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개인적인 욕심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 선생님의 예술을 좀 더 널리 알리려는 것뿐입니다.”
서울 숙명여대 문신미술관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최성숙(63·사진) 관장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의 소회를 털어놨다. “30년 전 프랑스 파리에 그림 공부하러 갔다가 문 선생님을 만났어요. 둘이 마음이 통해 스물다섯의 나이차에도 결혼을 했습니다.” 최 관장의 설득으로 1980년에 문신은 고향인 경남 마산으로 귀향했다. 그곳에서 줄곧 작업에 매달렸다.
이후 88올림픽조각작품으로 이름을 알리고 숱한 해외 전시를 통해 세계적인 조각가로 평가받게 된 것은 적극적인 성격인 최 관장의 도움이 컸다. 94년 평소 꿈꾸었던 마산시립 문신미술관이 세워져 조각 100여점과 드로잉 2800여점을 기증했다. 그러나 이듬해 문신은 세상을 떠나고 최 관장이 나머지 작품을 관리해 왔다.
그러다 99년 국내 대학미술관 1호인 숙명여대 문신미술관이 건립되면서 조각 60여점과 드로잉 800여점을 기증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드로잉 300여점을 내놓았고, 양주시 장흥에 건립되는 문신아틀리에미술관에도 조각 80여점을 기증했다. 또 마산 문신미술관 안에 건립 중인 문신원형미술관에는 조각 원형인 석고 작품을 다수 내놓았다.
“10년 전 숙명여대 미술관장을 맡았을 때 마산 쪽에서 ‘최성숙이 문신 작품을 가지고 야반도주했다’고 하더니, 이번에 양주시에 작품을 기증하니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사람이 많아요. 이제 더이상의 소장품도 없지만 선생님의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증했을 뿐 개인적인 목적은 추호도 없습니다.”
서울대 미대를 나온 작가이기도 한 최 관장은 “파리 시테 아틀리에 입주작가로 선정돼 내년 2월 떠날 예정”이라며 “나도 이제 문신 선생님에게서 벗어나 제 작업에 몰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과 생명의 빛’을 주제로 오는 24일부터 9월12일까지 열리는 숙명여대 문신미술관 개관 10주년 전은 문신의 미공개 드로잉 40여점과 조각 및 도자기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