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좋아하는 장공

영화음악,현재와 과거의 풍경

장코폴로 2011. 8. 16. 07:00

영화음악, 현재와 과거의 풍경

              -강형철 감독의 <써니>를 중심으로

 

 1.사운드의 진화/음악

 

 사운드 속의 영화음악은 영화흐름을 주도적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영화의 주인공이 된지 오래이다. 영화음악은 이미 클래식에서 현대음악에 이르는 모든 장르를 수용한지 오래 되었다.영화의 예술성을 고양시키는 음악이 잇는가 하면, 상업적 가치에 함몰된 음악도 있다.

 무성영화시대의 일인 피아노 연주에서 시작하여, 오케스트라 연주로 확장되기 시작한 영화음악 작업은 흥행과 직결되는 중요한 예술창작 행위가 되었다. 시대에 따르는 인기음악들이 영화에 삽입되어 있기도 하고, 낭만적 복고풍 음악이 시대 재현에 앞장서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영화음악은 전후 미군부대의 클럽을 중심으로 본격적 활동을 시도한 뮤지션들의 시각에서 발전된 감이 없지 않다. 브라스 밴드나, 전형적 클래식에 의존 해오던 영화음악들은 일군의 선구자들의 노력으로 고질적 매너리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영화음악의 터널은 그야말로 개벽에 이르는 음악의 대중화에 기폭제가 되는 사건들이 많았고, 음악의 호기심, 즉 각 장르의 음악들을 접하게 되고, 세계흐름을 가늠하는 게기가 되었다. 그 중심축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

 영화음악이 변방의 부속 정도로 인식되던 때의 인식의 틀을 확실히 넘어 이제 당당하게 협상의 파트너, 영화에 없어서는 안 될 독립된 매체로 인식되고 있다. 고도 테크닉의 사운드 특히 훌륭한 음악 없이는 영화의 완성도나 예술성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점진적으로 개안된 영화음악은 아주 정교하고 세련된 경지에 이르러 있다. 테크놀로지의 발달에 따라 다양한 각도에서 변형, 변주, 퓨전으로의 컨트롤이 가능한 현실에서 컨템포러리 음악은 K 팝의 약진으로 한국영화도 덩달아 외국에서 많은 애호가들이 생겨날 것 같다.

 뇌와 음악의 미묘한 만남, 음악을 매혹시킨 뇌, 아름다운 토요일과 우울한 일요일의 만남 같은 영화음악 작곡가들의 은밀한 뇌의(腦衣) 벗기기는 진지한 테제이다. 우선 우리영화에 수용된 한국대중가요사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2.한국영화와 동맥을 같이한 대중가요사와 과제

 

  우리 대중가요는 지금까지 영화에 깊이 수용되어왔다. 영화애호가들의 가슴속에는 시와 음악, 춤이 비망록처럼 자리 잡고 있다. 언론 매체 곳곳에 깔려있는 대중가요는 12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푸른 바람을 타고 이곳에서도 대중가요는 든든한 우리의 방패이다.

 영화탄생 10년 전인 1885년 ‘찬미가’를 효시로 한 한국 대중가요는 역사의 관찰자로서 서민들의 가장 든든한 동지가 되어 들꽃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관객, 행사, 사건, 장르의 변형, 춤의 유입, 기기 발전, 타 매체 유입에 의해 가요는 거센 물살을 맞아왔다.  

 가요의 탄생 시대부터 무한 변형의 동시대 대중음악사에 걸친 우리의 음악조망은 가요비사, 실용음악, 한류의 형성과 쇠퇴 등에 이르기까지 방대하다. 영화에서 대중가요는 여전히 우리에게 희망일 수 있지만 여건과 환경은 척박해져가고 있다    

 한국 대중가요에 대한 연구와 리서치는 영화음악을 이해하는 기초자산이다. 노래와 가수를 명제로 한국영화를 이해해 가노라면 본격적 영화음악 연구서가 우리영화와 가요계에 얽힌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청량제로의 역할을 할 것이다.

 역사적 간극과 호흡이 긴 해방 전, 감격의 해방공간, 전쟁의 아픔이 배어오는 시기, 진행형인 현재를 제외하고는 우리가요는 10년 단위로 분절될 수 있다. 1885~1944, 1945~1959, 1960~1969, 1970~1979, 1980~1989, 1990~1999, 2000~현재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시기의 불가피한 자료의 소실과 불명의 행사들에 대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가요의 자리를 넘보던 숱한 음악 장르의 침범에도, 클래식에 비해 저급한 장르라는 핀잔에도 굳굳하게 자라온 가요는 대견하다.

