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생,춤 바람 나다

백현순 안무의 『그들은 그렇게 불렀다, 꼬레』

장코폴로 2012. 5. 12. 08:34

(장석용/문화비평)

백현순 안무의 『그들은 그렇게 불렀다, 꼬레』



제26회 한국무용제전 피날레 작품

 

 

2012년 4월 2일부터 9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개최된 제26회 한국무용제전의 대극장 휘날레작 실크로드 3부작 중 백현순 편 『그들은 그렇게 불렀다, 꼬레』는 마음으로 읽는 춤의 소리로 사람들을 소통시키는 미구(美具)로 사용되었다. 8일 오후 8시에 공연된 이 작품은 백현순(한체대 교수)의 이성과 감성이 조화된 실크로드에 관한 유쾌한 상상이다.

 

덴마크 미래학자 롤프 얀센의 예언, 꿈과 감성을 파는 사회의 도래, 드림 소사이어티(Traumschaft)의 이면, 남사당패들이 개척해나가는 실크로드는 군무로 보여주는 화려한 비주얼, 낭만적 춤 서사, 다양한 음악, 이국적 무브먼트, 상상력을 극대화한 스토리텔링으로 대작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스펙터클한 조형은 전위적 감성을 유발한다.

 

 

한국의 사당패가 길을 열고, 그 길을 걷고, 이어 문화 통신사가 되어 서역으로 떠난 집단을 맡은 백현순의 춤연기자들은 모래 메아리의 반향(反響)으로 ‘그들은 그렇게 불렀다.꼬레!’를 낳는다. 사당패가 ‘실크로드를 개척한다’는 설정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여덟 개의 무용문화재 중, 남사당놀이의 확대해석으로 그 재기적 발랄함과 오락성을 과감히 보여주고 있다. 서역으로 떠나는 남사당패의 등장은 이동무대의 하단에서 코믹하게 등장한다.

 

등장에서 끝날 때까지의 어울림, 소통의 퍼레이드는 계속된다. 베네통풍의 원색이 오방색으로 배치되고, 남사당패의 해학이 담긴 익살스런 풍자와 유쾌함, 후안 미로의 늪이나 고흐의 과수원에 빠진 듯한 착각이 인다. 이렇게 떠난 남사당패는 사운드의 어울림까지 난장을 계속한다.

 

 

운명적 천민들의 개척사인 남사당패의 실크로드 종주 혹은 대식국들의 한반도 교섭사는 아유타공주, 고선지 장군, 덕수 장씨 등의 유래와 사실(史實)들을 살펴보면 가능했던 이야기들이다. 꼭두쇠(우두머리, 백민경)의 카리스마 넘치는 리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유랑연예인들의 연기는 낙타를 다루는 대상(隊商)을 연상할 정도로 섬뜩하며 자극적이다.

 

안무가 백현순의 상상력은 선사시대의 조상새를 다룬 『태양새, 고원을 날다』,『솔거의 화첩』의 불교적 상상력,『유림』의 유교적 춤 내러티브, 6.25 전쟁을 다룬 『회룡포연가』, 독도문제를 다룬 『아, 독도』에 이르기 까지 춤 구성과 추임새의 승부사임을 자처해 왔다. 플로어에 꽂히는 채찍소리, 조련에 가까운 혹독한 훈련을 상징하는 사운드 코드이다.

 

 

그러나 백현순은 그 이면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잊지 않는다. 문화적 전통의 바탕위에 미래 사회의 특징인 상상력과 창의력, 특히 춤을 매개로 상상력은 시, 음악, 영상, 복식에 걸쳐있고, 동 시대적 고민의 흔적을 엿 볼 수 있다. 그녀는 황량한 모래사막의 풍경을 넘어 ‘그들은 그렇게 불렀다, 꼬레’라고 희망의 너스레를 떤다.

 

그녀는 기존의 형식을 타파하고, 남과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춤작가(Dance Essayist)이다. 그녀의 상상에 걸쳐있는 깨달음, 해학, 초월은 또한 명료함과 논리적 이지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비주얼에 걸쳐있는 떨어지는 모래의 풍경을 연결시키면 그 험한 길을 개척했던 남사당패의 영혼이 걸어오는 침묵의 대화를 깨달을 수 있다.

 

 

카타르시스와 환호로 내리는 모래에 터치되는 손들은 꼬레의 환호를 상징한다. 『그들은 그렇게 불렀다, 꼬레』는 소통의 실크로드를 완성한 작품이다. 카오스 같은 혼돈의 미로를 양파껍질을 벗기듯 까들어 가면 곱게 남는 것은 모래알 같은 순수함이거나 통섭의 따스한 진리만 남는다. 남사당패식 경쾌함과 대리희생자의 눈물이 번진다.

 

엄숙한 공감대가 형성된다. 이 작품은 현실 같은 상상력으로 예인들의 과거와 현실에 대한조명, 미래의 엔터테이너의 삶을 조망하게 해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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