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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그림이 되는 순간
한국 근현대사 그림을 통해 보는 가족의 탄생과 재구성, 우리 미술안에 표현되는 가족들의 다양한 모습을 친절한 해설과 함께 들여다봅니다.
미술에서 가족을 찾다 |
양화의 가족의 탄생에서부터 한국 근 현대 미술까지 투영된 286쪽 여덟 개의 시퀀스로 이루어진 미술평론가 박영택의 『가족을 그리다』는 미술 작품 속의 가족에 대해 호기심을 가져왔던 일반 미술애호가들에게 작가들의 가족과 그 이면의 삶을 헤아리게끔 만든다. 저자는 궁핍과 식민, 가부장적 가족의 틀 속에서 소외자 혹은 희생자들의 변혁이 아니라 그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미술작품 속의 가족과 가족 구성원에 대한 시대와 가장의 권위와 짐, 아내와 며느리, 어머니로서의 피곤한 삶의 여정을 인식의 행로로 삼는다. |
가족은 반성의 거울이자 작품의 모티브 |
대다수 미술 작가들은 소시민의 일상을 가족들에게 제공하지 못해 늘 가족에게 미안해하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가족'은 작가들의 반성의 거울이며 작품의 주요 모티브가 된다. 부르주아들의 초상화에서 그뢰즈에 이르는 가족화는 전통과 갈등의 징조와 변화를 보인다. 저자는 이미 잘 알려진 흥행작가나 ‘체’ Kunstler(예술작가)의 작품들을 전범(典範)으로 삼기를 비교적 우회한다. 기름기 뺀 담백한 작품들, 통곡과 울분을 곱 삭인 많은 회화와 조각, 사진들은 사회학의 연구 대상과 상당한 동맥(同脈)에 서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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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면, 가족을 표현하다 |
작가들의 '가족의 얼굴과 숨결'을 그리는 시퀀스에는 둘, 셋, 넷, 여섯 개의 씬 들이 고급스런 에세이로 포장되어 있다. 박영택은 고급 수사관이 되어 작가의 이면인 가족을 은유적으로 끄집어 내어 문학적 수사와 미술사적 고찰, 미학적 품격으로 글을 기술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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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림 분석에 있어 ‘구운몽’적 용어 사용보다는 독자의 눈높이를 맞춘 리얼리즘을 택한다. 소외의 징후를 가장 많이 보이는 부분을 ‘큰 쉼’(Long Take)으로 훑어 나간다. 제도라는 광기 속에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된 ‘무의식의 섭취’를 처연하게 서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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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그림의 변천 |
인물의 발전은 원근법적 변이에 있음을 마지막 결론에 얻을 수 있다. 그 시발은 통통한 얼굴의 귀족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핍박당한 인물들은 일제에 의해 인물의 통통함을 왜곡 당하지만 전쟁과 제도적 가족에서 자연스럽게 무너진다. 4세기 중엽 만들어진 안악 3호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진 부부의 초상, 각저총과 수렵총의 부부그림에서 박영택은 가족의 역사적 맥락과 뿌리를 생각하고, 개화된 그림의 과정을 규명하고 있다. 또한 조선조의 『조씨 삼형제』를 가족 구성원을 한자리에 모아 그린 초상화는 없었다고 분석하면서 조선시대 초상화 역사에서 특이하고 주목할 작품으로 평가한다. 빛바랜 가족에 대한 풍경에 이르면 개화기로 대별되는 시기, 전쟁으로 인한 1950년대의 급격한 변화, 1960년대의 도시 산업화가 가족의 근간을 흔들고, 생존 앞에서 무참히 무너지는 새로운 개념의 가족 질서 탄생, 단아함을 벗어난 양적?물적 팽창이 어떻게 지금까지 이르게 되는지를 내다보게 한다. |
가족그림변천에 따른 가족 문화 |
신학문과 서양문물이 진입되어 빚는 갈등을 넘어 필름, 특히 가족사진은 가족 구성원과의 결속과 동질성을 강조하는 시각적 장치로서 기능하고, 영화 『내마음의 풍금』속의 홍연(전도연) 을 연상시키는 김기창의 『가을』, 이영일의 『시골소녀』, 박수근의 『아기 보는 소녀』, 이영학의『아기와 소녀』는 가사와 동생을 업고 키우는 일에 내몰린 소녀들의 추억과 향수 이미지로 확장된다. ‘거짓’과 ‘환상’은 점차 무너지고 여인들은 주체 혹은 대등관계로 부상한다. 60년 단위로 재편되는 1984년부터 시작되는 여성시대 이전의 ‘남성시대’의 여성들이 미술작품에서는 ‘짐을 진 여성/희생물’(Women with Burdens/Victims)으로 집중 부각된다. 배운성의 『가족도』를 통한 위계질서를 넘어, 이쾌대의 『카드놀이하는 부부』를 통한 신가정 풍속, 장우성의『화실』에서의 현모양처상, 핵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임군홍의 『가족』은 저자가 포착해낸 고전풍에 담긴 아련한 추억 속의 모습들이다. |
미술은 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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