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선비도 지혜로워야 한다

장코폴로 2009. 8. 12. 10:37

선비도 지혜로워야 한다


아무리 깨끗하고 청렴한 선비라도 먹지 않으면 죽게 되어 있고, 입지 않으면 추위에 견디지 못하고, 거처할 집이 없다면 살아갈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학자 다산은 지혜로운 선비가 되어야지 안빈낙도(安貧樂道)만 주장하다가 극단적인 사태에 이르는 어리석은 선비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사기』의 저자 사마천의 격언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 바가 있습니다.

“태사공(사마천)은 말했다. 늘 가난하고 천하면서 인의(仁義) 말하기만 좋아한다면 역시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공자의 제자들은 재리(財利)에 대한 이야기는 부끄럽게 여겼으나 자공(子貢)같은 제자는 재산 늘리는 일에 주저하지 않았다. 물욕과 권력욕에서 초탈했던 소보(巢父)나 허유(許由)의 절개도 없으면서 몸을 누추한 오막살이에 감추고, 명아주나 비름으로 배를 채우며, 부모와 처자식을 헐벗고 굶주리게 하며, 벗이 찾아와도 술 한 잔 권할 수 없으며, 명절 무렵에도 처마 끝에 달아맨 육고기는 보이지 않고, 유독 공사(公私)의 빚 독촉하는 사람들만 대문을 두드리며 꾸짖고 있다면, 이거야 세상없이 졸렬한 짓으로 지혜로운 선비는 하지 않을 일이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爲尹輪卿贈言)

선비란 깨끗하고 청렴해야 하며 높은 도덕성을 지녀야 합니다. 그렇다고 먹지도 않고 옷을 입지도 않으며 잠을 자지 않을 수야 없습니다. 최소한 자신의 의식주(衣食住) 문제는 명확하게 해결한 뒤에야 청렴도 있고 도덕성도 있다는 것이 다산의 생각이자 사마천의 뜻이었습니다. 임금이 되어달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깨끗한 개울에 나가 귀를 씻으며 세상과 등진 소보나 허유가 아닌데서야 고고한 척만 자랑하다가 부모나 처자식을 굶긴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반문에 바로 올바른 선비가 지녀야 할 마음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선비의 정당성이 있습니다. 소보나 허유가 아니니 그냥 재리에 탐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 버는 일만 해서도 안 되며, 배는 고파도 마음만 높이 먹고 생산적인 일에 손을 놓아서도 지혜로운 선비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찾아오는 벗에게 술 한 잔 권할 수 없고, 명절에 조상에게 제사지내고 가족들과 즐겁게 먹을 음식도 없다면 그런 사람은 선비일 수 없다는 이야기가 바로 공자나 맹자가 주장한 유학의 본뜻이었습니다. 공맹(孔孟)의 유학에 근본을 둔 다산은 언제나 의식주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선비는 지혜로운 선비가 아니라고 했으니, 오늘의 우리도 지혜로운 선비이기 위해서는 다산의 뜻을 따라야 하겠습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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