄생한 예루살렘의 마구간에서 기념하지 않는가.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임금으로 추앙하는 세종대왕의 생가 터는 없고, 경복궁 옆 통의동 길가에 ‘세종대왕 나신 곳’을 알리는 작은 비석이 댕그라니 놓여있다. 전ㆍ 현직 대통령의 생가 터는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한 명성을 지닌 소설가나 시인의 생가 터도 복원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둘째, 한글날을 공휴일로 다시 지정해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 가 재지정에 찬성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문자의 탄생을 기념하는 문화국가이다. 노동생산성 저하를 우려하는 것은 문화시대에 어울리지 않은 발상이다. 한글날 하루를 쉬면서 국민이 한글의 우수성과 잠재력을 되새기고 산업화 세계화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높은 생산성을 가져올 것이다.

 

셋째, 한글 문화관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글 문화관을 건립하겠다고 하지만 한글과 세종대왕의 숨결이 살아있는 광화문 부근을 떠나서는 별로 의미가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한글 문화관을 유치하려 하지만 광화문 부근이 제 격이다.

 

넷째, 한글을 이용한 문화산업의 진흥이다. 배우고 익히기 쉬운 한글을 정보기술과 접목하면 다양한 언어학습

도구를 개발할 수 있다. 전 세계 영어학습 시장규모가 300조 원인데 한글을 이용하여 영어뿐 아니라 세계 각국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정보기기를 개발하는 것은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것에 비견된다. 한글 디자인 또한 세계적으로 각광받을 우리만의 신 성장동력이다. 한글은 현대적이고 기하학적인 조형미를 갖추고 있어 외국인이 흉내 낼 수 없는 디자인 블루 오션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부터 외국 손님 선물용으로 한글디자인 문화상품을 이용하고, 수출제품 포장 등에 한글디자인을 사용하도록 권장하면 어떨까 한다.

 

덧붙여 훈민정음의 국보1호 제정, 인천국제공항의 세종국제공항으로의 명칭 변경, 유네스코에서 수여하는 세종대왕상을 세계적인 상으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는 한글을 통해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차원과도 연결된다. 세계인이 먼저 알고 칭송하는 한글은 시간이 흐를수록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나아가 세계의 보물이 될 것이다.

 

신승일 한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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