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좋아하는 장공

영화음악

장코폴로 2010. 1. 13. 10:53

 

 

 

영화음악

 


 → 한국 영화의 현재

세월이 변하면 모든 것이 변한다. 영화음악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동안 국내의 영화음악은 영상에 적당히 깔리는 배경음악 정도에 불과했다. 60, 70년대에는 <맨발의 청춘>이나 <어제 내린 비> 같은 영화 주제가들이 인기를 끌었지만, 영화음악이라기보다는 그저 한곡의 삽입곡 정도에 불과했다. 영화음악이라는 개념을 확실하게 보여준 영화는 기껏해야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 정도? 하지만 외국과는 달리 개봉일정에 맞추느라 음악을 작곡하고, 녹음할 기간이 채 보름이 되기 힘든 한국 현실에서 영화음악은 찬밥신세가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 세월이 흘렀다. 영화음악계에도 새로운 재주꾼들이 등장하고 영화음악 음반시장이 넓어지면서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97년은 그런 점에서 하나의 전기가 되었다. 얼마전까지 국내영화의 O.S.T.는 눈 닦고 찾아봐도 몇개 없는 실정이었지만, <접속>은 처음부터 다르게 출발 했다. 처음부터 영화음악을 음반으로 만들 계획을 했고, 국내 영화음악사상 처음으로 외국곡의 저작권을 직접 해결했다. 선곡과 극중 멘트를 적절히 섞어 구성한 <접속>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음반은 3~4개월 만에 60 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접속>은 97년 한 해는 물론 역대 국내 영화음악 음반판매기록 가운데 단연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국내 음반시장 전체로 볼 때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창작곡이 아니라 기존 곡을 선곡해 구성한 컴필레이션 형식이긴 하지만 <접속>의 성공은 한국 영화음악 시장의 저변 확대를 반영한다. 그동안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음반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시장성, 곧 상품성을 인정받은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접속>은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음반의 기획이 점점 당연한 일이 되는 추세에 기폭제가 된 것이다.


→ 영화와 음악

O.S.T.의 막대한 상품성이 영화음악 나름의 영역을 만들어 온 할리우드의 경우, 영화음반 시장 규모가 영화흥행에 상관없이 독자적인 시장으로 발전한지 이미 오래다. 영화가 흥행에 실패해도 사운드트랙 음반이 달러박스 구실을 톡톡히 해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영화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작곡자, 막스 스타이너는 이렇게 말했다. 영화음악 작곡자는 “명백히 팀의 한 구성원이다. 작곡자가 영화의 스타가 되길 원한다면 그의 음악은 실패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내 자신이 눈에 띄지 않게 하려고 항상 노력했다.������ 작곡자로서 가장 유혹에 빠지기 쉬운 부분에 대한 명쾌한 지적이다. 스타이너의 말처럼, 영화음악은 작곡자 개인의 작품보다는 영화 속에서 그 위치를 생각해야 한다. 흔히 ������영화보다 음악이 좋다������ 또는 ������영화는 좋은데 음악이 별로다������ 등의 얘기를 하곤 한다. 물론 작곡자 입장에서는 전자쪽이 듣기 좋지만, 어쨌든 영화와 음악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관객들은 영화든 음악이든 결코 후한 점수를 주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영화와 음악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은 감독과 작곡자가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다 . 그러나 이런 문제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영화음악은 영화와 함께 한 배를 탄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음악의 독립적기능은 영화외적인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영화음악의 일차적인 목표 즉, 영화의 한부분으로서 영화의 주제를 더욱 명확히 드러내고, 영화적 표현과 이미지의 창출에 필요한 기능적 요소로서의 구실을 다한 후에 독립적인 음악으로서의 기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사나 연기로 표현될 수 없었던 미세한 감정까지도 표현해 주며, 영상매체의 한계 바깥의 감정전달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만족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 안에서의 역할도 성공적이고, 한편으로는 개인의 오디오룸 혹은 자동차 안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영화음악을 만들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테지만.

