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호 총괄안무의 무악가극(舞樂歌劇)『남한산성에 피는 꽃-이화』 -제2회 성남 국제무용제 폐막작
9일(일) 저녁 8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1, 2층이 제2회 성남 국제무용제 폐막작이자 국수호(디딤무용단 단장)의 신작 『남한산성에 피는 꽃-이화』(약칭 『이화』)의 팬들로 꽉 메워졌다. 재현된 이화의 삶은 미력한 한민족의 애절함을 답습하고 있지만, 국수호 특유의 장점인 ‘민족의 기’ 살리기는 반복되고, 무대는 예쁜 포장지처럼 미장센 된다. 국수호가 경제적으로 희생되고 명분만 얻은 2막 13장의 서사시『이화』는 배꽃서정의 향수, 환향의 명분과 동정의 촉수를 거세당함으로써 택할 수밖에 없는 자결의 의미, 그 동정 없는 폐쇄 공간의 한반도인들의 이중성을 통렬하게 고발하고 있다. 무기력 증의 한반도에 내린 국수호의 지침 “힘을 기르소서!”는 공명에 이르는 공감대를 얻는다. 관객들은 국수호가 빚어내는 작품들 마다 예술성과 상품성을 적량 배합시키는 테크닉에 경탄한다. 국제 무용제를 하는 남한산성의 남쪽 도시 성남은 『이화』로 이미지 업 되었다. 국수호의 주제 ‘병자호란의 희생자, 여인 이화’는 전쟁에 의해 희생된 모든 여성들의 아크로님을 상징한다. 치옥의 역사를 극기해 나아가자는 선동은 ‘남한산성’이라는 고유명사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블록버스터 『이화』는 총괄안무자의 의도대로 주제에 밀착된다. 국수호의『이화』는 대작들이 취하는 대중적 이분법으로 긴 획을 치고 색을 적절히 사용한다. 대중의 눈높이를 위한 선택은 춤의 대중화를 위한 불가피한 장치이다. 그는 파스텔 톤의 칙칙한 병자호란 이야기를 과감한 원색으로 바꾸어 관객을 작품에 몰입하게 한다. 장에 따라 쉼 없이 움직이는 무대 세트, 분위기를 고양시키는 다양한 조명 구성, 여백이 없는 사운드 등은 다양한 볼거리로 관객을 사로잡겠다는 국수호의 욕심이 들어있다. 지루한 세월을 빨리 잊게끔 하는 춤사위들은 물 흐르듯 빠른 동작으로 장을 메운다. 성남국제무용제가 공식 제작한 『이화』는 이 나라가 아직 휴전상태임을 망각한 집단에게 보내는 경고의 춤판이며, 소설처럼 역사를 써 내며 왜곡하는 무자비한 중국 등 주변국 횡포를 대비해야된다는 부국강병을 요구한 작품이다. 또 전쟁의 폐해를 개인, 가족, 국가 측면에서 다양하게 몽타주 해내며 예술로 승화시킨 또 하나의 국가적 브랜드이다. 국수호의 개성은 그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다는 점, 비주얼을 극대화 하기위한 작업들에 신경을 쓴다는 점, 음악의 퓨전화, 색체조명의 배합, 현대화된 고전의상, 현대적 감각을 골고루 갖춘 춤 연기 등, 총체적 춤극을 선도해 나아가고 있다. 까메오 중에 성남시장(이대엽)이 인조대왕, 영화연기자(문희)가 왕비로 출연한 것도 인상적이다. 힘을 보태는 디딤무용단 외에 성남시립교향악단, 국악단의 노력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해설을 겸하면서 혼신을 힘을 다해 가창력을 보여준 성악가들의 노력도 뛰어나다. 배꽃 활짝 핀 동산의 모티브는 처음부터 일정하다. 배나무 아래 일어났던 일을 배나무는 잘 알고 있다. 병자호란 때 희생된 숱한 ‘이화’들을 위한 초혼제를 이제야 지닌 셈이다. 극기의 도가 추함임을 알고 죽음을 택한 이화는 그 당시 여인들의 운명이었음을 우리는 잘 안다. 또 다시 배꽃 피는 봄이 오면 우리는 오늘의 ‘이화’를 위해 기도와 힘을 길러야 한다. 국수호, 그의 안무 손길이 미치면 대중을 중독시키는 마법의 세계가 펼쳐진다. 『이화』는 『춤, 춘향』의 매력만큼 흥분되는 베스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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