 들국화, 김현식, 한영애, 봄여름가을겨울, 시인과 촌장, 김종환, 작곡가 김형석, 사랑과 평화의 최이철, 백두산의 김도균 등 유능한 뮤지션의 음반을 제작한 신성원은 풍부한 자료로 한국 가요사를 증언한다.

 차분하게 국적, 시대, 장르를 우리 가요는 일본, 북한, 미국, 군부, 다국적에 얽힌 대중가요의 친화력과 저항과 항쟁의 주체로서 역할을 해내었다. 어떨 때 우리가요는 외화내빈 ‘속빈 강정’이 될 때도 있었다.

 영화음악 감독들은 팝·재즈·포크·영화음악 등을 두루 섭렵하면서 새로운 노래가 생성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발품을 팔았고, 영화 속에서 어떻게 변형, 확대 재생산되는가를 살폈다. 현장을 중심으로 뿌리를 내린 대중음악들은 원산지에 관계없이 우리 것이 되었다.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들은 영화의 오브제가 되었다. 사실 히트한 노래들은 대중들의 삶과 직결되는 간절한 소망과 꿈을 그린 작품들로 대상과 자신을 동일시하거나, 동 시대의 주도적 흐름과  권력에 따라 수요가 증폭된다. 열정의 무대는 특정지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시대별로 유행한 노래를 들은 제각기 사연들을 소지하고 있다. 나라 잃은 서러움, 월남가족의 애환, 정권홍보, 넘보는 국토 등의 대국적 테마를 딴 것에서부터 사랑, 이별, 계절 등을 테마로 파격적 인기를 모은 작품도 많이 있다.  

 단편적 가요 상식들이 영화영역으로 확대 접목된 가요들은 사회문화적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방대한 가요 자료들과 백년을 넘긴 자료들도 아직 연구 대상이며 시대를 대표하는 가요의 노랫말, 엔카풍 노래, 번안가요, 해금가요 등도 흥미로운 대상이다.

 가요계 안 밖을 미세현미경으로 훑듯이 조사하여 거시적 관점에서 영화음악의 대중화 흐름, 나아가 대한민국 문화의 흐름을 꿰뚫어 보게 하는 것이 가요이다. 대중들의 애환을 함께해온 가요는 서민들의 든든한 평화의 무기였다.

 대중가요의 소중함을 공감하게 영화음악 속에 차용된 가요들은 인간과 시대를 읽어내는 소통의 도구로서 대중가요의 이면을 자상하게 보여준다. 최고와 최초에 대한 정의와 미8군 쇼에서의 실력경쟁도 재미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통기타 시대의 추억과 그룹사운드 열풍, 금지곡에 얽힌 사연, 본격 한국 포크의 등장, 노래방 기기의 등장, 언더그라운드 시대의 이면, 올림픽과 월드컵 홍보 곡을 다른 나라에 내준 이야기, 북한이 금지시킨 우리 노래 등 재미있는 이야기 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대표적 한류가수 보아와 비를 예로 든 한류의 흐름과 전망, 생성과 소멸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진단, K팝, 우리 대중가요의 향방을 전향적으로 전개시키면서 대안 모색을 위한 문제점은 우리 모두가 같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우리 대중가요는 내밀한 아름다움과 대중적 친밀도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멋있고 훌륭하고 뜻있는 가사들과 좋은 곡이 우리에게 수시로 등장할 때 우리의 가요는 영혼으로 가는 생명력을 발휘할 있으며, 영화음악도 심폭을 가질 수 있다.      

 영화음악 속의 대중가요는 이슈가 될 만한 모든 제목들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 추억이 될 만한 대목에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철지난 노래도 생명력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대중가요가 영화음악의 소재가 될 수는 없지만, 대중가요 애호가들에겐 추억과 낭만의 소용돌이 속에 빠지게 만든다. 이제 최근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써니>를 비롯한 영화음악의 그 은밀한 속살을 들여다보자!

 

 3. <써니>―80년대에 걸친 어느 여고의 불량서클 회상기

 

 강형철 감독의 <써니>는 80년대에 걸친 어느 여고의 불량서클 회상기이다. <써니>의 음악감독 김준석과 영화감독 강형철이 의기투합한 시대재현 곡들은 1986년도 전후의 시대적 배경을 깔고 모험을 피한 히트곡들을 선정, 시대를 터치한다.

