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1세기, 정보와 문화의 불협화음

장코폴로 2011. 1. 22. 11:32

21세기, 정보와 문화의 불협화음

김세종(다산연구소 연구실장)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시대의 지성들은 ‘문화’를 지극히 강조했다. 새 세기를 맞는 각오인양 밀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말들은 한결같이 ‘21세기는 지식과 정보 그리고 문화 창조력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한다’, 또는 ‘문화와 정보는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다’라는 말로 일관했다.

하지만 21세기를 맞고 10년을 훌쩍 넘긴 지금, 정보는 '똑똑한 전화'로 불리는 스마트폰(smartphone)이다, 터치폰이다, 지역 제한 없이 전 세계로 전송되는 트위터(Twitter) 서비스다, 하여 주위를 돌아볼 겨를이 없이 급속도로 변화했다. 반면에 정보와 지식사회에 걸맞게 균형 발전해야 할 문화는 우리의 삶과 사회 곳곳에서 상대적 빈곤감에 허덕이고 상실감마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요즘은 천안함 사건이다. 연평도 사건이다, 집 없는 서민들의 전세대란이다, 장바구니 들기가 무섭다는 사회적 불안 요소도 한몫 거든 탓일는지 모르겠지만, 점점 ‘문화’라는 말조차도 주춤거리는 느낌이다.

점점 ‘문화’라는 말조차 주춤거리는 느낌

그래서 그런지 문화를 강조하는 사람들의 일면을 보면 겨울 한철 잘 나고 날아 가버린 텅빈 철새도래지 같은 허전함을 떨굴 수 없다. 밤낮없이 재잘거리며 사랑 놀음을 펼치다가 때가 되면 온 가족을 데리고 또 다른 둥지를 찾아 떠나버린 철새 말이다. 어찌 보면 몇 분 몇 초를 다투는 정보와 소걸음처럼 우직하면서도 삶의 희노애락을 겪으면서 서서히 제 자리를 잡아 가는 문화를 관련지어 말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또한 문화는 아무 때나 일구고 싶다고 일구어지는 것이 아니다. 위로는 나라가 안정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자연 재앙이 없어야 한다. 아래로는 경제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며, 여기에 통치자의 의지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문화는 이런 3박자가 순조롭게 어울려야 하고, 실천하는 양심으로 이룰 수 있는 산물임에 틀림없다.

뿐만 아니라 문화는 탄탄한 상상력으로 창의적 다양성을 꽃피울 때만이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문 인재가 필수 요건이다. 독창적이지 못한 문화는 시대를 뛰어 넘을 수 없고, 창의적이지 못한 문화는 세계에 우뚝 설 수가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잘 가꾸고 개발하면 인간은 정신적 물질적 풍요로움은 물론 삶은 윤택하고 천년 세월을 한량없이 퍼낼 수 있는 마르지 않는 에너지 같고, 세월을 지낼수록 값이 없는 보물 중의 보물이요, 저 하늘에 해와 달이 둘일 수 없듯이 유일무이한 가치성을 지닌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요사이 정치문화는 갈수록 험상궂게 변해가고, 사회문화는 갈등과 소통의 불협화음으로 통색 되고, 전통문화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현대사회에 밀려 갈수록 힘없는 낙지처럼 여간해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방방곡곡에서 죽어가는 소도 울고 떠나보내는 주인도 울어 눈물범벅이 되어 버린 세상이다. 하루에도 수 백 마리씩 죽어나가는 돼지·닭·오리 짐승들의 애절한 사연과 무정히 떠나보내야만 하는 가축 농가의 시름 속에 묻어나는 애원성을 서둘러 달래고 보듬어야 한다.

‘나눔의 문화’를 되새겨 보자

우리는 이런 위기와 어려움을 맞을 때마다 슬기롭게 이겨내는 처방전을 이심전심으로 공감하고 있을 뿐 아니라 풍부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곧, ‘마음 단단히 바로 먹고, 똑바로 차린 정신력’과 이웃집 슬픔을 자기 집 슬픔으로 알고 어려울 때일수록 나눠야 하고 베풀어야 하며, 어려움에는 너와 나가 따로 없다는 ‘나눔의 문화’가 항상 마음자리의 힘으로 작용했다.

더불어 내일 새로 떠오를 해와 달에 희망을 걸고 더 밝은 미래를 꿈꾸는 강한 자긍심으로 마음 되잡았다. 오늘보다 내일이 있기에 뼈를 깎고 살을 저미는 슬픔을 온 몸으로 맞서면서 한으로 남겨둔 마음의 불씨에 희망을 잃지 않았다. 이것은 마치 아무리 춥고 매서운 칼바람이 요동치더라도 겨울은 새봄을 맞는 나무에 움이 트고 꽃향기를 머금을 수 있도록 영양소를 제공한다는 자연이치를 알고 때를 기다리는 미학과도 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구제역이란 전염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축 농가에선 죽을 것 같은 아픔과 슬픔을 격고 있지만 어려움은 나누고 기쁨은 함께 하는 이웃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우리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자. 또 차분차분 대처할 수 있는 밝은 지혜가 필요하며 어려운 이웃을 향해 따뜻한 손을 내밀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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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세종

· 한국음악학 전공

·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겸임교수

· 한국 고전번역원 거점연구소 호남학연구원 선임연구원

· 다산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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