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소탐방

구룡포

장코폴로 2010. 2. 1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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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구룡포&호미곶] 골목길에 불어오는 100년전의 바람 | 2010-2-8

겨울의 끝자락이자 봄은 먼 2월. 이 무렵에는 여행 목적지를 정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새하얀 눈밭 여행은 이미 시기가 늦었고, 그렇다고 푸릇푸릇한 봄은 아직 소식이 없다. 눈은 질척거리고, 산과 들은 겨울잠에서 깨지 않았다. 자녀들의 봄방학 기간에 맞춰 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이렇다 할 목적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럴 때 문화유적을 찾아보면 어떨까. 역사를 찾아가는 여정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그것도 먼 과거가 아닌 근대 풍경 속으로의 여정이라면 아이들도 쉽게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마침 한국관광공사가 2월의 가볼 만한 여행지로 근대 문화 유적지를 선정했다.

 

 

 바다에서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하였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구룡포는 겨울철 별미로 알려진 과메기의 고장이다. 바닷가는 물론이고 골목이나 마당, 옥상 등 조그만 공간이라도 나면 과메기 말리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이색적이고 의미있는 풍경은 따로 있다. 100년 전 구룡포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구룡포항 뒷골목. 멀리 일본인들도 그 거리를 보고 싶어 바다를 건너오고 있다.


 1920년대 초 구룡포는 한적한 시골 항구였는데 근대화와 개항의 물결을 타고 현대식 방파제가 들어서면서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번성했다. 특히 성어기에는 일본인 어선 900여척과 조선인 어선 100여척이 함께 정박하면서 배가 바다를 이뤘다. 소속된 어부들만도 1만2천여명.

 

 그 중 구룡포에 주소지를 둔 일본인만도 900여명에 이르렀다.  삼치를 비롯한 어획량이 상당해 그물이 터지기도 하고, 배가 가라앉을까 두려워 일부러 그물을 찢기도 했을 정도였다. 동해안 최대의 황금어장으로 매일같이 이어지는 만선 깃발의 행진에 걸맞게 요릿집과 상점, 목욕탕, 은행, 이발소, 약국, 세탁소, 사진관, 잡화점, 미용실은 물론 '19금(禁)'에 해당하는 선술집, 고급 요정이 항구의 밤을 밝혔다.

 

1920년대 황금어장ㆍㆍㆍ일본가옥 그대로 보존


 지금도 구룡포항의 구룡포우체국을 돌아 들어가는 작은 골목 안으로 일본식 목조건물들이 즐비하다.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어부들이 황금어장인 이곳 구룡포로 이주하면서 형성된 거리다.

 

 당시 지어진 일본식 목조건물들이 한 세기가 지나도록 작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머리가 맞닿을 듯 서있다. 우리가 흔히 '적산가옥'이라 부르는 건물들이다. '적산가옥'은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에 지어진 일본인들의 집'을 뜻한다. 목조가 주를 이루며 군더더기 없는 외형과 창이 많은 점 등이 그 특징이다. 옛 건물의 용도를 알리는 흑백사진이 건물마다 붙어있어 그 시절의 풍광을 짐작할 수 있다.(사진 2)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촬영 때 이곳 골목이 일본 거리 촬영 세트로 이용됐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어느새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시간뿐만이 아니다. 지리적 공간마저 달라진다. 작은 골목 안으로 몇 걸음 내딛은 것뿐인데 어느새 우리를 둘러싼 공간은 한국의 전형적인 항구에서 일본의 조용한 시골마을로 바뀐다.


 그러나 동화 속 마을처럼 예쁘지는 않다. 일본의 시골마을이라면 '유후인'처럼 예쁜 이미지가 떠오르기 십상이다. 그보다는 세월의 무게에 눌린 녹슨 양철 지붕이 조용히 옛 영화에 안녕을 고하는 듯 아득하고 쓸쓸하다.


 일부 '적산가옥'의 외벽은 타일로 덧씌워졌고, 제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건물들은 상당수 빈 집으로 내버려져 스산한 기운마저 돈다. 간혹 빈 집 창문 안으로 인근 어부들의 과메기가 주렁주렁 널려있기도 했다. 일종의 임시창고인 셈이다.


 그런 '적산가옥'들 중 유독 눈에 띄는 건물이 바로 1938년 구룡포어업조합장을 지낸 하시모토 젠기치(橋本善吉)의 자택.
(사진 4) 2층 가옥에 넓은 정원까지 딸렸다. 그렇다보니 지금은 포항시청에서 건물을 리모델링해 일본인가옥거리의 홍보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리모델링이라고 해봐야 건물 1층의 방에 여러 전시 패널을 걸어놓은 것과 2층을 틔워 전시관으로 꾸며놓은 것이 전부.