 영화 속, 회상의 진수라면 감동 그윽한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 감동의 이 편, 벌교 출신 한 아줌마의 중학 시절 추억 더듬기를 다룬 <써니>는 토토의 어린 시절과는 사뭇 다른 한국식 감동과 폭소로 가득 차 있다.

 <과속스캔들>에서 무대뽀식 웃음 유발자 역할을 충실히 해낸 실력으로 그는 <써니>에서 고구마 뿌리털 같은 숱한 상징과 시대적 코드를 자연스럽게 심어놓고 TV를 보듯 편하게 영화를 감상하게끔 한다. 의외성과 우연성외에도 순박한 유머와 구성은 관객과 소통한다.

 이 영화의 기저에는 촌스러움이 있다. 그 촌스러운 유머와 행동은 대중과 공감하고, 관객은 곧 하나가 된다. 그 촌티가 어떻게 전개되어 영화가 되어 가는지 전라도 사투리가 영화에서 나뒹구는 동안, 관객들은 웃을 준비가 되어있는 개그 콘서트의 익숙한 시청자가 된다.

 품격과 우아함 있는 미장센이나 치장을 비켜 간 <써니>는 감독의 의도대로 우울한 시대의 초콜릿 바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내고 있다. <써니>는 368개의 영화관에서 6월 18일(토),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507만 명을 상회 2011년 상반기 최고 흥행작이 되었다.

 <써니>는 칠 공주 써니가 25년 만에 다시 모이는 과정을 그린다. 이 좌충우돌 속에 40대의 써니 멤버는 유호정(나미), 진희경(춘화), 고수희(장미), 홍진희(진희), 이연경(금옥), 김선경(복희)이며, 중학생 역의 써니 멤버는 심은경(나미), 강소라(춘화), 김민영(장미), 박진주(진희), 남보라(금옥), 김보미(복희), 민효린(수지) 의 일곱 명의 연기도 눈요기 거리이다.

 과거는 빛바랜 흑백 추억이 아니라, 과거를 컬러로 채색하는 감독의 연출은 이 영화의 흥행 장치들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가를 살 필 수 있는 대목이다. 소중하면서도 고통스러웠던 과거에 대한 추억은 관객을 모으는 또 하나의 모티브가 된다.

 학창시절, 시집살이, 군대생활, 피할 수 없었던 과거 등은 관객 모두에게 해당되는 과거이다. 이 영화의 공간은 생활기록부의 한 면을 장식한 청춘의 혈기를 담고 있는 짱 언니 싸움(패싸움)의 어두움이 스쳐 지나가지만 추억의 장으로 여겨지는 따스한 공간이다.

 바쁜 일상에서 과거를 묻어 두었던 나미(유호정)는 친정어머니의 문병 길에 우연히 써니짱 춘화(진희경)를 만나게 되고, 그녀가 암에 걸려 시한부 삶을 사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렇게 찾아 나선 나미의 써니 멤버 찾기에 모두들 관심을 갖게 된다.

 과거와 현재와의 혼재 속에 내숭과 현실을 목도한 멤버들은 서로의 아픔을 달래주며 하나가 되어간다. 이윽고 춘화의 죽음이 닥쳐오고, 이 자리에 모인 써니들은 춘화의 유언대로 급한 불을 끄게 될 선물들을 물려받고 어린 시절의 회상하며 촌스런 이별의 춤을 춘다.

 나이키 운동화를 신지 않으면 끼지 못하던 세대의 어느 중학교의 전학풍경, 벌교 출신의 나미에겐 버거운 전입이었지만 싸움과, 멋 내기와 욕에 문학소녀, 미스코리아 꿈과 도도함이 뭉쳐진 넝쿨에 나미가 얽히고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은 촌스럽지만 봐줄 만하다.  

 추억을 더듬는 장치로 음악을 기본기로 삼고, 걸쭉한 사투리와 시대적 우울이 동시에 표출되는 럭비공 같은 영화 <써니>는 데모 장면, 사움 장면도 희화해 버릴 만큼 영화의 상품화에 충실해 있다. 특정 시대를 묘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미켈란젤로의 테크닉이 동원된 강형철의 <써니>, 그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즐겁게 영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자신감과 긍정적 사고방식이 빚어낸 당연한 결과로 다가오는 <써니>는 ‘촌스러움의 가치’가 다시 인정받는 형식이 되었다.

