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샘 옆 미술관

에르도스 한 27회 개인展- 2009 '물에 비친 바람'

장코폴로 2009. 4. 23. 09:36

미술로
질풍노도로 다가선 혁명전사의 모습
에르도스 한 27회 개인展- 2009 '물에 비친 바람'
장석용주간
 

 
2009년 3월 24일(화), 추상의 소용돌이를 넘어 힘찬 항해를 시작한 에르도스 한의 '물에 비친 바람'호는 2010년 3월 22일(월)까지 대장정의 개인 전시 기록이 될 것 같다. 부암동 AW 컨벤션센터 2층 Gallery AW에서 ‘소피아 아트’ 기획으로 전시가 진행 중이다.
 
에르도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블루, 화이트, 골드, 블랙을 주조로 한 기존 칼라의 작품들은 고정관념을 견지하지만 신작들은 과감하게 레드 칼라 중심으로의 선회로 대중과의 뜨거운 소통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물에 비친 바람'은 인간의 마음을 비추는 심상의 표현이다.
 
작가는 서울에서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넓은 전시장 공간을 다각도로 활용하고 있다. 광활한 전시장의 세 번째 주인공이 된 서양화가 에르도스 한은 추상의 숲 같은 작품들로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선정 '2007 미술부문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 을 수상한 바 있다.
 
작가의 접전선 이야기는 세 갈래의 미장센을 갖는다. 그의 색채, 기하학적 구성, 광휘성은 환타지를 가미, 회화적 집중성을 보여준다. 인위적 드로잉과 붓 작업을 넘어 작가의 자유분방한 색채 표현은 방향성을 상실한 현대인들에게 띄우는 무언의 메시지이다.
 
작가의 끝없이 펼쳐진 심오한 조형적 표현은 독창성을 띈 추상의 세계로 이끌지만 우매한 인간들은 수직과 수평의 자연현상을 초월하지 못한다. 카오스가 밀어낸 남녘의 바다 내음 처럼 유리십자가 위로 낭만의 선율이 핀다. ‘바다의 전설’을 끼고 잠에 빠질 듯 하다.
 
느림의 미학과 하늘 에너지, 그 느낌과 가치관을 gold와 blue를 주조로 하여 잘 표현하고 있다. gold는 바람과 광물이 응집되어 나타나는 색이고, blue는 물과 바람을 상징한다. white는 비움과 대속의 메시지를 깔고 있다.
 
모노톤의 우울을 털어내는 작가의 추상화는 땅과 공기와 바람의 섞임, 즉 우주만물의 소통과 하나 됨을 추구하는 과정이다. 추상의 탐미적 무한감(無限感)은 작가의 자연에 대한 경외감으로 가득 차 있다.
 
자유분방한 색채 구사술은 반동적 아방가르드를 낭만의 틀 속에 가두고 세련된 회화성을 요구한다. 심오한 관조 속의 따스한 응시는 삼색 파장위에 금색(Goldfarbe)의 의미를 알린다.
 
추상의 숲에서 만나는 청년화가(Les jeunes Peintres) 에르도스 한은 몽환의 환타지 속에서도 사색적 이지적 프레임을 구사하고 엄격한 내재율을 적용한다. 유럽 미술의 중심지 파리에서 한국회화의 현대적 미적전통을 생각하며 그는 서양화단에 태도에 동화되지 않았다.
 
그는 바다를 보며 자유인이 되고자 했고, 하늘을 보며 청연(靑鳶)이 되기를 기원했다. 글랑 블루의 바다는 작가를 정제하는 무언의 내재적 내러티브를 갖게끔 만들었다. 서정을 근간으로 한 그의 작품들은 비구상의 서양화에서도 무한한 그리움을 증폭 표출시킨다.
 
그의 작품들은 낭만적 변주를 떠올리는 사람 냄새를 풍긴다. 그는 작품 제목 다는 것조차 작가의 간섭으로 여기고 오브제를 감상자의 몫으로 돌린다. 늘 무제(無題)에 가까운 『물에 비친 바람』은 작가가 자신을 낮추고 내적 수양을 쌓았음을 입증한다.
 
자유로움이 녹아 영속으로 치닫는 바다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농익은 작품들에게서 청,적,백은 황과 춤추며 우주는 심연의 바다를 찬미한다. 방향성을 상실한 현대인들에게 띄우는 하늘마음을 그린  ‘물에 비친 바람’ 은 ‘ 에르도스 한이 일관되게 추구해 온 작업의 명제’이다.
 
한 폭의 작품 안에서 자유로운 듯하지만 그만의 절제된 감정들의 모습은 작가 본인만의 세계를 꾸준히 탐구하면서 내면적 진실성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이다.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고 얻은 감성 그대로가 화폭에 드러나 있다. 인간에게는 늘 창조와 소유의 충동이 있듯이, 에르도스 한의 작품들은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동시에 무엇인가를 소유하려는 점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이것은 그만큼 그의 작품 속 매력이 관객들을 확연히 이끌어내고 있다고 본다. 작품에 흐르는 질감, 그 독특한 효과는 바람이 잔잔한 수면 위에 잔물결을 만들어 내듯, 고요히 머물러 있던 투영된 사물이 흐트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 '물에 비친 바람'에 어울려, 동시대를 살아가는 그가 모순된 우리의 초상을 자연이라는 순수함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독특한 그의 내면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작품배치는 로비 1점, 3층 로비 25점, 3,4층 중앙계단 9점 총 35점으로 이루어져있다. 사이즈는 100호 7점, 50호 10점, 30호 10점, 판화 4점, 20호 2점,100호 짜리 스탠드 작품 2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 신작은 10점이다.
 
신작 중 스탠드畵는 정상 빛으로 물감의 변화가 일어나는 효과를 얻는다. 조명기구의 역할을 하며 빛이 뒤에서 치고 나오면 색깔이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캔버스의 빈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화이트가 빛으로 클로즈 업 되면 100% 강조받는 화이트로 변화되는 것이다.
 
넓은 공간은 작가들이 자기 작품을 테마별로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고, 개인의 역사, 즉 작품세계의 구분과 독립성을 구축하게끔 한다. 또한 다양한 앵글로 바로 볼 수 있는 전시장 공간의 효율적 이용으로 다양한 코너를 활용할 수 있다.
 
열린 공간에서 인기 작가들의 작품들을 일반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대안적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실이다. 특히 에르도스의 작품들은 중국과 대만, 일본 등에서 커다란 애호와 관심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숨통을 틔게 하는 마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