 영화음악에 대한 일반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사운드트랙의 구매층이 점차 확산되면서, 요즘의 영화음악 작곡자들은 영화와의 조화를 넘어서 사운드트랙 앨범의 성공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 현재의 추세다. 그러다 보니 80년대 인기를 끌었던 영화 <백야>처럼 사운드트랙을 통해 사랑을 받았던 삽입곡 <세이 유 세이 미>(Say you say me)가 영화 어 느 부분에서 나올 것인지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관객들이 결국 영화의 엔 드크레딧에서야 흘러나오는 걸 듣고 쓴웃음을 짓게 되는 해프닝이 생기곤 한다.

 영화음악 작곡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작품과 팀을 만나는 것이다. 영화에서 부실한 시나리오는 예고된 난파선이다. 때때로 시나리오의 부실함을 연출이나 음악, 효과 등으로 만회해보려고 하거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을 멋있는 영화음악으로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결과는 뻔하다. 음악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보자고 하는 생각에 작곡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허튼짓이다. <벤허>의 음악을 작곡한 미크로스 로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감독에게 충분한 지성이 있다면 작곡자를 혼자 내버려 두는 것이 최상의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좋은 작품과 팀을 만났을 때 비로소 좋은 영화음악이 제구실을 다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영상과 사운드는 이제 단순한 우위다툼을 넘어서서 불가분의 관계가 돼버렸다. 과거에는 영상의 감동을 재현하기 위해 영화음악을 들었지만 이제는 영화음악이 효과음의 기능까지 담당한다든가, 뮤직비디오처럼 영상을 이끌어가는 주도적인 기능까지 담당하게 되었다. 지금 당장 보고 있는 영화의 볼륨을 낮춰보면, 아니 확실하게 죽여(?) 보면 영화를 보는 즐거움과 의미의 반은������듣는 것������에 빚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심지어 전혀 음악을 넣지 않은 차이밍량의 <애정만세>를 보고 있노라면 침묵 또한 영화음악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실감 하게 된다. 분위기를 내는 감초 정도라 생각하고, 필수적이지는 않다고 여겨져온 음악은 이제 확고하게 영화적 감수성을 자아내며 내러티브 구조의 일부를 이루는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영화 제작단계 초기부터 사운드트랙 음반을 기획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하지만 충무로에서 영화음악은 그동안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아 왔다. 보통 촬영이 끝난 이후의 편집, 믹싱과 함께 후반작업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국내 영화음악가들이 창작을 위해 할애받는 시간은 짧게는 3~5일에서 아주 길어야 두달 정도. 1~2주 정도가 가장 일반적이다. 급박한 개봉일 자에 맞추기 위해 영화음악 작업이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영화 음악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가진 제작자가 드물어 예산도 확보하지 않기 일쑤였다. 영화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악이라고만 생각해 오던 관행에서 조금씩 벗어나 음악과 영상의 상호작용, 영화적 감수성을 폭발적으로 증가 시켜주는 직접적인 기능 그리고 음반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영화 외적인 부대상품이라는 가치를 인정받기에 이른 것은 근래의 일이다.


 → 음악의 기술적인 발전

 영화음악은 영화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었다. 초창기 무성영화시절에는 중요한 대사만 자막으로 처리될 뿐 피아노 혹은 소규모 관현악단이 직접 연주를 통해 영화의 모든 사운드(대사와 효과까지도)를 표현하였다.

 지난 9 6년 동숭아트센터에서 무성영화 <메트로폴리스>를 상영하면서 독일그룹 ������썸 아더 트리오������(Some other trio)가 라이브연주를 통해 재미있는 실험적 시도를 보여주었다. 소프라노의 높은 음역대의 음이 여주인공의 비명을 대신하기도 하고 물통 등을 이용해 효과음을 내는 등, 음악은 현대 적이었지만 무성영화시절의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든 시간이었다.

