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은 사실 대학 처지에서 보면 앞으로도 더 많이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사회가 대학의 세계화를 요구하고 있다. 세계 수준의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불가피하다. 더구나 여러 곳에서 대학평가를 해대는 통에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투자를 머뭇거릴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을 올리는 것보다 용이한 방법은 없다.
문제는 어디에 있는가? 그 답은 정부도 알고 학생도 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정부의 대학에 대한 재정 투자가 매우 빈약한 나라에 속한다. 국립대학에 대해서는 그런대로 국가가 재정지원을 하지만 사립대학에 대해서는 간섭은 하되 지원은 하지 않는다. 사립대학의 경우 법인이 돈을 내놓아야 하는데 전입금이 그저 상징적인 수준에 머무는 대학이 많아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등록금을 올리는 것 말고는 왕도가 없다.
정부가 일거에 교육투자를 큰 폭으로 늘릴 수 없다면, 기여 입학제의 점진적인 시행도 검토해야 한다. 기여 입학제란 돈 받고 합격증을 파는 제도가 아니다. 대학 발전에 기여한 이의 후손에게 응분의 보상을 주는 제도로 선진국에서는 합리적인 내규를 만들어 별다른 잡음이 없이 잘 운영하고 있다. 기여 입학제를 도입한다면 등록금은 낮추고 장학금은 대폭 늘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조차 금기시하고 있다. 대학 처지에서 보면 정부 지원도 시원치 않고 기여 입학제도 길이 막혀 있어 등록금 의존도를 떨어뜨릴 방법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