 

 일본 전통 가옥구조를 그대로 살려놓았다. 2층 전시관에선 1900년대 초반 구룡포에 정착했던 일본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사진 5)


 어떤 이들은 '뭐 볼 게 없어서 일제강점기 시절의 불쾌한 기억을 들추냐'고 핀잔을 늘어놓을 지도 모르겠다. 하긴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적산가옥'은 청산해야 할 부끄러운 과거사일 뿐이었다. 한국 근대건축물의 일부로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도 최근의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부끄러운 과거라 할지라도 결국 그 또한 남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이라는 얘기다.


 이곳 일본인 가옥거리에서도 과거의 흔적을 지우려 한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마을 뒤 작은 동산에 위치한 '구룡포공원'이 그 대표적인 예다. 원래 일본인 신사(神社)였던 것을 해방 이후 공원으로 바꿨다. 그래서인지 공원 입구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부터 일본 신사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계단의 양 옆으로 세워진 100여개의 돌기둥이나 그 기둥 뒤로 줄기를 뻗은 대나무까지….


 원래 돌기둥에는 신사를 짓는 데 공헌했던 일본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해방 후 일본인의 이름이 새겨진 위로 시멘트를 덧바른 후 그 면을 뒤쪽으로 향하게 돌려버렸다. 그리고 새롭게 앞으로 돌아 나온 면 위에 지역 유공자들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좋든 싫든 반세기를 함께 해 온 일본의 흔적이 시멘트 덧칠만으로 지워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일까?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러나 공원 위에서 바라 본 구룡포항의 전경은 그런 씁쓸한 심경을 떨쳐버리기에 차고 남을 정도로 포근했다.
(사진 1) 바람은 차가웠지만, 구룡포항의 포근함이 마음을 따뜻하게 감싼다.


 구룡포공원을 내려와 북쪽으로 차를 좀 더 달렸다. 겨울의 구룡포항은 오히려 여름보다 더 활기가 넘쳐흐른다. 꼬챙이에 꿰어 햇볕을 쬐고 있는 오징어, 과메기의 비릿한 냄새가 찬바람을 타고 차창을 스며들었다.

 

 구룡포를 거쳐 호미곶, 영일만으로 이어지는 929번 지방도를 이곳 포항에선 '영일만 해안도로'라고 부르는데, 한반도의 동쪽 꼬리 끝 가장자리를 에두르는 이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그만이다. 구룡포항에서 호미곶까지 자가용으로 불과 15분 남짓. 그 짧은 시간만으로도 영일만 해안도로를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100년된 등대가 바닷길 밝히는 해돋이의 명소


 호미곶 역시 근대문화유산에 속한다. '해를 맞이한다'는 영일만에서도 해돋이의 장관이 펼쳐지는 호미곶은 생김새가 말갈기를 닮았다고 해 장기곶이라 불리던 곳이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기상을 죽이기 위하여 만주 벌판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로 묘사되던 한반도를 토끼모양으로 비하하였으며, 장기곶은 호랑이 꼬리가 아닌 토끼 꼬리로 불려 왔다. 그러다 2001년 12월 국립지리원 중앙지명위원회가 호미곶으로 바꿔달라는 포항시의 신청을 받아들여 호랑이 꼬리를 의미하는 호미곶(虎尾串)이 정식 지명이 되었다.


 호미곶에 조성된 해맞이 공원은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사진 6) 바다와 육지에 하나씩 서있는 '상생의 손'은 호미곶의 대표적인 상징물(사진 7)로 2000년 1윌 1일 한민족 해맞이 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광장 한켠에는 연오랑, 세오녀의 설화를 상징화한 조형물이 마련되어 있고, 호미등(虎尾燈)이라고도 불리는 호미곶등대가 있다.

 

 조선 광무 7년인 1908년 12월 13일에 세워졌으니 만 100년이 지난 셈으로 인천 팔미도 등대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등대박물관 뒤쪽으로는 일제 강점기에도 민족의 양심을 지키며 죽음으로써 일제에 항거한 시인, 이육사의 시비가 서 있다.

 

 광장에는 2009년 12월 28일 개관한 지하1층, 지상 3층 규모의 새천년기념관이 볼만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까지 오르면 호미곶 광장과 주변 항구가 한눈에 보인다.  

 

 

 

 

 

 

 

 

 

 

 

 

 

 

 

 

 

 

 

 

 

 

 

 

 

 

김경희 기자

 

 

 

 

 


 

[맛보고 가세요] 구룡포 과메기가 더 맛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

 

 한반도의 동쪽 끝자락 구룡포. 구룡포는 겨울에 찾아야 제격이다.  바닷가 마을 곳곳에 주렁주렁 매달린 과메기(사진 아래)가 시린 겨울바람을 맞으며 살랑대고 있다. 겨울철 꽁꽁 언 몸만큼 얼어붙은 입맛을 돋우기에 과메기만 한 것이 있을까.


 과메기란 동해안 청정 해안 지역에서 동결과 해동을 반복하면서 얼 말린 꽁치(청어)를 일컫는 말이다. 청어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는 관목(貫目)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과메기 맛을 좌우하는 것은 차갑고 건조한 겨울바람. 코 끝이 얼얼할 만큼 겨울이 매섭게 익어갈 때라야 과메기도 농익는다. 영일만을 지나면 습기를 머금었던 북서 계절풍이 구룡포 뒤쪽 산자락을 타고 넘으며 건조하고 차가워진다. 이 건조한 내륙풍이 과메기를 기름지게 말리고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은 맞춤하니 간을 배게 하는 것. 구룡포 과메기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맛이 좋은 이유다.


