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 그라스의 채색을 물리고 온기로 가득한 한지에 반한 현자를 닮은 또 한 사람, 조정육은 동양 삼국의 붓 위의 삶을 살아간 개성 있는 이상좌, 김 시, 강세황, 김정희, 호쿠사이, 희로시게, 코린, 왕몽, 심주, 곤잔, 서비홍의 삶과 그림을 ‘생의 나침반’으로 제시한다.
중종 때의 화가 이상좌는 이름 없는 종에서 도화원의 공훈화가로 인물화의 대가가 되었고, 절파화풍의 대가의 김시 집안의 몰락과 절망에서의 극기, 환갑에 출사한 대기만성의 강세황, 극적 삶의 주인공 김정희 등이 언급되고 그들의 디테일한 삶은 독자의 몫으로 남긴다.
일본 우키요에의 대가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후가쿠 36경」,역경의 우타가와 히호시게의 「쇼노」,「가메이도의 매화」,「감바라의 밤눈」등은 19세기 초의 시적 서정성을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다. 역시 일본 화가 오가타 코린의 부침 역시 흥미진진하다.
주원장의 칼날에 희생된 원말4대가의 막내 왕몽, 문인화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오파(吳派)심주, 승려로서 곤잔은 왕몽과 심주를 스승과 사형을 삼고 자유분방하게 작품세계를 전개한 화가였다. 중국화의 현대화를 위해 헌신한 서비홍은 삶의 철학을 그림으로 옮긴다. |
책의 묘미를 위해 오일 페인팅을 뛰어넘는 종이에 담채, 비단에 내려앉은 채색, 수묵담채, 종이에 먹, 모시에 담채, 다색판화, 종이에 채색, 종이에 금지 등을 살피게끔 저자는 배려한다. 다양한 사이즈의 회화와 조각, 서예의 퍼레이드가 책의 의미적 중량감을 배가시킨다. 그녀는 결국 옛 그림에서 길을 찾게 된다. 인생의 해법을 얻고 해탈에 이르게 된다. 만다라의 의식을 생각하며 자신의 입지를 세우는 겸허한 자세를 갖게 된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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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삶, 그림 위의 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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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불문학도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았을 것이다. 일탈을 꿈꾸었겠지만 세월은 칡넝쿨처럼 자신을 휘감고 그녀는 동양미술에서 위안을 얻고 ‘세라비’, 새로운 삶을 개척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제시 그림의 주체와 저자의 상상적 동일선, 환타지적 상상 선은 일치된다.
생의 찬가는 자분지족에서 출발한다. 리듬감을 타고 청빈 속에 핀 미술 작품들은 들꽃처럼 청아하고 싱싱하며, 드러내지 않아도 자연을 닮아 있다. 저자가 내세우는 당대의 작가들은 그녀가 추구하는 보편적 도량과 인격을 지닌 존중의 대상이 되는 분들이다.
동양화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와 교훈은 대부분 야생에서 풍찬노숙의 험난한 통과의례를 거친 사람들에게서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서민 작가들이 일궈 놓은 큰 뜻, 큰일들은 그래서 더욱 존재 가치를 부여 받는다. 감동을 느끼도록 만들어 내는 저자의 능력이 돋보인다.
경전의 한 구절이 일생의 좌우명이 될 수 있듯, 조정육은 작은 평화의 메시지를 촘촘하게 엮어 자신의 생각과 비전으로 투영시키며 옛 그림으로 행복, 자신, 품격, 자족, 탐구, 관조, 연민, 일상의 소중함, 진솔, 열정, 극기의 테제로 삼는다. 허무를 희망으로 바꾼 ‘생의 찬가’를 곁들이며, 꼿꼿한 정신적 지조와 낭만적 풍류를 감지할 장치들을 배치한 그녀의 인생 조언은 그림과 선인들의 지혜에서 나온다. 홍설의 신화를 만든 혜가와 칠십년을 기다린 강태공 스토리는 흥분을 일게 만든다.
