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샘 옆 미술관

대금 명인-화가 장르 넘어선 교감

장코폴로 2010. 8. 25. 14:31

대금 명인-화가 장르 넘어선 교감
2010년 08월 25일 (수) 오세진 기자 st1701@ekgib.com
   
▲ 이생강 선생이 이호용 전통민속학연구소장의 북장단에 맞춰 소금 연주를 하고 있다.

미술과 음악의 크로스오버적 소통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의왕시 모락산 자락 오매기예술인촌에서 대금산조의 최고 명인 죽향(竹鄕) 이생강(중요무형문화재45호) 선생과 그의 연주를 그림으로 표현하려는 작가와의 만남이 이뤄졌다.

이번 행사는 오매기예술인촌에 작업실을 두고 활동하는 박용운 작가에 의해 기획된 것. 한·인도국제미술교류회장 등으로 활동하는 작가는 그동안 한국적인 기법과 재료를 사용하되 동·서양의 조화를 시도하고, 자연친화적 그림과 색채 도자와의 만남을 주도하는 등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왔다. 그가 이번에는 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품을 구상하던 중 대금의 명인 이 선생을 떠올리며 초청하게 된 것. 이 선생은 전국 무대와 방송국을 오가는 바쁜 일정 중에서도 박 작가와 뜻이 맞아 오매기 마을까지 지난 23일 직접 악기를 싸들고 찾아왔다.

무대는 마당에 마련된 평상. 관객은 10여명. 대가가 서기에는 초라한 무대지만 이 선생은 고수(鼓手)로 이호용 전통민속학연구소장을 대동하고 도포까지 갖춰 입고 앉아 운을 뗐다.

“자연과 어우러져 여러분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얼마나 뜻깊은지 모릅니다. 저는 전세계를 다니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것을 체험했으며, 그림에도 한국적인 정서가 담기면 국제무대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 그럼 연주를 시작하겠습니다.”

이 선생의 대금 산조가 고요한 산 공기를 흔들자 일순간 관객석엔 정적이 흘렀다. 모락산 자락을 배경으로 새소리, 바람소리, 매미소리와 어우러진 구슬프고 청아한 가락은 관객들을 단번에 매료시켰다. 때론 강하게, 때론 한없이 부드럽고 섬세하게 소리가 연출되면서 마치 산수화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몰입도를 높였다. 이 선생은 대금 뿐 아니라 단소, 소금, 퉁소, 태평소 등 다양한 우리 악기를 차례로 연주하며 1시간여에 걸친 감동의 무대를 마무리했다.

   
▲ 박용운 작가(오른쪽)가 이생강 선생에게 소리를 표현(작가 뒤쪽 위)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의왕 오매기예술인촌 이생강 선생 연주회
자연과 어우러진 청아한 가락에 관객 매료
박용운 작가, 소리 형상화한 그림 선보여

이번에는 박 작가 차례. 작가는 예술인촌 안에 마련된 전시실로 안내해 최근 이 선생의 연주 CD를 듣고 그린 작품 1점을 공개했다. 푸른 색으로 한없이 펼쳐진 들판에는 뚜렷이 보이긴 하지만 잡힐 수 없을 것 같은 실체가 오묘한 형상으로 춤추듯 표현돼 있었다.

“이 선생의 CD만을 듣고 그렸는데도 알 수 없는 에너지가 화폭 위로 분출됐습니다. 지금 직접 연주를 듣고 가슴이 벅차올라 금방이라도 그림으로 토해내야 할 것 같은 떨림이 있습니다. 오늘의 감동을 기억해 앞으로 작품 위에 꾸준히 풀어내겠습니다.”

박 작가는 이 선생의 대금연주 뿐 아니라 다양한 소리를 형상화해 올해 안에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장르를 넘어서 교감하는 예술가들의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 의외의 발견과 감동. 이것이 바로 크로스오버가 안겨주는 짜릿함이 아닐까?  오세진기자 st1701@ekgi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