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슈바브의 ‘그리스 로마 신화’
고대 고전의 가장 재미있는 신화 실타래 풀기
올리브 나무 사이로 스쳐오는 보라와 시로코가 만드는 지중해성 바닷바람, 황금빛으로 타오르는 오렌지가 발칸반도의 남단 헬레니 공화국을 간지럽히면 향제비꽃을 든 여인들이 신화를 읊조릴 것 같다. 성경에 기록된 테살로니키와 같은 마을 이름들을 훨씬 뛰어넘는 신화들을 접하다 보면 향내 짙은 고전을 접하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 책이 바로 구스타프 슈바브의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160년 전에 쓰인 원본을 오늘날 감각에 맞추어 아주 평이하게 해석해낸 한신대 이동희 교수의 번역창작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어렵게 연구하여 쉽게 읽게 만들어준 것은 학자의 시봉임에 틀림없다.
이오니아해(海)와 에게해에 둘러싸인 험준한 지형들 위에 사는 사람들은 많은 전설들은 파종했을 법하다. 국경을 접하고 있는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불가리아에서는 아직 전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인간과 신들의 모든 종류의 행위 몸짓 사건들은 신화의 모티브가 되었다.
마리차강 넘어 터키를 상대하기 위해서도 신화는 필요한 대상이었으리라. 습곡, 산지, 삼림, 구릉, 분지를 내리고 신화 탄생 중심 축 그리스 최고봉 올림포스산(2,917m)이 서있다.
독일 슈트트가르트 출생으로 낭만적 아름다움이 절로 피어나는 튀빙엔에서 신학을 공부한 시인이자 김나지움 고전 선생이 채집하고 가다듬은 1838년 판 ‘그리스 로마 신화’(물병자리 펴냄)는 이영희의 ‘만엽집’ 해제와 같은 통쾌함을 준다.
한국초역으로 총 여섯 권중 두 권이 야생화처럼 은근하게 잔잔한 미소로 재롱을 떤다. 이 책은 신이 인간이 되고 싶어 하고 인간이 신이 되고 싶어 했던 환타지로 독어권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신화집이다.
그동안 토머스 불핀치의 숲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했던 이 책은 화려한 보랏빛을 내며 상큼한 맛을 내는 산딸기와도 같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의 추상을 과감히 깨는 묘미를 17장 3부작으로 편집한 이 책은 트로이이아 전쟁 전, 전쟁 까지, 전후로 크게 나뉜다.
원전을 두고 해석해내는 경전들 중에서 친숙함이 드는 그런 느낌이 드는 이 책은 시공을 가지런히 정리해 프로메테우스부터 로마에 이르는 대서사시를 재구성 하고 있다. 신화의 연대기적 서술은 독자들이 신화의 영웅들처럼 이 책을 순식간에 정복하게 만든다.
구스타프 선생의 교실의 아이들에게 수업하듯 다정하게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 듣듯 '신과 인간의 시대'(1권), '영웅들의 전설'(2권) 두권의 책으로 영웅들의 활약상과 트로이 전쟁의 단초를 읽게 만든다. 공룡처럼 고대가 꿈틀되고 독자들은 집단적 최면에 빠지게 된다.
그리이스와 로마의 신들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거리이다. 등장하는 신들의 심볼과 주무를 살펴보는 것도 유럽의 정신사와 문화와 그 예술적 심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감람나무 위로 팔월이 녹색과 검정을 호령하면 신들의 왕이자 하늘의 신인 제우스(로마 이름은 쥬피터) 가 번개와 독수리라는 상징으로 등장하며, 바다는 거센 파도로 신들을 시험하고 습곡과 구릉 사이로 전설이 포도알처럼 들어찰 것이다.
신들의 왕비, 여성․ 결혼․ 모성을 관장하는 헤라는 신비스런 베일과 뻐꾸기, 석류, 공작의 상징 꿰찰 것이다. 아데나, 아레스 아프로디테,아폴로,헤리오스,드미트리,포세이돈 등을 헤다보면 유럽문화의 출발점이 그리이스와 로마 신화에서 시작되아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별화된 신화집, 상상력의 보고인 구스타프 슈바브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제서야 읽다니’와 ‘이나마 다행이다’의 감정을 동시에 갖고 있어도 가까이 있음에 우리는 행복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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