그 근본에는 언제나 가족의 이해와 세상사는 고차원의 이야기와 섭리가 자리 잡고 있다. 가족의 소중함은 김홍도의 「길쌈」과 중국화가 찌앙 짜오 흐어의 「할아버지에게 신문 읽어주기」에서 잘 들어나 있다. 팔대산인의 「팔팔조도」,이인상의 「설송도」,김정희의 「세한도」는 그 깊숙한 은유는 그림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청룡사의 대웅전의 휘어진 기둥을 들어 우리들의 주연 조연 등의 역할론 필담과 장승업의 「귀거래도」에서 느끼는 쓸쓸함의 시원과 부러운 귀향, 양해의 「이백 행음도」황공망의 「부춘산거도」는 모두 어울림과 분수의 함수관계를 잘 설명하고 있다.
조정육, 그녀의 ‘길 위의 삶, 그림 위의 삶’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부화하여 도스토옙스키의 운명으로 갈등, 사유하며 신윤복의 풍속과 안견의 「몽유도원도」의 몽환을 스쳐간다. 사임당 신씨의 「초춘도」로 자연의 몰입과 애착을 보여주며, 조맹부의 「작화추색도」, 심사정의 「딱따구리」라는 그림으로 치욕을 딛고 분연히 일어나는 끈질긴 인간들의 그림 위의 삶을 짧지만 길게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
불란서 향채 위에 놓인 동방의 그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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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 그라스의 채색을 물리고 온기로 가득한 한지에 반한 현자를 닮은 또 한 사람, 조정육은 동양 삼국의 붓 위의 삶을 살아간 개성 있는 이상좌, 김 시, 강세황, 김정희, 호쿠사이, 희로시게, 코린, 왕몽, 심주, 곤잔, 서비홍의 삶과 그림을 ‘생의 나침반’으로 제시한다.
중종 때의 화가 이상좌는 이름 없는 종에서 도화원의 공훈화가로 인물화의 대가가 되었고, 절파화풍의 대가의 김시 집안의 몰락과 절망에서의 극기, 환갑에 출사한 대기만성의 강세황, 극적 삶의 주인공 김정희 등이 언급되고 그들의 디테일한 삶은 독자의 몫으로 남긴다.
일본 우키요에의 대가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후가쿠 36경」,역경의 우타가와 히호시게의 「쇼노」,「가메이도의 매화」,「감바라의 밤눈」등은 19세기 초의 시적 서정성을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다. 역시 일본 화가 오가타 코린의 부침 역시 흥미진진하다.
주원장의 칼날에 희생된 원말4대가의 막내 왕몽, 문인화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오파(吳派)심주, 승려로서 곤잔은 왕몽과 심주를 스승과 사형을 삼고 자유분방하게 작품세계를 전개한 화가였다. 중국화의 현대화를 위해 헌신한 서비홍은 삶의 철학을 그림으로 옮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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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의 미학을 느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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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육의 글에는 여운이 있다. 채움이 아니라 비움의 미학은 그녀가 동양화를 통해 배운 것이리라! 추사의 마마자국을 메울 만큼의 옛 그림에 대한 사랑이 스며있다. 간결한 필치로 뭇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그림공부, 사람공부』는 잘 만들어진 미술 교양서이다.
아침 이슬에 반사되는 붉은 태양이 대지에 어두운 흔적을 지우며 나아가듯이 조정육은 미술의 무명을 밝혀나간다. 핸드벨 소리 은은하게 가슴을 울리듯 가벼운 걸음걸이로 만나는 『그림공부, 사람공부』는 개운함을 남긴다. 단원마다 평균 두 점 정도의 그림을 곁들여 먼 옛날에서 이른 현대에 이르기까지 288쪽에 담긴 조정육의 그림 글 들은 지성을 일깨우며 작은 미소로 우리와의 소통을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다음 글들이 벌써 기다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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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석용 (문화비평가, 숙명여대 문신 미술연구소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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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