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기와 영화읽기

추격자

장코폴로 2009. 1. 21. 10:53

살인자를 쫓는 전직 경찰이야기, 추격자
장석용의 비디오 산책
 
장석용 주간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 The Chaser, 2008'
 
2008년 거의 모든 상을 거머쥔 나홍진의 2시간 3분짜리 스릴러물엔 끔찍한 범죄 현장과 비릿한 액션이 함께한다. 2월 14일 개봉되어 5백만 관객을 동원한 이 작품은 신인 감독이 전 기성 감독들에게 영화는 이렇게 집요하게 만든다는 것을 가르쳐준 작품이다.

캐릭터들은 모두 현재적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추격자 엄중호(김윤석)는 출장안마 사업을 하는 도덕률과는 거리가 먼 때 묻은 전직형사이다. 연쇄살인범, 지영민(하정우)은 정신이상살인자이다. 미진(서영희)은 매춘부로서 현실과 자신의 행위에 대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그녀의 어린 딸 또한 정상적 모성애 부재로 정신적 갈등을 겪고 있다.

이 가공할 영화에 열광하는 것은 영화적 묘미뿐만 아니라 연출자의 영화를 만드는 재능과 연기자들의 심리묘사 연기, 공분하는 범죄에 대한 공감, 나약한 우리 자신에 대한 연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철학적 함의 등이 관객들을 절대 우군인 엄중호의 편이 되게 만든다. 

중호 소유의 재산(몸 파는 여인들)이 연쇄적으로 행방불명이 되고, 아프다고 하는 미진을 불러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연락이 두절되자 전화번호로 위치확인에 나선다. 이 와중에 마주친 피 묻은 옷을 입은 영민이 범임임을 직감한다. 중호는 추격자가 되어 영민을 포획한다.
 단순한 스토리 속에 촘촘히 들어앉는 스키마들은 풍성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도와준다. 공권력의 사각지대에 놓인 서민들의 비참한 현실 속에 자신의 살을 도려내어 생존을 택하는 서민들을 극한적으로 드러내 보인 '추격자'는 스스로 용감한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씁쓸한 자학적 해석이 들어 있다.

2003년 '5 Minutes', 2004년 '완벽한 도미요리', 2007년 『한』으로 습작기를 마감하고, 각본, 감독한 장편 데뷔작이 한국의 영화 지형도를 바꾸고 지축을 흔들었다. 모두 그의 카리스마에 항복을 한 것이다. 한국은 너무나 허약한 냄비적 감동곡선을 타고 있다.

2008년은 그의 해였다. 황금촬영상, 디렉터스컷, 대한민국 영화대상, 춘사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을 시상했다. 대한민국 영화대상 에서는 감독상과 각본 각색상으로 나 감독의 간을 부풀게 했고, 부일영화상에는 최우수 감독상을 수여 허파에 바람이 들게 했다.

지칠 정도로 영화제들은 이 영화에 아부를 떨었다.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각본상, 춘사대상영화제 올해의 각본상,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유럽 판타스틱 영화제 연합 아시아 영화상으로 갓 데뷔한 감독을 망가트릴 독약들을 선사했다.  

영상원이 배출한 걸물 나 홍진은 영화평론가협회의 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그의 상업적 수사에 휩싸이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의 전략적 선택중 연기자 선택은 탁월한 것이었다. 연극배우처럼 느긋하게 김윤석, 하정우를 부린 것이다.

그의 설정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을시런스런 장소로의 로케이션, 공간 활용과 운동성 고려, 빛과 어두움의 철학성 등이 모두 적합한 곳에 배치되어 있다. 대사적 드라마 보다 영화적 대사를 활용한 점도 이 영화에 열광하게끔 장치이다.
 
느긋한 고백과 느릿한 추궁, 느슨한 증거 수집에 대비되는 중호의 또 다른 추격, 미진의 사투를 다한 탈출은 성공하는 듯 했으나 스릴러물의 정석인 반전으로 결국을 죽임을 당한다. ‘간절히 소망하면 이루어진다.’는 감독의 흥행법칙과 배치되는 여인의 죽음은 영화적 현실이며 현재 우리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죽임의 또 다른 모습이다. 

'추격자'는 잘 만들어진 영화이며, 또한 감독에게 내리는 사약이기도하다. 지속적 영화의 성공은 그의 인간성, 인격이 말해줄 것이다. 수양이 잘 된 재목의 열매는 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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