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생,춤 바람 나다

국수호 안무의 '월인'

장코폴로 2009. 1. 21. 10:58

국수호 안무 ‘달’에 관한 모든 상상력의 총합
월인(月人), 달의 사람들, Lunar People, 2008
 
장석용 문화평론주간
 
라이브 밴드가 가볍게  흡수, 배합되는 국수호의 춤은 분명히 중독성이 있다. 12월 10일(수), 11일(목) 밤 여덟 시 서초동 예악당 관객들은 하루 전 보름달로 밝고 찬 바람으로 상쾌를 단 날씨와 더불어 한국이 낳은 세계적 안무가 국수호의 ‘『월인(月人)』을 대책 없이 칭송해야만 했다. 이미 그를 초월한다는 것은 무모함으로 비춰진다.
 
국수호의 달밭비사(月田飛事)는 ‘달’에 관한 모든 상상을 집합하고 불멸의 신화를 창조한다. 터치하면 명품이 되는 신기(神技)를 지닌 국수호  기억의 저편, 잔상에는 광대의 재롱에서 핏빛 사랑을 넘는 고통과 풍요의 기원을 담는 의식이 제례처럼 담겨있다.
 
율동이 있는 시에는 춤과 음악, 환상적 비주얼과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들의 뜨거운 열정의 춤 연기가 있었다. 국수호의 조무술(造舞術)은 언제나 호평이 따른다. 부인할 수 없는 천재(Gotteslieb)의 작품은 신과의 대화, 자기성찰이 돋보이는 명품제조의 비법이 숨겨져 있다.
 
'월인(月人)'을 위해 질주한 장현수, 조재혁, 이윤경, 류석훈, 김장우, 김승일, 이영일, 송 설의 연기력 위에 국수호의 춤 색깔이 보태진다. 작은 앙탈에서 혁명적 사유에 이르는 길고 느린 사유를 통해 잉태된 숱한 버전들이 시간과 조합에 따라 자유자재로 이루어진다.
 
국수호는 어둠의 시대를 살아가도 희망을 품게끔 하이키 라이트의 조명과 코리안 베네똥의 원색을 즐겨 차용한다. 코드 해석과 상징의 판별, 구별할 수 있는 경계를 가진 춤은 대중성을 확보, 매혹스러운 무한 상상으로 질주한다. 따스한 표현 위에 걸쳐있는 냉혹한 프로정신은 국수호 춤의 존재 이유와 칭송의 대상이 됨을 설명한다.
 
오방색의 기초 위에 현대가 흐르고, 이미 크로스 오버는 장르와 국경을 뛰어넘는다. 국수 호는 우주의 중심을 어려움을 겪는 한국의 중심부로 끌어와 조금 더 깊게 기 수련하듯 느긋하게 공존과 평화, 그중에서 시발이 가족이 우선이 되기를 기원한다.
 
달은 작은 달의 시작에서 보름달을 거쳐, 그믐달에 이른다. 달을 중심으로 우주와 인간에 걸친 통섭의 담론이 이루어지고, 사랑과 이별의 아픔이 그려진다. 밤은 신성으로 이끄는 블루와 레드, 퓨어 화이트로 국수호 판타지의 완성을 알린다.
 
국수호는 감춰진 여성의 몸과 드러낸 남성미를 안배하고 몸의 아름다움을 최대한으로 살린다. 생명의 존재감을 알리는 붉은색 톤으로 류석훈이 이인무를 쳐 올리면 무대는 전율을 느끼는 만든다. 춤 철학이 살아있는 ‘춤’, 국수호의 춤은 그래서 더더욱 중요하다.
 
국수호의 낭만적 서사의 중심은 자연을 배제할 수 없는 인간이다. 그래서 약간의 과장과 익살이 개입할 공간을 준다. 새들과 풀벌레, 바람이 만들어 내는 사운드는 물 흐르듯 스쳐가는 춤의 매혹과 더불어 완벽으로 가는 디테일의 주인공이 되었다.
 
작가 이규태의 '한국인의 의식구조'에 나타난 달의 신격화와 친구화가 동시에 보이는 국 선생의 춤은 묘한 동양의 신비를 안고 있다. 국 선생의 춤은 ‘겨울’을 추어내도 희망과 정결의 이미지로 비춰진다. '월인(月人)'이 뿌린 감촉은 봄비처럼 촉촉하고 상큼하다.
 
사십오 년 동안, 국수호의 춤과 더불어 펼쳐진 명상의 세계는 평화지향의 중성적 이미지를 지닌다. 국수호의 춤에 대한 경배는 보살 행이다. 그를 알고, 그의 춤을 보면 그의 춤이 만들어지는 내면의 숲으로 들어가는 비밀통로를 발견할 수 있다. 국수호의 춤, 역시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