 김 위에 물미역과 쪽파, 마늘 등을 가지런히 얹고, 초고추장 듬뿍 찍은 과메기를 더해 입에 넣기 좋을 만큼 한 쌈 만든다. 쌉싸래한 소주 한 잔 입안에 털어 넣고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과메기 오물오물 씹는 맛이라니. 과연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겨울 식도락의 정수라 할 만하다.


 주당들이 과메기만 보면 반색을 하는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실제 과메기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면 잘 취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숙취 해독 물질인 아스파라긴산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과메기가 요즘처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까지는 사실 맛보다 참살이(웰빙) 열풍에 힘입은 바 크다. 구룡포읍 등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칼슘은 쇠고기에 비해 5배나 많다. 밥이 주식인 한국인이 섭취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 트레오닌, 리신 등도 상당량 함유하고 있고 성장기 어린이에게 필요한 아르기닌과 메티오닌도 많다.

 

 노화와 체력 저하, 뇌 기능 쇠퇴 등을 막아주는 한편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영양소들이 듬뿍 들어 있다. 피부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탁월하다는데, 미용에 많은 신경을 쓰는 여성들이 귀를 쫑긋 세울 대목이다.


 사람마다 천차만별인 것이 입맛. 기름기 많은 청어로 만든것이라야 제맛이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살집이 많아 포실한 원양산 꽁치가 낫다는 이도 있다. 김, 미역, 쪽파 등 거섶이 곁들여져야 그 맛이 더좋다는 사람도 있고, 과메기만 초고추장에 살짝 찍어먹어야 제 맛을 느낀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건, 구룡포 갯가의 바람과 햇빛 속에서 살 속의 기름이 살살 빠져나오며 검붉은 색으로 살포시 발효된 '구룡포 과메기'라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러니 발품을 조금 팔더라도 구룡포 갈매기 날갯짓 보며 바닷가에서 먹는 것이 최고다.  

 


 

[여기도 들러보세요]

 

제철의 역사를 한눈에 포 스 코 역사관

 

 포항을 얘기할 때 포스코를 빼놓을 수 없는만큼, 포항에 갔다면 포스코역사관은 꼭 찾아가 보자.  남구 괴동동 포스코 본사 옆에 위치한 포스코 역사관은 국내 최초의 기업역사관이다. 600여평의 전시공간에 소장된 영상류, 종이류, 유물, 모형 등 각종 자료만 2만 7천여점에 이를 만큼 방대하다.

 

 이 자료들은 포스코 창업전사, 창업기, 포항ㆍ광양제철소 건설기, 대역사 완성 이후 등으로 구분되어있어 시대별 제철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0년 10월 25일 수행원들을 배경으로 세워놓고 당시 포항제철 건설 부지를 바라보며 시름에 잠겨있는 사진이 한쪽 벽에 걸려있다.

 

 슬레이트 지붕으로 초라했던 초창기 포항제철소 사무실도 실물크기로 전시돼 있다. 영일만 모래바람에 직원들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 쓴 '모래막이 보안경'이 이채롭다. 뜨거운 용광로에 담은 열정, 철과 생활 등 다양한 내용을 접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산 교육장이 된다. 일요일, 국공휴일 휴관.  관람료 무료. 관람일 2일전에 온라인예약을 하면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다.  


 
http://museum.posco.co.kr  ☎ 054) 220-7720

 

 

동해안 최대의 상설시장  죽 도 시 장

 

 포항에는 경북 동해안 최대 상설시장인 죽도시장이 있다. 죽도는 이름 그대로 섬이었던 곳으로 칠성천ㆍ양학천 등 하천이 복개되고 간척되면서 주변의 송도ㆍ상도 등과 함께 육지가 됐다. 저렴한 회와 입에 착착 붙는 물회가 맛나고, 큼직한 토막이 켜켜이 쌓인 상어 돔배기, 12가지 맛이 난다는 고래 고기도 별미다. 개복치는 3무(무색ㆍ무미ㆍ무취)가 특징인 물고기로 포항 죽도시장의 명물이다.


 
www.jukdosijang.kr   

1566-8253

 

 

 

 

 

 

 

 

 

 

 

 

 

 

 

 

 

국내유일의  국 립 등 대 박 물 관


 호미곶에 도착했다면 호미곶 등대박물관에 들러볼 것을 권한다. 특히 어린 자녀들과 함께 한 가족여행이라면 빼먹지 말자. 세계의 다양한 등대 모형을 비롯해 등
대 불빛이 멀리까지 도달하는 원리, 등대원의 업무 등이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어 교육적으로도 유익하다. 매주 월요일. 추석·설날 당일 휴관. 관람료 무료.


http://www.lighthouse-museum.or.kr

054)284-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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