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는 장샘

송언의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장코폴로 2009. 5. 5. 17:15

북 브리핑


 
미혼 남녀에게 어린이날은 그저 고마운 휴일일 뿐이겠지만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어린이날은 이래저래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선물도 사줘야 하고 가족 나들이도 계획해야 한다. 화창한 5월의 날씨는 집에서 쉬고 싶은 직장인들에게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니, 오랜만의 휴일에 가족과 함께 근교로라도 나가보면 어떨까.

[북모닝CEO]에서는 ‘어린이날 특집’으로 자녀와 함께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나누는 책들을 소개한다. 가족 여행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감성과 소중한 추억들 속으로 함께 떠나보자.
 
 
이제 고3이 되는 아들이 불쑥 겨울방학 동안 국토순례를 떠나고 싶다고 말한다. 한창 공부를 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위험하고 힘든 길이기에 처음 듣는 순간 부모는 반대를 한다. 하지만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해보고 싶다는 아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또 아들이 이렇게 제안하는 순간 여행을 승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난 아빠랑 둘이 국토순례를 떠나고 싶어.”

아들을 가진 부모라면, 특히 아버지라면, 아들의 입에서 그 한 마디를 듣는 순간 여행을 반대하는 이런저런 이유들이란 머리 속에서 모두 사라져 버릴 것이다. 아들이 국토순례의 파트너로 아버지를 청했다는 사실이 너무 뿌듯하고 행복할 테니 말이다.
 

그리하여 수원에서 출발하여 땅끝 해남까지, 고3 아들과 쉰 살 아버지가 함께한 9일간의 도보여행이 시작된다. 터벅터벅 걸어가는 도보여행은, 영화 속에서처럼 아버지가 아들에게 삶의 심오한 진리를 깨우쳐주는 폼 나는 여행은 아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도 소소할 뿐이다. 오늘 점심은 어디서 무엇을 먹어야 좋을까, 오늘밤은 어디에서 묵어야 할까,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이런 사소한 대화들로 길다면 긴 여행길이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소한 대화와 담담한 여정 속에서도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무언가 친밀함이 생겨난다. 아버지가 힘들까 봐 아버지 것보다 더 무거운 배낭을 묵묵히 메고 걷는 아들과, 근육이 뭉친 아들의 어깨를 주물러주는 아버지.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편안하고 깨끗한 숙소를 찾아주고 싶어하는 아버지와, 아버지 건강을 생각해서 식사 때마다 소주 한 병의 반주를 곁들이는 아버지에게 타박을 하는 아들.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아버지와 아들은 그렇게 서로를 배려하며 마음을 나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걷었던 길, 그 추억만으로도 마음이 따스해지고 배가 부를 것이다.

 

 

 
자녀들과 함께 갈 수 있는 특별한 여행지로 부모들의 고향을 추천한다. 누구나 고향에 돌아가면 왠지 모를 향수에 파묻혀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 된다. ‘내 아이 나이였을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그리고 추억이 남겨진 장소를 자녀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은 그 어떤 방법보다도 효과적으로 자녀들과 소통하는 비결이 될 것이다.

소설가 이순원의 마음 속에는 늘 고향인 강릉이 남아 있었다. 그의 마음 속에서 고향 강릉은 늘 아름답고 자랑하고 싶은 곳이다. 『강릉에 가고 싶다』는 그 마음을 담아 아들과 아내와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강릉을 소개하는 책이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요즘 아이들에게 고향이란 별다른 의미가 없다지만, 살다보면 잠시라도 도시를 떠나 마음을 추스리고 위로를 받고 싶을 때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럴 때 부모님이 자랑하던, 또 함께한 여행에서 열심히 이곳 저곳을 설명해주던 부모님의 고향을 떠올릴 수 있다면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을까. 고향으로의 여행, 그것은 자녀들에게 제2의 고향을 만들어주는 여행이 될 것이다.

 
 
공부에 관심이 없는 초등학생 딸에게 인문학 공부를 시키겠다는 일념으로, 택시기사인 아버지는 일을 쉬는 날이면 딸과 함께 답사여행을 다니기 시작한다. 매주 일요일, 매년 50회, 그렇게 7년 동안 300회가 넘는 답사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버지가 딸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것은 그저 지식만은 아닐 것이다. 건축물 속에 담긴 삶과 역사를 보는 눈을 깨워주는 것, 그것이야 말로 아버지가 딸과 떠나는 답사 여행에서 진심으로 바라는 것일 것이다.
 
 
낯선 외국으로의 여행은 늘 두려움을 동반한다. 길을 잃지는 않을까, 말이 안 통하면 어떻게 할까,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지…. 하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낯선 외국도 괜찮다. 가족의 온기가 마음의 여유를 찾게 해줄 테니까 말이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자매처럼 툭탁거리면서도 서로를 위로해주는 모녀의 여행. 너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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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송언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그 여름의 초상>이 당선되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은 소설 쓰는 일을 접고 동화 쓰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 그 동안 쓴 책으로는 소설『인간은 별에 갈 수 없다』『천궁거사』등과, 동화『슬픈 종소리』『멋지다 썩은 떡』『김 구천구백이』『잘한다 오광명』『마법사 똥맨』등이 있으며, 『단군의 조선』『고구려』『아, 발해』등 우리 역사 이야기를 풀어 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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