 어휘 사용과 지성에 관계없이, 강형철의 상업성에 접근하는 영화연출의 운영방식은 또 다른 흥행 성공의 메쏘드가 될 것 같다. 다수의 수다에 반한 침묵의 중요성도 느낄 수 있는 영화 대화법도 구사할 날이 있게 되길 바란다.    

 그의 <써니>의 흥행은 송어 낚시에 비유될 수 있을 것 같다. 강형철의 통찰력과 기술적 기량, 즉 창의력이 돋보인 작품, 자신의 감정을 식지 않게 묶어 두고 발랄하게 상업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용기가 가상하다.

 영화 생태학에서 그의 영화 <써니>가 먹장어가 되지 않고, 상생과 희망의 징표로 나타나고 있다. 여름날 풀밭 같은 시원함으로 그의 영화들이 빛나고 있다. <써니>, 큰 웃음으로 즐거움을 준 영화이다.

 

 4. <써니>- 히트송으로 엮은 시대재현

 

 ‘별이 빛나는 밤에’, ‘영시의 다이얼’, ‘밤을 잊은 그대에게’와 같은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이 젊은 청소년들에게 상종가를 치고 있을 때, ‘르네상스’와 같은 음악 감상실과 통기타, 카이자 호프, 레뵌 브로이, 호프 브로이 같은 생맥주 집이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대중선술집 이었다. 아직도 이종환은 그 특유의 목소리로 살아있지만 지금과는 비교를 넘어선다.    

 영화감독 강형철 감독은 모험을 피하고 과거를 관통하는 도구를 빛바랜 사진 속의 어머니의 통해 추억을 통해 찬란하게 만드는 음악이라는 장치를 통해 김준석 음악감독과 의기투합, 80년대 당대의 인기 DJ 이종환(밤의 디스크쇼)이 음악다방에서 늘 애창 팝송으로 인기곡이었던 보니 엠의 ‘써니(Sunny)’를 모티브로 사용한다. 그래서 영화제목이 되었다.

 영화 속 주인공 칠 공주라는 서클 이름도 ‘써니’로 지어진다. 장면 처음부터 영화의 주제곡처럼 사용된 이 곡은 25년 후 칠 공주를 하나로 묶어주는 도구이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86년도 전후이다. 이 년도는 실존의 가족 중 모친을 염두에 둔 것이다. 영화에 사용된 곡들은 시대적 감성을 터치한 히트곡들을 선정하고 약간의 변주를 통해 영화 속에서 용해되도록 했다.

 영화 <써니>에 수록된 추억의 팝송은 1 보니 엠의 ‘SUNNY’(1986, 《The Best Of 10 Years》수록), 2 리처드 샌더슨의 ‘REALITY’ (1984, 《Realty / She`s A Lady》수록),3. 조이의 ‘TOUCH BY TOUCH’ (1985, 《Best Of Joy》수록), 4 신디 로퍼 ‘GIRL JUST WANT TO HAVE FUN’ (1983, 《She's so unusual》수록),5 턱&패티 ‘TIME AFTER TIME’ (1988, 《Tears of Joy》수록)이다.

 추억의 히트가요는 1 나미의 ‘빙글빙글’ (1985, 《4집 골든 앨범》수록) 2. 나미의 ‘보이네’ (1985, 《4집 골든 앨범》수록) 3. 조덕배의 ‘꿈에’ (1985, 《2집 꿈에》수록) 4.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 (1988, 《1집 세월이 가면》수록) 5. 마그마의 ‘알 수 없어’ (1981, 《1집 알 수 없어》수록)이다.

 리처드 샌더슨의 ‘리얼리티(Reality)’는 영화 <라붐>의 OST로 널리 사랑 받은 대표적인 러브 테마송으로 <써니>에서는 패러디의 재미와 함께 ‘나미’(심은경)의 러브 테마로 학창시절 짝사랑의 추억(여린 사랑의 추억)을 감성적으로 터치해준다.

 조이의 ‘터치 바이 터치(Touch by touch)’는 가사 속 몇몇 단어들을 유머러스하게 이용, 대사 대신 음악이 의미를 전달하도록 한 감독의 세기(細技)가 돋보이는 곡이다. 이미 음악은 대사 없이 감정 전달과 장면과 분위기 전환에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어 있다.