 테크놀러지의 발달로 영화음악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초기 무성영화시 절에는 한대의 피아노가 전부일때도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전자음악 등을 총동원해 첨단의 디지털 장치로 녹음되어 DTS, SD DS 등의 최첨단 음향시스템에서 재생되는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 물론 악기수가 좋은 음악에 비례한다는 건 절대 아니다. 작품에 따라선 무성영화시절처럼 단 한대의 피아노로 작곡되고 연주되는게 적합할 수도 있다. 

 오늘날에는 인기있는 사운드트랙이 웬만한 인기가수의 음반판매량을 넘어서는 등 영화음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최고조에 달해있다. 미크로스 로자, 막스 스타이너, 버나드 허먼 등의 뒤를 이은 제리 골드 스미스, 엔니 오 모리코네, 니노 로타, 미셸 르그랑, 존 윌리엄스, 그리고 제임스 오너 , 대니 앨프먼, 앨렌 실버스트리, 류이치 사카모토, 한스 짐머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영화음악가들은 물론이고 퀸시 존스, 마일즈 데이비스 같은 재즈뮤지션들, 에릭 사티,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스톡하우젠, 필립 글래스 같은 현대음악가들까지도 ‘영화음악의 매력 속에 그들의 인생을 주저함 없이 바치고 있다. 영화음악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마르코폴로가 되어 온 세상을 항해할 수 있는 도전과 낭만의 세계가 영화음악가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끝으로 우리의 영화가 전세계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명작이 되고 영화음악 역시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손꼽는다.

 

‘접속’영화에 사용된 음악


․ 바흐에서 루리드까지 발라드명곡 Compilation음반.


․ 국내OST사상 처음으로 미국 현지 Studio에서 연주팀

   Cucina Acoustica가 녹음한 서정적 멜로디의 발라드 넘버.


․ 추억의 Oldies But 90년대 모던한 감각과 연결되는 주옥같은

   Pop Song 5곡 삽입.


․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운드트랙에 사용되는 외국곡에 대해

   사전 저작권 사용승인.


․ 컴퓨터 CD롬에서 동영상을 즐길수 있도록 CD엔딩 트랙에

   예고편 동화상 수록.


․ 한석규․ 전도연의 가슴저린 나레이션과 생생한

   현장음이 삽입된 드라마 형식.


<수록곡 소개>

 

● Pale Blue Eyes - The Velvet Underground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68년에 발표한 곡으로 루리드의 독백하는 듯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곡이다. 지극히 단순하고 극소화된 사운드는 팝음악의 미니멀리즘을 극단적로 표현하고 있으며 강렬하고 직설적인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는 팝 음악의 흥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 The Look of Love - Dusty Springfield

영국 출신의 팝 싱어 더스티 스프링필드의 명곡으로 위대한 작곡자 버트 바카락의 곡이다.


● Yesterday Is Here - Tom Waits

캘리포니아 출신의 포크 가수이자 현재는 아방가드르 작업을 하고 있는 톰웨이츠의 곡이다. 술집 바텐더를 하면서 짚시같은 생활을 한 톰 웨이츠의 노래는 인생에 대한 아픔과 고독이 잘 나타나 있다.


● A Lover's Concerto - Sarah Vaughan

원곡은 바흐의 곡으로 그는 자신의 아내인 안나 막달레나를 위해 작곡했는데 이곡은

그 곡중 미뉴엣을 편곡한 곡으로 사라본의 전성기 시절에 녹음된 것으로 그녀의 윤기나는 음색과 활력이 돋보이는 곡이다.


● With A Girl Like You - The Troggs

영국출신의 록밴드 트록스의 곡으로 65년 빅히트를 했다. 그룹 트록스는 ''Wild

Thing"이란 곡으로 빌보드 넘버 원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이곡은 이의 여파로 영국 차트에서 2위를 기록한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