 영화의 시종을 장식하는 턱 앤 패티의 ‘타임 애프터 타임(Time after time)’은 과거로 회기 한 듯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어느 순간, 어느 곳에 불현 듯 마주치는 풍광이나 미각을 통해 과거의 추억과 인물을 은근한 기억 속에 찾아내 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빈약한 방송실이었지만 점심시간 학교 방송실에서 흘러나오는 신디 로퍼의 ‘걸즈 저스트 원투 해브 펀(Girls just want to have fun)이라는 곡은 소녀들의 발랄하고 벗어나고 싶은 감성을 대변하는 여성 보컬의 노래로, 영화문학상에는 남자 뮤지션의 노래였다.

 <써니>는 80년대 시대를 조망하면서 추억과 향수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를 터치하면서도 ‘그땐 그랬었지’라는 허무의식과

비꼼과 상징들이 강형철 영상화법으로 촘촘히 들여 와 박혀있다.

 컨템포러리 음악은 감각적 스타일과 혼미한 대중과의 공감과 거리를 둔 리듬들이 주도하지만, 80년대 음악들을 멜로디 위주로 작시의 심도 깊은 철학적 의미와 애절한 감정이 영원이 이어질 듯 한 깊은 호소력들이 있는 것이 곡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때 등장한 나미의 노래들은 그야말로 젊은이들에게 ‘해방구’나 ‘아울렛’ 같은 아오라가 아닐 수 없다. 그 멜로디들은 강한 중독성으로 남아있다. 이것을 간파해내는 능력이야말로 ‘연어의 회기본능’과 같은 흥행영화의 스키마들이다.

 과거를 만들어내는 유닛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예술 창작에 있어서 영화음악의 창조행위, 또 다른 일면인 편곡과 패러디, 리메이크를 통해 오브제가 되는 영화작품의 씬 별 의미를 창작 보다 더 선명하게 할 수 있다면 이 또 한 즐거운 작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보다 독창적 작업을 통해 예술성을 높이는 일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의 상품으로서의 기능을 본격적으로 도출시키는 것은 그렇게 소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당대의 사명일 지 모르지만 마냥 환영할 수 없는 일이다.    

 

 

 5. 클로징

 

 낯선 거리와 낯선 인물로부터 소외를 넘어 하나가 될 수 있는 매개체로서 음악만한 것이 없다. 80년대의 추억을 만들어 내기 위한 재료와 질감, 빛과 배치는 다층적으로 축적된 80년대를 청년으로 살아온 사람들에게나 현대인들에게도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의 공식을 일깨워 준다.  

 도덕과 가도덕의 혼재 속에 배반과 변절이 일어나고, 현재적 몰가치 속에 ‘화’가 아닌 ‘공분’을 모르는 아둔한 자들에게 김준석의 ‘영화음악-흥행의 추억’은 다 알고 있는 곡(도덕)들을 통해 ‘체’족(가도덕)들에게 강력한 유효 펀치를 날리고 있는 셈이다. 그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상상력은 작품을 인격으로 보고 사랑을 수용함으로 이루어진 셈이다.

 감독은 80년대의 시위를 코미디적 분위기로 만들어 버리고, 교내 폭력을 낭만으로 만들면서 이루고자 하는 바를 위해 자신의 ‘체’성을 버리고 자신을 버림으로서 만다라적 완성을 이루고 있다. <써니>는 묻힌 채로 있었고, 과거를 돌아볼 틈도 없이 무시해버린 현실 앞에 반성의 공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

 영화에 삽입된 곡들은 80년대를 대변하는 곡들이기 때문에 80년대를 위해 싸워준 전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작품은 현상학적 의미보다 동양적 가치를 더욱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근저에 있는 슬픔들을 헤아리는 것은 모두 관객들에게 던지는 감독의 선물인 ‘화두’인 셈이다.

 <써니>음악적 색조를 살펴보면서, 필자가 번안한 우리나라 현대 웨스턴 뮤지컬의 시조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서울·서울·서울’, ‘청년시대’ 등의 작시, ‘밤을 잊은 그대에게’, 많은 가곡 발표회에서의 사회,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음악회와 연주회 참가가 떠오른다. <써니>는 어떤 측면에서건 연구 가치가 있는 소중한 영화음악 텍스트이다.

 

 

 장석용(전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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